등록 : 2017.08.07 17:24
수정 : 2017.08.0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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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서 전시될 신라의 대표적인 서역계 유물인 장식 보검. 1973년 경주 계림로 고분에서 출토된 것으로 특유의 태극무늬와 마노 장식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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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박물관 소장 서역계 유물들 첫 이란 나들이
11~12월 테헤란 국립박물관에서 특별전 현지 큰 관심
경주 계림로 보검과 서역인상, 쌍조문 기와 등 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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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서 전시될 신라의 대표적인 서역계 유물인 장식 보검. 1973년 경주 계림로 고분에서 출토된 것으로 특유의 태극무늬와 마노 장식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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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여년 만의 귀환? 중앙아시아 실크로드를 통해 전래한 신라 서역계 유물들이 사상 처음 고향 나들이를 간다.
국립경주박물관은 11월5일부터 12월15일까지 이란 테헤란 국립박물관에서 ‘신라와 페르시아: 공동의 기억’이란 제목으로 실크로드 서역계 소장 유물의 현지 특별전을 열기로 했다고 최근 밝혔다. 두 박물관 공동주최로 모두 120여점의 신라 유물을 3부로 나눠 출품하는 이 전시는 신라의 고분·생활 문화를 보여주는 출토품과 함께 페르시아 등으로부터 전래하거나 직접 영향을 받아 제작된 고신라, 통일신라의 실크로드 관련 유물을 다수 선보일 예정이다.
한·중·일 등 동아시아 지역 박물관에 소장된 실크로드 관련 유물들을 옛 서역 땅인 이란(옛 페르시아)으로 가서 전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라 경주는 일본과 더불어 고대 실크로드의 종착지였고 이란은 실크로드 교류의 본산으로 꼽히는 곳이다. 이런 역사적 맥락에서 이번 전시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고 현지에 신라 고대문화를 알리는 중요한 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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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구정동 방형무덤 모서리 기둥의 서역인상. 이 인물상이 들고 있는 도구는 옛 폴로 경기에 썼던 스틱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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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역계 유물은 30여점이 나온다. 가장 주목받는 유물은 1973년 경주 계림로 고분에서 출토된 장식 보검이다. 금제 칼 손잡이에 붉은 마노를 박고 태극무늬 등으로 수놓은 이 유물은 옛 페르시아의 장식 디자인 요소가 뚜렷하게 드러나 국내 대표적인 서역계 유물로 평가받는다. 이란 박물관 관계자도 반드시 전시해야 할 유물로 가장 먼저 이 보검을 지목했을 만큼 관심이 많다고 한다. 폴로 경기용 스틱으로 추정되는 도구를 들고 있는 서역인이 새겨진 ‘경주 구정리 방형무덤 모서리 기둥의 부조상’과 ‘경주 용강동 무덤 출토 서역인 토용상’도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두 마리 마주 보는 새를 새긴 쌍조문 기와, 점무늬가 연속되는 연주문 기와 등 사산조 페르시아의 영향을 받은 신라의 서역계 기와들도 다수 선보이게 된다. 이밖에 고분 유물로는 천마총 출토의 허리띠 장식과 관 장식 등이, 생활유물로는 보상화문이 새겨진 바닥전돌과 암수키와 등이 전시된다.
‘신라와 페르시아’전은 지난해 5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자원외교를 위해 이란을 방문했을 때 양국 간 문화교류 사업을 약속한 것이 단초가 됐다. 그 뒤 서역계 유물이 많은 경주박물관이 이란국립박물관과 교류전시를 여는 것으로 사업의 뼈대를 정하고, 예산 6억여원을 들여 특별전을 준비해왔다. 김유식 경주박물관 학예실장은 “페르시아의 옛 서사시 <쿠쉬나메>에 신라에 망명한 왕자가 신라 공주와 혼인한다는 내용이 나올 정도로 이란에서는 과거부터 신라에 대한 관심이 각별했다”며 “대중문화 한류를 넘어 이란과의 역사문화 교류를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란 쪽은 답례전 형식으로 내후년 4~7세기 중국과 신라 문화예술에 큰 영향을 미친 고대 파르티아, 사산 왕조 등의 명품전을 한국에서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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