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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0.25 16:43 수정 : 2017.10.27 10:34

제19회 김상열연극상을 수상한 연출가 최진아 대표(극단 놀땅)가 18일 오후 서울 동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김상열연극상 수상 최진아 인터뷰】

단원교 기억교실 존치 문제 다룬
‘오이디푸스’로 수상

“양쪽 입장 같은 무게로 담고
관객이 직접 판단 내리도록 유도
배우들이 책상 치우던 장면서
자리 지킨 루마니아 관객 인상적”

제19회 김상열연극상을 수상한 연출가 최진아 대표(극단 놀땅)가 18일 오후 서울 동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안산 단원고의 ‘기억교실’ 존치 문제를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에 빗대 풀어낸 연극 <오이디푸스-알려고 하는 자>는 최진아 대표(극단 놀땅)에게 세가지 상을 안겼다. 공연과이론작품상(2016), 루마니아 바벨페스티벌 연출상(2017) 그리고 김상열연극상이다. 최 대표는 2004년 <연애얘기아님>으로 데뷔 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연출가로, 공연 중 무대 위에 집을 세웠던 <1동 28번지 차숙이네>는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제19회 김상열연극상 시상식을 닷새 앞둔 지난 18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최 대표를 만났다.

-수상을 축하한다.

“너무나 큰 영광이다. 개인적으로는 해외에서 상을 받는 것보단 국내에서 상을 받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계속 연극을 해도 되는 걸까’ 자문하게 되는데, 동시대 연극인들로부터 인정받는 것 아닌가? 힘내라고 격려받는 느낌이다. 그런데 예전엔 사실 상을 받고 나서도 아쉬움이 있었다. 루마니아에서 연출상을 수상하고 나서 8월에 ‘문화역서울 284’(옛 서울역사)에서 재공연한 적이 있었다. 수상 뒤라 나름 기대를 했는데, 수상 결과가 관객유 치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더라. 개인 극단이 관객을 모으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심사평 중 ‘자연과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는 부분에 눈길이 갔다. (올해 김상열연극상 심사위원들은 최 대표에 대해 ‘자연과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우상을 제거하고 있는 그대로의 실제와 맞닥뜨리려는 용기와 실천력을 가진 예술가’라고 평했다)

“자연과학을 전공해서, 실은 국문학도에 대한 부러움, 인문학도에 대한 열등감이 있다. 그들이 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고민하던 시기에 나는 세포와 관절공부를 했고, 그래서 사회·역사·정치 같은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하다. 인문학적 상상력도 부족하고. 그런 자격지심이 있다.”

-반대로 자연과학을 전공해 유리한 장점도 있었을 텐데.

“인간 관계에서 일어나는 역학은 파악하기 어렵지만, 대신 다른 부분을 예민하게 보지 않을까 싶다. 대상에 대해서 접근하는 방식도 다르고. 일례로 집을 소재로 작품을 만들 때 사람들은 가족의 이야기를 주로 할 텐데, 나는 집의 구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식이다. 물질적인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도 빠르다.”

-‘정치·사회적 이슈를 다룬 작품’이라는 점이 수상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나?

“그동안 블랙리스트라는 암울한 사건도 있어서, 사회적 이슈를 다룬 공연들이 많이 상연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게 김상열연극상 취지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지난해 수상자인 윤한솔씨가 사회문제를 전투적으로 다루긴 하지만, 이전 수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그리고 ‘사회적’이라는 게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싶다. 사회적이지 않은 연극이 어디 있나. 그건 연극이 가진 기본적 속성이다. 개인을 그려도 결국은 사회상이 녹아있기 마련이고, 동시대 작가의 글은 언제나 사회적일 수밖에 없다.”

-<오이디푸스>는 세월호, 기억교실의 존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인데, 반드시 존치하자는 주장이라기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보였다.

“나는 기억교실을 존치하자는 이야기를 하려 했지만, 옮기자는 이들의 절박함 역시 귀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양쪽의 입장을 같은 무게로 보여준 뒤 관객이 판단하도록 했다.

-관객이 참여하는 공연이라 돌발상황도 있었을 것 같다.

“‘문화역서울 284’(옛 서울역)에서 공연을 할 때 한 관객이 우렁찬 목소리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우리가 기억교실을 지켜야 합니다’라고 외쳤다. 이 작품은 한쪽의 주장을 강변하는 게 아니라, 두 입장을 다 생각해보자는 게 목적인데, 그 관객이 너무 배우처럼 말하다 보니, 다른 관객들이 그분의 ‘존치’ 주장을 이 작품의 주제로 오해하게 됐다. 마치 기억교실을 지키지 못하고 침묵하는 건 잘못이라고 꾸짖는 공연처럼.

-다른 공연 때는 아무 일이 없었나?

“공연 마지막에 배우들이 책상을 치우는 장면이 있다. 기억교실을 옮기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6월 루마니아에서 공연할 때, 한 관객이 자리를 안 비켜주는 일이 있었다. 자리를 지킴으로써, 기억교실을 남겨둬야 한다는 무언의 주장인 셈이었다. 인상적인 관객이었다. 사실 루마니아 공연은 사정이 굉장히 열악해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던 공연이었다. 개런티도 적고, 현지 스태프도 없었다. 최종 리허설도 한 번밖에 하지 못했는데, 좋은 성과를 거둬 다행이다.

-창작할 때 배우들에게 도움을 받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배우들에 대한 감사 인사를 꼭 전하고 싶다. ‘기억교실을 존치할 것인가, 말 것인가’로 갈등하는 연극을 하기로 마음먹고 배우들에게 말했을 때, 배우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렸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생각이 깊어지게 됐다. 뿐만 아니다. 무대화하는 과정에서 배우들의 아이디어로 채워진 장면도 많다. 일례로 극 중에 오이디푸스를 따라 다니는 소년이 있는데, 처음에는 그 소년의 비중이 적었다. 그런데 작품 분석을 하는 과정에서 배우들이 그 점을 지적했고, 그들이 제안으로 비중을 키웠고, 결과적으로 작품이 더 나아졌다. 아울러 스태프에 대한 감사 뜻도 전하고 싶다. <오이디푸스>는 관객들이 가만 앉아서 보는 공연이 아니다. 그런데 이를 실행하려면 배우뿐만 아니라 스태프들의 동의도 필요하다. 일례로 관객을 시민으로, 극장을 광장으로 만들고 싶어도, 무대 디자이너가 그걸 구현해주지 못하면 할 수가 없는 것 아닌가. 배우와 스태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공연이다.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하고 싶나?

“당장 준비 중인 작품은 삶의 기반인 고향을 등지고 다른 땅을 선택해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삶의 근거지를 떠난다는 건 그곳에서 절망을 경험했기 때문 아닐까. 하지만, 막상 찾아간 곳에서도 차별과 소외감을 느끼게 될 것 같다. 그런 이야기를 다룰 생각이다. 한편으로는 사회성이 옅은 굉장히 개인적인 연극도 해보고 싶다. 살바도르 달리나 르네 마그리트 그림과 같은 초현실적인 작품도 해보고 싶다.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리지는 않으려 한다. 연극을 할수록 어떻게 중심을 갖고 연극을 계속해나가느냐가 중요하게 느껴진다. 김일송 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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