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8.16 14:37
수정 : 2017.08.16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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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나 그란데의 이전 공연 모습. 15일 내한공연에선 사진 촬영이 전면 금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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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나 그란데 첫 내한공연 리뷰
공연 3시간 전 입국…리허설도 못해
90분간 펼쳐진 공연은 노래·춤 완벽
공연 끝나자마자 출국해 뒷말 나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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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나 그란데의 이전 공연 모습. 15일 내한공연에선 사진 촬영이 전면 금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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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그림자가 명확한 공연이었다. 15일 저녁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미국 팝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의 첫 내한공연은 환희의 순간도 안겨줬지만, 뒷말 무성한 여러 논란거리도 남겼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세계 정상급 여성 솔로 가수다. 15살이던 2008년 뮤지컬 <13>으로 데뷔한 이후 20살이던 2013년 가수로 정식 데뷔했다. 지난해까지 3장의 정규앨범을 내며 여러 히트곡을 냈다. 국내에도 팬들이 많아 내한공연 티켓은 순식간에 매진됐다. 이때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하지만 지난 5월 영국 맨체스터 아레나 공연 직후 일어난 폭탄 테러가 많은 걸 바꿔놓았다. 큰 충격을 받은 아리아나 그란데는 2주 동안 월드투어를 중단했다. 재개 이후엔 공연장 안전 관리를 강화했다. 이번 내한공연도 일부 소지품이 제한됐다. 공연장 입구에는 공항에서나 볼 수 있는 보안검색대가 설치됐다. 미리 안내가 잘된 덕인지 현장에서 별다른 혼란은 없었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생겼다. 일본 공연을 마친 아리아나 그란데는 애초 내한공연 하루 전 입국할 예정이었지만, 공항에서 취재진과 마주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입국일을 예고 없이 변경했다. 결국 공연 시작 3시간 전인 15일 오후 5시에야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관객과 누리꾼들은 “무성의한 것 아니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공연장에 도착한 아리아나 그란데가 리허설 없이 화장실에서 노래하는 영상을 자신의 에스엔에스에 올린 것이 자극제가 됐다. 60만원이 넘는 브이아이피(VIP) 티켓을 산 관객들은 리허설을 보고 아리아나 그란데와 함께 사진을 찍는 등의 특혜를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 일부는 환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어수선한 상황에서 공연이 시작됐지만, 아리아나 그란데는 능숙하게 무대를 장악해갔다. 춤을 추며 역동적으로 노래하고, 때론 정적인 자세로 폭발적인 고음을 뿜어내는 그의 무대는 안정적이고 매력적이었다. 2만 관객은 소리를 지르고 손을 흔들고 점프하고 노래를 따라 불렀다. 무대를 피트니스센터처럼 꾸미고 자전거 운동기구를 타며 부른 ‘사이드 투 사이드’부터 제시 제이, 니키 미나즈와 함께 불러 세계적으로 히트시킨 ‘뱅뱅’, 가장 최근에 낸 3집 앨범 수록곡 ‘그리디’로 이어지는 대목에선 공연장 전체가 뜨거운 열기의 클럽으로 변한 듯했다.
‘아이 돈트 케어’와 ‘문라이트’를 부를 땐 관객들이 일제히 스마트폰 플래시를 켜고 흔들었다. 빛의 바다를 본 아리아나 그란데는 “너무 예쁘다.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공연 막바지에 ‘섬웨어 오버 더 레인보’를 불러 맨체스터 폭탄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도 했다.
1시간30여분 동안의 공연을 마친 그는 빛의 바다를 배경으로 노래하는 사진을 에스엔에스에 올리고 “서울, 당신들은 마법과도 같았다. 오늘밤 당신들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에너지에 감사하다”고 적었다. 하지만 공연을 마친 이날 자정께 출국한 게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은 “공연만 하고 후다닥 떠나는 걸 보면 한국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며 다시 분통을 터뜨렸다.
공연 주최사인 현대카드 관계자는 “테러 이후 공포심이 극대화된 아리아나 그란데가 최근 한반도 전쟁 위기설 뉴스를 보고 한국 체류시간을 최소화하고 싶어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뒤늦은 입국 관련 논란을 두고는 “같은 공연을 반복하는 월드투어의 경우 리허설 대신 사운드체크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날 사운드체크는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불만이 제기된 브이아이피 티켓의 경우 아리아나 그란데 소속사가 직접 판매한 것으로, 후속 조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현대카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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