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0.05 10:56
수정 : 2017.10.0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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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 KEYSTONE/Martin R?ts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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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출신 작곡가로 유럽 음악계에 큰 영향
스위스·독일 오가며 활동…후학 양성에도 발군
음악에 인본주의적 성찰담아 음악계의 노벨상 ‘지멘스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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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 KEYSTONE/Martin R?ts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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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2일 스위스 작곡가 클라우스 후버(사진)가 이탈리아 자택에서 별세했다. 그는 약 두 달 뒤, 11월 30일 93번째 생일을 맞이할 예정이었다. 유럽 문화계는 유럽 음악의 큰 별을 잃은 것에 심심한 애도를 표하고 “고이 잠드소서”라는 라틴어 어구의 줄임말 R.I.P (Requiescat in pace)의 이니셜을 서두로 하는 칼럼과 뉴스를 전했다.
클라우스 후버는 1924년 11월 30일 스위스 베른에서 태어났다. 스위스와 독일에서 공부하였고, 일찍이 작곡가로서 명성을 떨쳤다. 1960년부터 1991년 약 30여 년 스위스와 독일에서 교수로서 재직하고, 현재 왕성한 활동과 작곡가로서 손에 꼽히는 수많은 음악인을 배출했다. 브라이언 퍼니호우, 볼프강 림, 재독 여성 한국 작곡가 박영희, 도시오 호소카와, 카이야 사리아호 등이 클라우스 후버 스승으로부터 작곡을 배우고 끈끈한 사제 인연을 이어가는 음악계의 주요 인물들이다. 그는 작곡가이며 더불어 인본주의자라고 명명된다. 음의 세계뿐 만 아니라, 그분의 삶에 녹아 있는 철학과 삶을 직·간접으로 체험한 사람이라면 이러한 명명에 모두가 수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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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음악인들의 노벨상이라고 일컬어지는 지멘스상을 수상한 클라우스 후버와 부인인 작곡가 박영희씨. ? Bild: Verena Kathrein/Fritz B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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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을 기반으로 기존 형식을 탈피하여 모색된 12음렬 기법을 순열화 시킨 안톤 베번의 음렬주의 작곡법을 확대하고, 1980년부터 몰두하던 아랍 지역, 이슬람 전통 음악과 문화를 선율과 화음 속에 융합시켰다. 또한, 라틴 아메리카와 아시아 음악에 관심을 쏟아, 유럽 작곡가의 기존 방식과는 달리 미분음과 자연음의 최대 투명성을 음과 음 사이에 상감시켰다. 특히, 클라우스 후버는 종교적 텍스트와 철학 사상의 상호성을 자주 작곡에 도입하였는데 이는 신본주의에 입각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종교로 인하여 생기는 철저하고 돈독한 평등사상을 근원으로 강한 인간애를 표출했다.
저명한 수많은 음악상을 받고 특히, 2009년 음악인들의 노벨상이라고 일컬어지는 지멘스 상 (Ernst von Siemens Musikpreis) 을 받았다. 연이어 같은 해 독일 라이프치히국립음악대학교에서 명예박사를 받았다. 생전에 150여 작품을 발표했다. 작품마다 꾸짖고 달래는 클라우스 후버의 고유한 소리로 교훈을 준다.
2003년 1월과 11월 두 차례 클라우스 후버는 쾰른 대학교 음악학 연구소에 초대되어 그의 작품 연주와 작곡 세계에 관하여 강의했다. 세계 각국에서 행해지는 강한 자들의 횡포와 부당함에 대하여 그리고 이에 의한 약자들의 설움과 고통, 인간의 존엄성을 토론했으며, 강의 도중 목이 메어 눈물을 흘리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추석을 보내시는 한국 문화, 음악계를 향하여 인본주의에 뿌리를 내리고, 작곡에 평생을 몰두하던 클라우스 후버 교수 타계 소식을 알립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글· 노유경/음악학 학자(Dr. Yookyung Nho-von Blumroeder)
<이 글은 독일에서 음악학 학자로 활동하며 독일 본대학과 퀼른시립음악학교에서 강의하는 노유경 박사 클라우스 후버의 별세를 애도하며 보내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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