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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16 18:16 수정 : 2017.08.16 21:29

뮤지컬 <마타하리>의 옥주현과 류정한. EMK 제공

‘벤허’ ‘마타하리’ ‘모래시계’ ‘햄릿’ 등 창작뮤지컬 전성시대
시장규모 아무리 커져도 4000억…열개 중 하나만 돈 버는 구조
‘유일한 선택지’ 국외 겨냥해 창작뮤지컬 대거 제작
중·일 진출선 조금씩 성과…경쟁력 높일 지원·노력 필요

뮤지컬 <마타하리>의 옥주현과 류정한. EMK 제공
지금 한국은 창작뮤지컬의 르네상스 시대인가? 외형적으로는 그렇다. 현재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뮤지컬 <벤허>와 얼마 전 막을 내린 블록버스터급 뮤지컬 <마타하리>는 모두 창작뮤지컬이었고, 하반기 라인업을 봐도 올해 초연되는 신작 중 <모래시계>, <햄릿>, <칠서> 등 창작뮤지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공연 최대 성수기인 연말에 대규모 라이선스 신작들이 몰리던 예년과 달리, 올 하반기 기대되는 라이선스 초연작은 모리 예스턴의 <타이타닉> 정도뿐이다.

왼쪽부터 뮤지컬 <벤허>의 주인공을 맡은 유준상, 박은태, 카이. 뉴컨텐츠컴퍼니 제공
이런 대형 창작뮤지컬의 부상이 안정적이고 성숙한 시장으로 가는 과정일까? 외화 일색이던 과거 극장가가 1990년대 한국영화 부흥기를 맞은 이후 한국영화 중심으로 재편됐고, 팝송이 주도하던 음악 시장 역시 2000년대 이후 케이팝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가요가 주도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섣불리 그렇다고 답을 내긴 힘들어 보인다. 최근 창작뮤지컬이 늘어나고 있는 건 시장의 발전 과정 속에서 발생한 현상이 아니라, 시장의 ‘위기’ 속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한국 영화나 음악처럼 시장 규모 자체가 팽창하면서 그 콘텐츠의 양과 질도 자연스럽게 성장한 게 아니라, 시장이 정체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몸부림으로 창작뮤지컬이 쏟아진다는 얘기다.

‘위기’의 근거는 이렇다. 현재 한국 뮤지컬 시장은 대략 35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한국보다 인구수가 많고 경제 수준도 높은 일본의 경우 뮤지컬 시장은 5000억원 정도다. 이 때문에 공연계에선 한국 뮤지컬 시장이 커질 수 있는 최대치가 일본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그것도 최대한으로 잡았을 때지, 경제 수준이 갑자기 높아지는 등의 변수가 없다면 4천억원 규모가 한계라고 예상하는 이도 많다. 말하자면, 한국 뮤지컬 시장의 성장 여력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뮤지컬 시장의 규모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제작사의 수익 구조는 나날이 나빠지고 있다. 현재 공연되는 뮤지컬 중 수익을 내는 작품은 10% 남짓에 그친다. 보통, 열 개 중 하나만 돈을 버는 이런 구조의 산업에서는 그나마 벌어들이는 수익의 규모가 커서 실패의 위험을 보충해주기 마련이지만, 현재 뮤지컬 시장은 그 수익 자체도 크지 않다. 작은 시장 안에서 많은 작품이 쏟아지다 보니 과열 경쟁이 벌어졌고, 그로 인해 제작비가 상승하면서 수익이 나도 크지 않게 된 것이다. 종종 뮤지컬계에서 들리는 출연료 미지급 사태나, 건실한 뮤지컬 제작사의 파산 소식은 이런 열악한 시장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제작사들의 거의 유일한 선택지는 국외로 눈을 돌리는 것이었다. 최근 창작뮤지컬의 부각은 이러한 배경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생존을 위해 국외 시장에 진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외국 라이선스 뮤지컬을 외국에 팔 수는 없으니, 창작뮤지컬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작가, 작곡가, 연출이 외국인인 탓에 ‘국산 뮤지컬’이 맞느냐는 논란은 있지만, 어쨌든 120억원대의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투자해 <마타하리>를 만든 것도 국내 시장만 생각해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뮤지컬 <마이 버킷 리스트>의 한 장면. 벨라뮤즈 제공
다행인 것은 창작뮤지컬을 통한 국외 시장 진출 시도가 중국과 일본에서 조금씩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에선 <프랑켄슈타인>에 이어 <마타하리>가 내년에 라이선스 형태로 공연된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갈등에도 불구하고 <빨래>와 <마이 버킷 리스트>는 올해 중국 시장을 뚫었으며, 하반기에는 소극장 창작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가 중국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이어간다.

뮤지컬 <빨래>의 한 장면. 씨에이치수박 제공
다만, 한국 뮤지컬이 국외 시장을 개척하려면 그 나라의 시장 상황과 문화를 면밀히 숙지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중국 뮤지컬 시장은 아직 규모가 크지 않아 대극장 뮤지컬보다는 중소극장 뮤지컬이 유리하다. 또한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케이팝이나 한국 영화·드라마는 국외 진출 이전에 내수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그러나 아직 창작뮤지컬은 라이선스 뮤지컬과의 경쟁에서 앞서지 못한다. 국외 진출 시도만큼 창작뮤지컬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지원과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박병성 뮤지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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