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9.12 18:53
수정 : 2017.09.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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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음반이 100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음악팬들의 관심을 받아온 신중현의 작편곡집 음반 3개가 최근 재발매됐다. 왼쪽부터 지연, 양희은, 박광수의 앨범. 박광수 앨범 표지에 ‘빗속의 여인’이 ‘빗속의 연인’으로 잘못 표기돼 나온 게 눈길을 끈다. 김학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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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현 작편곡집 3종 재발매
1970년대 ‘더 멘’ 연주 참여하며
사이키델릭 사운드의 정수 담아
‘신중현사단 희귀반’ 수집가 자극
솔·블루스 천착한 박광수부터
지연·양희은의 매력적 목소리와
특유의 몽환적 스타일 어우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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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음반이 100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음악팬들의 관심을 받아온 신중현의 작편곡집 음반 3개가 최근 재발매됐다. 왼쪽부터 지연, 양희은, 박광수의 앨범. 박광수 앨범 표지에 ‘빗속의 여인’이 ‘빗속의 연인’으로 잘못 표기돼 나온 게 눈길을 끈다. 김학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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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현 작편곡집’은 마법과 같은 말이다. 1970년대 초반에 이 말이 음반 표지에 쓰여 있다는 건 음악을 들어보지 않고도 그 음반을 믿고 살 수 있다는 뜻이었다. 신중현의 손길이 닿은 모든 ‘신중현 작편곡집’은 하나같이 마법처럼 놀라운 음악의 순간을 담고 있었다. 자신의 앨범은 물론이고 다른 가수를 위해 만들어준 앨범에서 더 빛날 때도 있었다.
그 음악들이 알려진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일반 대중뿐 아니라 음반 관계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이름이 표기된 오리지널 음반은 굉장한 고가에 거래된다. 신중현이라는 이름을 믿고 한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의 수집가도 구매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귀한 만큼 비싸다 보니 유명한 몇몇 작품들 말고는 그의 음악을 쉽게 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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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현.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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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럽게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신중현 관련 작품들이 재발매되고 있다. 최근에도 3종의 신중현 작편곡집이 다시 모습을 보였다. ‘신중현 사단’의 대표적인 보컬리스트였던 박광수의 독집과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가수 지연, 그리고 당시 포크 가수로 명성을 떨치던 양희은의 앨범이다. 모두 신중현이 작곡하고 편곡하고 연주한 작품이다. 경매 시장에서 고가에 거래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박광수는 불운한 음악 인생을 산 가수다. 신중현의 명곡인 ‘아름다운 강산’을 처음 부른 가수로 이름을 알렸지만 음악 생활은 평탄하지 못했다. 신중현의 지원 아래 1973년 첫 앨범 <마른 잎/빗속의 여인>을 발표했지만 ‘왜색 창법’이라는 황당한 이유로 앨범의 노래는 모두 방송정지 당했다. 음반은 전량 수거되며 구하기 가장 어려운 음반 가운데 한 장이 되었다. 한 경매 사이트에서 160만원에 음반이 낙찰된 건 유명한 일화다.
‘왜색 창법’이 황당한 이유인 건 박광수의 목소리가 동양에서 찾기 힘든 중저음의 보컬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 매력적인 목소리를 갖고 솔·블루스에 천착했다. <마른 잎/빗속의 여인>에서도 느릿느릿 자신의 스타일로 노래한다. ‘마른 잎’, ‘빗속의 여인’ 같은 익숙한 노래들이 그의 목소리와 함께 더 멘의 연주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번 재발매작들이 특별한 건 신중현이 당시 이끌고 있던 밴드 ‘신중현과 더 멘’이 연주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신중현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대표하는 밴드 더 멘은 몽환적인 연주로 앨범에서 큰 역할을 한다. 지연은 신중현이 키운 김추자, 김정미, 펄 시스터즈 등의 여성 가수에 비해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그만큼 보컬의 매력은 크지 않지만 더 멘의 연주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특히 앨범의 후반부를 장식하고 있는 ‘그리운 그 님아’와 ‘안개 속의 여인’의 사이키델릭 사운드가 주는 감흥은 무척이나 크다.
양희은과 신중현의 만남은 쉽게 연상이 안 되지만 당대 인기 가수와 인기 작곡가의 만남이었다. 양희은의 기반인 포크 음악에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더해 양희은 특유의 맑고 낭랑한 목소리와 몽환적인 사운드가 어우러진 독특한 작품이 만들어졌다. 앞면이 신중현의 곡으로 채워졌다면 뒷면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조동진의 ‘작은 배’,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 등이 수록돼 있다. 세 장의 음반 모두 시디와 엘피(LP)로 재발매됐다.
김학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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