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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1.09 11:52 수정 : 2017.11.09 13:45

늦가을 서울 북촌에서는 개성과 내공 번득이는 중견작가들의 신작전을 만날 수 있다. 눈맛나는 수작 전시들을 간추렸다.

‘말러와 눕다’전에 선보인 배형경 작가의 인체상 신작들.
말러 교향곡처럼 섰다가 눕는다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들은 죽음의 그늘과 삶의 광채 사이에서 진동한다. 중견조각가 배형경씨는 평생 섰다 누웠다를 숙명처럼 되풀이하는 인간의 몸으로 말러 음악을 형상화한다. 서울 통의동 갤러리 시몬에 차려진 신작전 ‘말러와 눕다’는 곳곳에 사지를 벌리고 눕거나 몸을 움츠린 인체상 신작들이 나타난다. 얼굴이 뭉개진 듯한 이 인물상들의 형상을 통해, 평생 산 자의 고통을 느끼며 작곡했던 말러의 선율이 덩어리로 육화되어 다가오는 경험을 할 수 있다. 11일까지. (02)549-3031.

백범영 작가의 2015년작 <상설>(賞雪).
백두대간 소나무의 ‘야성’을 그렸다

백두대간 산줄기 곳곳에 뿌리박으며 야성을 내뿜는 소나무들의 기운을 작가는 그림 속에 ‘웅숭깊은 맛’으로 담는다. 한국화가 백범영씨의 신작전 ‘묵송’(墨松)은 소나무의 세세함과 기운생동을 함께 붙잡으려는 욕망으로 꿈틀거린다. 4년여 전 시작한 백두대간 기행 중 마주친 소나무들은 등걸의 기기묘묘한 뒤틀림과 바위결 같은 이미지의 솔잎 뭉치들이 되어 그림을 뒤덮고 있다. 13일까지 서울 팔판동 한벽원갤러리. (02)732-3777.

전시장에 나온 엘 아나추이의 2015년작 <리허설>.
사람과 사람의 인연을 잇는 병뚜껑 미술

자세히 보니 반전이다. 서울 소격동 갤러리 바라캇 서울에 차린 가나 출신의 설치미술 대가 엘 아나추이(73)의 신작은 관객을 놀라게 한다. 금빛 은빛 반짝거리며 표면이 너울지는 태피스트리(직물 예술품) 모양의 조형물이지만, 모두 서구에서 수입된 술병의 뚜껑을 엮어 만든 재활용 예술이다. 인간의 손을 탄 뚜껑들을 엮어 그 사물에 깃든 인연과 이야기, 시간을 잇겠다는 발상이 온기를 느끼게 한다. 26일까지. (02)730-1949.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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