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7.09.11 19:13 수정 : 2017.09.11 20:45

가로 16m, 세로 3m를 넘는 임옥상 작가의 초대형 작품 <광장에, 서>의 일부(가운데 부분).

임옥상, 송창, 고 구본주 등 민중미술 대표작가들 잇따라 전시
촛불항쟁 형상화하거나 분단현장 꽃으로 뒤덮은 임옥상, 송창 신작들
조형성 강렬한 초기작 선보인 구본주 15주기전도 눈길

가로 16m, 세로 3m를 넘는 임옥상 작가의 초대형 작품 <광장에, 서>의 일부(가운데 부분).
1980~90년대에 현실참여적인 작품들을 양산했던 이른바 ‘민중미술’ 작가들의 재조명을 위한 전시가 올가을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80년대 ‘현실과 발언’ 동인 출신으로 민중미술의 1세대 주요 작가 중 하나인 임옥상(67)씨의 신작전(17일까지)이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전관에서, 수십년 동안 비무장지대 등의 분단현장 풍경을 천착해온 송창(65) 작가는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개인전(24일까지)을 열고 있다. 제주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에서는 국내 형상조각의 실력파이자 현실비판적인 군상 작업들로 기대를 모으다 요절한 구본주(1967~2003)의 15주기 회고전이 차려졌다. 국내 대표적인 메이저·중견 화랑들이 꾸린 전시들이고, 민중미술을 컬렉터들의 장기 수집 유행으로 이끌겠다는 노림수도 깔아 주목된다.

가나아트센터 2층 진열장에 나온 임옥상 작가의 작가 노트와 화첩들. 관찰한 사물, 풍경에 대한 꼼꼼한 묘사와 채색, 정갈하게 쓴 감상글들이 보인다.
임옥상 신작전은 지난 연말과 올해 초 한국을 달군 광장의 촛불시위를 기념비적 대작으로 형상화하려 한 작품들이 핵심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시국비판적인 현장 작업, 퍼포먼스 등을 펼쳤던 작가의 현장 작업들이 전시를 제안한 이호재 가나아트센터 회장의 마케팅에 힘입어 대작들로 빚어져 나왔다. 촛불 광장의 다기했던 현장 상황들을 108개의 작은 화폭에 그려 모은 가로 16m가 넘는 초대작 <광장에, 서>와 청와대 뒤편의 북악산 산세를 배경으로 흰색과 분홍색의 꽃 무리가 펼쳐지는 <여기 흰꽃>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특유의 흙 재료가 빚어내는 질감과 독특한 형상, 색조의 대비 속에 대작들 사이로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까지 들려주는 공감각적 연출력이 돋보인다. 문재인, 김정은, 박정희, 트럼프 등의 대형 가면 인형이 북핵 위기 보도영상과 함께 배치된 <가면무도회>도 눈에 들어온다. 작가의 강점이자 한계로 꼽히는 순발력과 재기 못지않게 전시에서 돋보이는 건 2층 진열장 한켠에 놓은 노트와 화첩들. 관찰한 사물, 풍경에 대한 꼼꼼한 묘사와 채색, 정갈하고 진솔한 감상글들은 그가 치밀한 관찰과 사고를 하는 작가임을 보여준다.

송창 작가가 전시장에 내보인 신작 <수상한 꽃술>(2017).
학고재의 송창 개인전 ‘꽃그늘’은 임진강변 연천, 철원 등의 비무장지대 부근을 주된 배경으로 80년대부터 꾸준히 풍경 연작을 그려온 작가의 신구작들을 함께 부려놓았다. 탱크 화폭 위에 인공 조화를 뒤덮은 초현실적인 구도의 대표작 <수상한 꽃술>을 비롯해 죽음과 삶, 이념과 현실의 경계 사이를 넘나드는 작가 특유의 풍경 연작들이 분단 현실에 대한 새로운 시각적 감흥을 일으키고 있다.

제주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의 15주기전에 처음 공개된 고 구본주 작가의 87년 작 <힘>의 측면상. 대학 1학년 때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형상에 응축된 힘과 조형성이 강렬하다.
제주 아라리오 동문모텔의 구본주 추모전 ‘아빠 왔다’는 2000년대 이후 직장인 같은 소시민의 애환을 담은 형상조각으로 널리 기억되는 고인의 연대기적 작품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사는 게 뭔지> 같은 익히 알려진 2000년대 작품들 외에 87년 대학 1학년 때 만든 인체 조각 <힘> 등의 낯선 초기작이 주목된다. 대학 1학년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형상에 응축된 힘과 조형성이 강렬하게 다가오는 <힘>은 스승이었던 요절 조각가 류인과 독일 표현주의 조각가 바를라흐의 영향이 묻어나오는 수작이다. 이외에도 90년대 파업하는 노동자 군상을 소재로 만든 미니어처와 등신대 크기의 파업 연작들도 나와 있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