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8.02.05 08:00 수정 : 2018.02.05 09:24

사진작가 박영숙. 한미사진미술관 제공

사진가 박영숙의 작품세계

사진작가 박영숙. 한미사진미술관 제공
대학 사학과에 입학해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한 박영숙(77)은 사진작가이자 페미니스트, 여성문화 활동가로 잘 알려져 있다. 1966년 첫 개인전 이후 이번까지 13차례의 개인전을 열었고, 사진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트렁크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잡지사 사진기자로 일했던 그는 초반부엔 흑백 스트레이트 사진 위주의 작업을 했다.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알린 전시회는 1981년 열린 ‘36명의 포트레이트’였다. 암으로 죽을 고비를 넘긴 작가는 농구선수 박신자, 가수 한영애, 연극인 박정자, 건축가 김원 등 같은 연배의 지인들을 등장시켜 “의미있는 삶, 의미있는 나이로 현재를 책임지고 나아가는 존재”들을 기록했다.

1988년 시인 천양희·김혜순·고정희 등과 화가 윤석남·김진숙·정정엽 등과 함께한 ‘우리 봇물을 트자’ 전시 참여를 계기로 ‘여성미술연구회’에 가입하고 ‘또 하나의 문화’, ‘현실문화연구’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인다. 박영숙의 대표적인 작품인 <미친년 프로젝트>(1999~2005년)는 이런 페미니즘 이론 학습과 실천을 토대로 탄생했다. 박 작가는 친구·친척 등 가까운 이들을 분장시켜, 빼앗긴 아이를 잊지 못해 정신줄을 놓아버린 젊은 여성, 멍한 표정으로 담장 안 꽃나무를 들여다보는 중년 여성, 생선을 손질하다 넋이 나간 여성 등을 연출했다. 사회적 억압으로 받은 상처, 그럼에도 자신의 욕망을 따라 살아가려는 열정을 담은 이 작업은 ‘여자들을 미치게 만드는’ 세상에 대한 풍자였다. ‘갇힌 몸 정처 없는 마음’, ‘오사카와 도쿄의 페미니스트들’, ‘꽃이 그녀를 흔들다’ 등 9개 연작으로 이뤄진 <미친년 프로젝트>는 “동료 페미니스트들의 폭넓은 공감대를 얻으며 자매애에 기반한 자가발전적 페미니즘 프로젝트로 확장돼 나갔다”(미술평론가 김홍희).

이제 박영숙은 ‘두고 왔을 리가 없다’를 시작으로 ‘여성 서사 여성 사물’이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항해 중이다. 박영숙은 “늙은 여성들의 이야기와 그녀들의 은밀한 물건들을 통해 나이듦을 재해석하고 가치를 찾아가는 작업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