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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10 11:00 수정 : 2017.08.10 21:02

박재범은 최근 세계적인 블랙뮤직 레이블 락 네이션과 계약했다. 사진 에이오엠지(AOMG) 제공

[강일권의 프로악담러]

박재범은 최근 세계적인 블랙뮤직 레이블 락 네이션과 계약했다. 사진 에이오엠지(AOMG) 제공
2010년 ‘썸머 위크앤티(Summer Week&T)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박재범의 첫 솔로 공연은 실망스러웠다. 아이돌 그룹 2피엠(PM)을 탈퇴한 지 약 1년 만에 선 무대였다. 그는 몇 차례 가사를 잊어버렸고 퍼포먼스에 집중하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결국 박재범은 “제대로 연습할 시간이 부족했다”라는 아마추어적인 변명을 남긴 채 퇴장했다. 이날의 무대와 발언으로 그에 대한 선입관은 더욱 견고해졌다. 단지 기성 시스템과 어우러지길 거부하며 힙합 아티스트를 흉내내고 싶어하는 아이돌이라는.

그런 그가 독자적인 블랙뮤직 레이블 에이오엠지(AOMG)를 설립한 데 이어 정규 2집 <이볼루션>(2014)을 통해 제목처럼 발전한 역량을 드러냈을 때 선입관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는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보기 드물 만큼 공격적인 활동을 과시했다. 레이블을 이끌면서도 끊임없이 양질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어느샌가 박재범이란 이름은 힙합·아르앤비 커뮤니티에까지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2017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알앤비앤드 소울 음반’ 부문을 수상한 <에브리씽 유 원티드>는 절정의 커리어에 찍힌 첫 번째 방점이었다. 그리고 최근 그 두 번째 방점이 찍혔다. 바로 락네이션과의 계약이다. 락네이션은 힙합 거물 제이지가 설립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블랙뮤직 레이블이다.

박재범은 락네이션과 계약한 최초의 아시아계 미국인 아티스트가 되었다. 한국 혹은 한국계 아티스트가 미국의 레이블이나 아티스트와 작업한다는 소식은 간간이 들려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예전과 온도차가 확연하다. 예전엔 호들갑스러운 한국 언론과 달리 정작 현지에선 조용했던 반면, 이번 박재범의 계약 소식은 현지의 유명 힙합·아르앤비 매체들도 앞다투어 다뤘다. 물론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밝혀진 바가 없기 때문에 설레발은 금물이다. 락네이션은 제이콜, 리아나처럼 직접 계약한 전속 아티스트와 패볼러스, 빅 션처럼 매니지먼트 계약만 체결한 아티스트를 분할하여 운영한다. 어느 쪽이든 박재범의 커리어에서 일생일대의 전환점이 될 확률은 높아 보인다.

박재범의 팬덤은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수준이다. 세계 시장에서의 음원 판매와 공연 티켓 파워는 락네이션이 관리하는 몇몇 아티스트를 훌쩍 뛰어넘는다. 락네이션으로서도 박재범과의 계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적잖을 거라는 뜻이다. 그의 행보가 앨범을 통한 증명을 중요시하는 미국 대중음악계의 보편적인 인식과 기준에 부합하기에 더욱 고무적이다. 무엇보다 래퍼로서는 몰라도 아르앤비 싱어로서라면 깜짝 놀랄 만한 성과도 기대해볼 만하다. 7월21일 계약 소식을 전하며 박재범도 “10년차 가수인데 이제부터 시작이네”라고 밝혔듯이 다시 한번 ‘바텀 투 더 탑(Bottom to the top·밑바닥에서 정상까지)’을 실천해야 할 입장이 되었지만 말이다.

<리드머> 편집장·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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