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7.09.17 17:19 수정 : 2017.09.19 09:00

‘추상’전에 출품된 최윤 작가의 휴대폰 영상작품 <1-30-1-30: 안으로 굽은 팔과 핸드폰 살리기>. 인형을 상대로 인공호흡 훈련을 하는 사람들의 규칙적인 동작을 코믹한 구도로 보여주면서 일상적 이미지의 상투성을 패러디한 작품이다.

김시습 기획자가 만든 젊은작가 4인전 ‘추상’
상(象)을 떼어낸다는 추상의 본디 말뜻에 착안
이미지 범람 시대 미술이 이미지 다루는 방식 짚어보기
다큐, 애니메이션 등 다장르 이미지 4차원적 재구성

‘추상’전에 출품된 최윤 작가의 휴대폰 영상작품 <1-30-1-30: 안으로 굽은 팔과 핸드폰 살리기>. 인형을 상대로 인공호흡 훈련을 하는 사람들의 규칙적인 동작을 코믹한 구도로 보여주면서 일상적 이미지의 상투성을 패러디한 작품이다.
아사하라 쇼코. 1995년 일본 도쿄 지하철 독가스 테러사건을 일으킨 옴진리교의 악명 높은 교주다. 덥수룩한 구레나룻을 한 그가 앉은 채로 공중부양해 통통 튀어오르고, 주위의 사람들이 놀라워하며 아사하라를 경배하는 애니메이션이 미술판에 등장했다.

이 황당한 실소를 자아내는 동영상은 서울 서교동 청년 전시공간 합정지구에서 볼 수 있다. 이달 1일부터 열리고 있는 젊은 작가 4인의 기획전 ‘추상’에 나온 김웅용 작가의 영상작품 <정크(Junk)>의 화면에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온라인에 떠도는 옴진리교 홍보 영상에서 따온 것으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68년작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장면,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90년대 휴거종말론 소동을 담은 보도 영상들과 짜깁기되어 혼란스럽게 눈길을 파고든다. 이미 옛것이 되어버린 과거의 종말과 미래에 관한 기억과 상상의 실체들을 기묘한 구성으로 보여주고 있다. 젊은 기획자 김시습씨가 만든 이 <추상>전은 김 작가의 영상처럼 세상 사람들이 짐작조차 하지 못하는 온라인의 희한한 이미지, 영상들을 포착한 젊은 작가들의 생경하면서도 코믹하고 스산한 작업을 짚어 보여주는 작품마당이다. 김 기획자는 흔히 형상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추상이란 개념을 ‘상(象), 곧 이미지를 떼어낸다’는 원래의 의미에 집중해 비틀었다. 이미지 범람의 현시대 이미지의 의미를 되묻는 전시판을 만들어보려 했다는 말이다.

지하공간에서 상영중인 김웅용 작가의 단채널 영상물 <정크(Junk)>. 작가는 1990년대 시한부 종말론 휴거소동을 담은 각종 보도 영상과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같은 에스에프 영화 등의 영상, 사운드 일부를 짜깁기하거나 뒤섞어 종말과 미래의 관한 과거의 상상을 혼란스럽게 보여준다.
작품을 출품한 김 작가와 권세정, 임영주, 최윤 작가는 영상 설치를 주로 하는 청년미술인들이다. 원 출처를 모른 채로 인터넷 등에 떠도는 미편집 상태의 정체불명 영상을 주물러 작품 재료로 쓰는 ‘파운드푸티지’ 작업을 상당수 내놓았다. 권세정 작가는 추적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온 미제사건 피해자들의 충격적인 이미지들만 모아놓은 사이트를 찾아내 그 이미지들을 조각조각 모아 컴퓨터의 그럴듯한 배경화면으로 연출했다. 멍이 들거나 상처를 입은 피해자들의 몸이 흐릿한 이미지로 화면 위를 떠다니는 모습은 섬뜩한 감정을 자아낸다. 최윤 작가는 인형을 상대로 인공심폐 호흡훈련을 하는 동네 아줌마들의 규칙적인 동작과 그들의 육성을 코믹한 구도로 재구성하면서 일상적 이미지의 상투성을 패러디하기도 한다. 미신 등의 종교적 체험을 언어, 미디어, 과학의 속성과 연결시키고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는 일상의 이미지들을 뒤틀어 다시 보게 하거나,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운 복잡다단한 이미지들을 뜯어보는 등 동시대 젊은 작가들의 결 다른 감각과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김시습 기획자는 “이미지가 숨가쁘게 넘쳐흐르는 지금 헬조선에서 잠시 숨돌리고 이미지들을 거울처럼 떼어놓고 비춰 보는 시공간을 꾸려보려 했다”고 말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신진미술인 전시 지원 프로그램 중 하나다. 30일까지. 010-9045-3885.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합정지구 제공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