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2.03 15:17
수정 : 2017.12.03 19:52
공정성·다양성·전문성 논란 여전
비공개 심사위원단 점수에 숨어
아이돌 상 나눠주기 관행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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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이스 ‘시그널’ 티저 사진. 트와이스 공식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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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11월25일)과 일본(11월29일)을 거쳐 홍콩(12월1일)까지, 개최 이후 처음으로 3개 지역에서 열린 ‘2017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 이하 마마)’가 막을 내렸다.
트와이스가 ‘시그널’로 마마에서 ‘올해의 노래상’을 받자 커뮤니티마다 남은 ‘올해의 앨범상’과 ‘올해의 가수상’을 엑소와 방탄소년단이 나눠 가질 것이라는 예상 글이 올라왔다. 실제로 올해의 앨범상은 엑소가, 올해의 가수상은 방탄소년단이 수상했다. 이런 예상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마마는 대대로 주요 부문 상을 나눠줘왔고, 마마의 전통(?)처럼 되어버린 지 오래다.
트와이스의 ‘시그널’ 얘기로 돌아가보자. 트와이스가 ‘시그널’로 올해의 노래상을 받자 많은 이들이 의문을 표했다. ‘왜 ‘낙낙’(Knock Knock)이 아니고 ‘시그널’인 거지?’ 트와이스의 또 다른 노래 ‘낙낙’은 ‘시그널’보다 음원 성적도 더 좋았고 유튜브 조회 수도 훨씬 많다. 한마디로 더 인기가 많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낙낙’ 대신 ‘시그널’이 후보에 올라 상을 받았다.
물론 심사위원단에서 ‘시그널’이 ‘낙낙’보다 음악적으로 더 우수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설명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보도자료는 물론이고 누리집에도 왜 ‘시그널’이 후보에 올랐고 다른 노래들을 제치고 상을 받았는지 선정 이유가 전혀 없다. 그래서 왜 음원 성적과 투표 집계에서 1위를 차지한 청하를 제치고 프리스틴이 ‘신인상’을 받았는지도 알 수 없고, 더 나아가 신인상과 ‘베스트 오브 넥스트 상’과 ‘디스커버리 오브 더 이어 상’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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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에서 올해의 앨범상을 받은 엑소. 마마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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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심사위원단 점수’라는 만능 카드가 있다. 마마는 모든 부문 심사 기준에 심사위원단 점수를 30~40% 적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심사위원이 누군지는 전혀 알 수 없고, 점수가 어떻게 배분되는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수상자 선정은 투명하지 못하게 됐고, 투표나 차트 성적을 뒤집는 공정성 시비가 일면 심사위원단 점수 뒤에 숨을 수 있게 됐다. 마마는 결과에 반영된다며 팬덤 투표를 유도하지만 눈에 보이는 지표와 다른 결과가 나올 때는 심사위원단 점수를 내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마마는 “보다 전문성 있는 심사를 위해” 노력했다고 말한다. 말뿐인 결과를 믿을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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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에서 올해의 가수상을 받은 방탄소년단. 마마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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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웅 엠넷 음악 본부장은 시상식 개최 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마마를 한국의 그래미 혹은 그보다 더한 행사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지금의 마마는 ‘절대’ 한국의 그래미가 될 수 없다. 공정성뿐 아니라 그래미와 비교조차 하기 부끄러운 다양성과 전문성 부족 때문이다. 그래미의 80개가 넘는 장르별 시상 대신 마마는 ‘베스트 오브 넥스트 상’, ‘디스커버리 오브 더 이어 상’처럼 말장난 같은 부문을 만들고 골고루 달래듯 상을 준다.
‘장르’라고 부를 만한 부문은 지금 인기있는 ‘힙합’ 말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아이돌 외에 다른 장르의 음악가들은 거의 찾을 수 없고, 일렉트로닉이나 재즈, 헤비메탈 대신 ‘밴드’나 ‘컬래버레이션’을 장르라 말하는 시상식이 지금의 마마다. 잔인하지만 솔직하게 말하자. 공정성도 없고 전문성도 없는 시상식을 ‘한국의 그래미’라 말할 때 얻을 수 있는 반응은 조소밖에 없다.
김학선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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