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 관련 번역서를 낸 음악평론가 이경준씨, 배순탁씨, 김두완씨(왼쪽부터)가 최근 서울 상암동 <문화방송> 사옥에 모여 대담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
음악번역서 낸 이경준·배순탁·김두완
‘위시 유 워 히어’ 이경준
“핑크 프롤이드 제대로 소개하고파
판매지수 하루키 73만인데 이 책은 2000”
‘모던 팝 스토리’ 배순탁
“수정된 역사관으로 접근한 팝 역사
참고문헌 없어 가요사 집필 엄두 못내”
‘모타운’ 김두완
“모타운은 대중음악 연구 필수코스
우리 가수들 수필집이라도 좀 내라”
|
음악 관련 번역서를 낸 음악평론가 이경준씨, 배순탁씨, 김두완씨(왼쪽부터)가 최근 서울 상암동 <문화방송> 사옥에 모여 대담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
0.3%. 국내 출판 시장이 어렵다면 음악 출판 시장은 더 어려울 것이다. <모타운>의 번역가이면서 출판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김두완씨에게 국내 음악 서적 비중을 물었을 때 0.3% 정도 될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정확하진 않겠지만 극히 작다는 사실만은 틀림없다. 비중이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좋은 음악 서적들이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팝과 관련된 모든 것을 관통하며 그 역사를 추적하는 <모던 팝 스토리>, 프로그레시브 록의 거인이며 영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인 핑크 플로이드의 모든 것을 담은 <위시 유 워 히어: 핑크 플로이드의 빛과 그림자>, 6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흑인음악을 넘어 대중음악을 지배해온 레이블 모타운의 역사를 화려한 화보와 함께 글로 기록한 <모타운: 젊은 미국의 사운드>가 대표적이다. 세 책의 옮긴이이자 음악평론가인 배순탁, 이경준, 김두완씨를 만나 책 이야기, 국내 음악서적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
핑크 플로이드를 다룬 <위시 유워 히어: 핑크플로이드의 빛과 그림자>를 번역출간한 이경준씨.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
-원서를 처음 읽었을 때부터 번역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나?
이경준(이하 이) “판매고와 무관하게 정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레시브 록이란 게 아무래도 대중보다는 마니악한 장르인데 거기에서 번역서가 나올 수 있는 아티스트는 킹 크림슨과 핑크 플로이드 정도일 것이다. 그래도 핑크 플로이드가 팝 시장에서 비중이 있으니까 먼저 핑크 플로이드를 제대로 소개하고 싶었다.”
배순탁(이하 배) “이 책은 이른바 클래식 록에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핑크 플로이드를 끝도 없이 깐다.(웃음) 팝의 역사에서 수정된 역사관을 갖고 있는 책이다. 영국식의 비평 시각이 들어가 있는 책이고, 이런 관점은 우리나라에서 찾기 어렵다. 어떤 사람들은 (음악)역사책 지겹지 않으냐고 하는데 이런 역사책은 없었다. 그런 이유에서 책을 내고 싶었다.”
김두완(이하 김) “모타운은 대중음악을 좋아하거나 연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수 코스 같은 레이블이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가요 시장도 흑인음악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데 정작 모타운이 어떤 레이블인지 아는 사람은 소수인 것 같았다. 이 책의 두께가 어떻고 내용이 어떻고를 떠나서 모타운을 다룬 책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했다.”
-처음 볼 때 느낌이 있지 않나. 대박을 칠 거라거나 망할 거라는 직감 같은 거.
배 “당연히 팔릴 거라는 생각은 1도 안 했다. 점점 아카이빙(자료 축적, 기록)이 세분화되는 상황에서 이렇게 전반적인 걸 다루는 책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에서 의미가 있다 생각했지 이게 팔릴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김두완씨는 출판 편집 일도 하고 있는데 전체 출판 시장에서 음악 서적의 비중은 어느 정도나 될 것 같나?
김 “100으로 놓고 볼 때 악보 시장까지 다 합치면 1 정도 될 것 같다. 그걸 빼고 순수 음악 서적을 말하면 0.3 정도? 언급하기도 싫다.”
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 판매지수가 73만인데, 핑크 플로이드 책은 2000이다.”
