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8.08 14:56
수정 : 2017.08.08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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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한 단추 장식이 줄줄이 달린 18세기 프랑스 남성복 ‘아비 아라 프랑세즈’. 국립중앙박물관의 프랑스 단추 특별전에 나온 출품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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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과 미술거장의 숨은 뒤안길 엿보는 올여름 피서전시들
프랑스 단추와 루이비통 역사 다룬 이색 패션사 전시들
국민화가 박수근과 신라, 장욱진, 에셔 조명한 거장전도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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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한 단추 장식이 줄줄이 달린 18세기 프랑스 남성복 ‘아비 아라 프랑세즈’. 국립중앙박물관의 프랑스 단추 특별전에 나온 출품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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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에서 혁명이 영글었고, 루이비통은 짐꾼이었다. 박수근은 신라를 사랑했고, 장욱진은 부인을 부처님으로 그렸다. 알게 되니 재미있고 감동이 생긴다. 패션명품과 그림 대가들의 숨은 뒤안길을 톺아보라고 권하는 전시들이 올여름 미술판 여기저기에 펼쳐져있다. 살뜰한 미술피서 마당으로 추천할 만하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프랑스 근현대 복식, 단추로 풀다’ 특별전(15일까지)은 단추의 역사인문학 이야기다. 18~20세기 300년간 패션제국 프랑스에서 신분과 멋의 징표로 유행한 단추의 변천사를 파란만장하게 풀어 보여준다. 뭉뚱그린 전시의 열쇳말은 ‘혁명’. 프랑스혁명과 산업혁명, 20세기 예술·복식 혁명의 자취가 갖가지 재료와 형식의 단추에 나타나고 사라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18세기 프랑스 남성복 ‘아비 아라 프랑세즈’에 붙었던 화려하고 복잡한 단추 장식부터 계몽사상의 영향으로 시사적인 주제나 자연의 풍경을 담은 세밀화 단추, 프랑스 혁명기 이후의 구호나 격언을 적은 혁명 단추, 산업혁명 이후 재료와 형식의 혁신을 담은 단추, 20세기초 오트쿠튀르(고급 맞춤복)와 패션 거장의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등장한 협업 장인들의 다기한 예술단추 등등이 등장한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소니아 들로네, 엘자 스키아파렐리, 코코 샤넬 같은 20세기 거장들이 어떤 단추를 선호하고 구상했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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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전시장의 일부. 짐꾼의 여행용 옷상자에서 출발한 패션명가 루이비통의 초창기 역사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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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가방의 대명사 루이비통의 160년 역사를 담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기획전(27일까지)도 패션사의 이면을 재조명한다. 이 걸출한 패션명가가 19세기 귀족들 여행물품을 싸주던 짐꾼 루이비통이 착안한 트렁크에서 가지를 쳐나가 만들어졌음을 알게 해준다.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는 주제 아래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쌓인 루이비통의 다기한 브랜드 아카이브들을 10가지 주제로 꾸며 내놓았다.
세계적인 엑스레이 사진작가 닉 베세이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 차린 ‘엑스레이맨’전(27일까지)은 엑스레이선으로 영국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 소장 명품 복식들의 잔주름 등 속내를 속속들이 뜯어본 이색 작품들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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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솔거미술관의 박수근 특별전에 나온 박수근의 1954년작 ‘금강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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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대가들의 남다른 내면과 작품이력을 보여주는 마당도 올여름 관람의 초점중 하나다. 가나문화재단과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이 공동주최해 경주 솔거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신라에 온 국민화가 박수근 특별전’(31일까지)은 국민화가 박수근(1914~1965)의 잘 알려지지 않은 ‘신라 사랑’을 엿보게 한다. 고인이 1960년대 경주를 답사하면서 직접 뜬 마애불 등 불상의 낯선 탁본들이 어려운 시절 서민을 담은 그의 작품들과 함께 전시장에 나왔다. 박수근 특유의 묵직하면서도 투박한 화폭의 질감은 경주 답사 때 본 신라 석탑이나 석불 등에서 영감을 받아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윤범모 동국대 석좌교수의 해석 아래 전시가 꾸려졌다.
동심과 달관의 화가로 유명한 장욱진(1917~1990) 탄생 100주년전 ‘장욱진 백년, 인사동 라인에 서다’(27일까지)는 연대기식으로 가족, 동물들이 많이 등장하는 고인의 유화, 먹그림 작품 100여점을 간추렸다. 1960~70년대 덕소 작업실 시절과 1970~80년대의 명륜동, 수안보 작업 시절, 말년의 신갈 시절까지 각 시기별 작품들을 두루 조망할 수 있어 작품 세계를 살펴보는데 맞춤하다. 묵묵히 뒷바라지한 부인을 초연한 불상 모습으로 그린 <진진묘>(1970), <팔상도>(1976) 등 보기 드문 작품들도 나왔다.
외국 대가 전시로는 네덜란드의 작가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1898~1972)가 눈맛을 돋운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의 ‘그림의 마술사: 에셔’ 전(10월15일까지)이다. 에셔는 뫼비우스의 띠, 세상풍경이 비치는 눈, 안과 바깥을 구분할 수 없는 건물계단 등의 강렬한 이미지로 기억된다. 알함브라 궁전의 정원을 보고 그림의 영감을 받게됐다는 일화가 있다. 수학적 논리와 예술적 직관이 교차하는 독특한 판화와 드로잉들로 후대 그래픽 디자인 등에 큰 영향을 미쳤고 대중적인 인기도 높은 편이다. 이번 전시에는 눈그림을 비롯한 그의 작품 130점을 선보이는 중이다.
이밖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구글의 온라인 예술작품 전시 플랫폼 ‘구글 아트앤컬처’와 함께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의 문화유산, 예술작품들을 실물처럼 감상하게 해주는 ‘반짝 박물관’(27일까지)을 운영중이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각 전시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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