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8.14 18:06
수정 : 2017.08.14 20:55
|
데뷔 20돌을 맞은 바세린.
|
20주년 기념음반 낸 바세린
비주류 헤비니스 지켜낸 세월 자축
“또 한걸을 나갈 동력 얻고 싶어”
기존곡 새롭게 편곡·동료 35명 참여
새달 2일 프리즘홀서 기념 콘서트
|
데뷔 20돌을 맞은 바세린.
|
1996년에 인기를 얻은 가요를 찾아봤다. 김정민, 알이에프, 녹색지대, 솔리드, 클론, 패닉, 영턱스 클럽 등의 노래가 당시 인기가요의 척도였던 <가요톱10> 1위 자리에 올랐다. 20년이 지난 지금 1위의 주인공들은 더 이상 활동하지 않거나 예전 같지 않다.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가수들이 이럴진대 큰 인기를 얻지 못했던 가수들은 더할 것이다. 강산이 두 번 바뀔 동안 같은 자리를 지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
바세린 데뷔 20돌 기념앨범 <메모와즈 오브 더 워>.
|
1996년. 젊은이 다섯이 모여 밴드를 결성했다. 이름은 바세린이라 지었다. 밴드를 결성하고 이름을 지으면서도 그들은 몰랐을 것이다. 바세린이라는 밴드가 20년 넘게 활동하고, 한국 하드코어 메탈 신을 대표하는 밴드가 될 거라는 사실을. 척박하다는 말로밖에는 표현이 안 되는 한국 헤비메탈·하드코어 신에서 20년의 세월을 지키고 견뎌왔다는 건 대중음악계 현실에서 기적과 같은 일이다. 그 기적 같은 일을 자축하며 바세린은 20주년을 기념하는 앨범 <메모와즈 오브 더 워>(Memoirs Of The War)를 발표했다.
<메모와즈 오브 더 워>라는 제목은 의미심장하다. 마치 전쟁처럼 치열하게 밴드를 유지해온 20년의 세월을 말하는 듯하다. 밴드를 지속하기 위해 멤버들은 모두 음악 말고 다른 직업을 갖고 있다. 팀의 베이시스트 이기호는 “20년의 긴 세월 동안 바세린과 함께해온 친구, 동료, 선후배들과 과거를 회고하고, 또 한걸음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얻기 위해” 앨범 제목을 그렇게 정했다고 말한다.
<메모와즈 오브 더 워>에는 수많은 동료 음악가들이 참여했다. 기존에 발표된 노래들을 새롭게 편곡하고 35명의 동료들이 참여해 앨범을 완성했다. 바세린의 전 멤버이자 현재 서태지 밴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성훈과 최현진을 비롯해 할로우 잰, 메써드, 램넌츠 오브 더 폴른 등의 팀 멤버들이 힘을 모았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조금 더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였고, 그만큼 바세린을 상징하는 하드코어 메탈을 벗어난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이 이 기념음반 안에 자리하고 있다.
|
데뷔 20돌을 맞은 바세린의 공연 장면.
|
20년의 시간 동안 위기도 있었다. 특히 함께하던 멤버들이 팀을 떠날 때 많이 흔들렸다. 그럼에도 헤비니스 음악을 계속해서 지켜나가고자 하는 신념으로 팀을 유지했다. “비주류 음악인 헤비니스 음악을 20년 넘게 하면서 힘들었던 적도 많았지만, 우리가 좋아하고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음악이기 때문에 계속 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 신념과 고집 덕분에 이들이 발표한 앨범들은 대부분 한국 헤비니스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앨범이 됐고, 두 번째 앨범 <블러드 오브 이모털리티>(Blood Of Immortality)는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록상을 받았다. 이기호는 “밴드와 삶 두 마리 토끼를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며 후배들에게 “간절하게 하고 싶다면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덧붙였다.
20년 뒤 바세린의 모습이 문득 궁금해졌다. 스스로에게도 가끔 묻는 질문이라며 이기호는 재작년 세상을 떠난 모터헤드의 리더 레미를 거론했다. “‘이렇게 된 이상 끝을 보자’는 생각이 있다. 모터헤드의 레미 형님이 일흔까지 밴드를 유지하신 만큼 향후 20년 정도는 가뿐할 것 같다. 그때까지 반짝이는 센스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과 무대에서 난리치기 위한 건강 관리가 관건일 것 같다. 기대해달라. 우리도 기대된다.” 9월2일 서울 합정동 프리즘홀에선 <메모와즈 더 워> 발매를 기념하는 난리의 현장이 펼쳐진다.
김학선/음악평론가, 사진 올드레코드 제공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