-외국의 음악서적 시장도 그리 크지는 않겠지만 한국 시장은 유독 더 작은 것 같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김 “결국엔 음악도 역사다. 사람의 역사고, 시대의 역사고, 국가의 역사이기도 하다. 역사에 관심이 없으면 음악 책을 열어보는 것도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역사에 관심이 적은 것부터 문제가 아닐까 싶다. 음악은 그냥 듣고 즐기는 것뿐이라고 생각하지 역사가 있을 거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것 같다.”
배 “게다가 이게 다 팝 아니냐. 가요도 될까 말까 한 시장에서 팝 서적으로 성공을 거두기는 쉽지 않다.”
김 “우리나라 사람들은 팝을 안 듣고 가요를 많이 듣는다. 그러면 가요 관련 책이 많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도 이유일 것이다.”
|
<모던 팝 스토리>를 번역 출간한 배순탁씨.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
-이런 번역서는 그래도 꾸준히 나오는데 왜 한국 대중음악 서적은 나오지 않는 걸까?
배 “아카이브(자료, 기록)의 부족이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모던 팝 스토리> 같은 책을 쓰려면 수많은 참고문헌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가요사를 쓰려고 할 때 과연 참고할 만한 문헌이 몇 개나 있을까. 그런 부실한 역사가 쌓여온 이유도 있을 것이다. 나도 도전해보고 싶긴 한데 엄두가 나지 않는다.”
김 “작가나 평론가가 더 부지런해야 하겠지만 가수들도 본인의 이야기를 책으로 풀어내려는 욕심을 더 냈으면 좋겠다. 프랑스 래퍼들은 조금 인지도 올라가고 연륜 쌓이면 바로 에세이 하나씩 낸다. 그런 책을 통해 그 사람이 어떻게 성장했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가수들은 책을 통해서 자기의 경력을 정리하고 이미지를 만드는 데 소극적인 것 같아 좀 아쉽다. 그렇게만 자료가 쌓여도 충분히 훌륭한 참고문헌이 될 수 있다.”
-책은 많이 팔리지 않고, 온전히 음악서적 번역가로 산다는 건 불가능하다. 아마 인세는 용돈 정도 수준일 것이다. 그런데도 왜 계속 번역을 하나?
배 “절대적으로 나 자신을 위해서다. 나는 음악평론가 일을 오래 하고 싶다. 그러려면 공부는 필수적이고 그렇게 나 자신을 단련하기 위해서 공부하듯이 번역을 한다.”
이 “하루에 한두 쪽씩 번역해 진도를 나가는 재미가 있다. 아마존에서 음악 책을 검색해보는 게 취미인데 수요를 감안하지 않는다면 내고 싶은 책들이 우주처럼 많다. 그 가운데서 10분의 1이라도 내는 게 꿈이다.”
|
흑인음악 레이블 모타운을 다룬 <모타운>을 번역 출간한 김두완씨.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
-이 책들을 읽으면 좋은 이유, 매력을 소개해 달라.
김 “<모타운>에는 수많은 흑인 아티스트가 등장한다. 솔·아르앤비뿐만 아니라 펑크나 록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만날 수 있다. 또 저변에 미국 현대사가 깔려 있어서 교양과 지식을 쌓고 재미도 느낄 수 있는 여러모로 좋은 책이다.”
이 “록 음악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고 외국에서도 록이 끝났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록의 공룡들을 조명하는 작업이 필요하단 생각을 한다. 외국에는 핑크 플로이드를 다룬 책만 20~30종 된다. 그 가운데서 가십이 없고 내용에 충실한 책을 고른 게 <위시 유 워 히어>다. 수많은 인터뷰와 고증 작업이 있어 사료로서의 가치는 최고인 것 같다. 이제는 끝난(해체한) 공룡의 자취를 찾아보기에 이만한 책이 없다.”
배 “<모던 팝 스토리> 같은 책은 나온 적이 없다. 책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1960~70년대 팝 음악이 대중음악의 정점이라는 기존 관점을 부정하고 타격하는 책이다. 대안적인 역사책이라는 관점에서 가치가 있다. 그러니까 굳이 세 책 가운데 순서를 따지자면 <모던 팝 스토리>를 먼저 보는 게 낫다.(웃음)”
김학선 객원기자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