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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2.08 19:15 수정 : 2018.02.08 22:32

[짬] 한지개발원 김진희 상임이사

‘민주화·시민사회운동 1세대’에서 한지 지킴이로 변신한 김진희 한지개발원 상임이사가 원주 한지로 겨울올림픽 종목을 표현한 닥종이인형(작가 김영애)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한지개발원 제공

평창올림픽 개최도시는 평창·강릉·정선이다. 강원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원주는 배후도시다. 경기가 열리진 않지만 개최도시 옆에서 숙박 등 올림픽 성공 개최를 지원하는 구실을 한다. 특히 원주는 수도권에서 평창·강릉을 가는 길목이다. 원주 케이티엑스(KTX) 만종역에서 올림픽 개·폐막식과 설상 경기가 열리는 평창 진부역까지 30분이면 갈 수 있다. 그래서 원주는 올림픽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원주를 찾을 올림픽 손님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강원도, 원주시가 ‘올림픽’과 ‘원주 한지’를 주제로 ‘2018 한지축제―겨울(Winter)’을 준비했다. ㈔한지개발원이 주관하는 이 축제는 8일 시작해 패럴림픽 대회가 끝나는 3월18일까지 원주한지테마파크에서 진행된다. 김진희(54) 한지개발원 상임이사를 7일 만나 올림픽과 원주 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사실 원주에선 ‘민주화·시민사회운동 1세대’로 더 유명하다. 고향인 원주에서 대학까지 마친 그는 1991년 원주민주청년회 초대 회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시민사회운동에 뛰어들었다. 이후 1998년 원주참여자치시민센터(옛 원주시민연대) 초대 사무처장과 2005~2009년 원주시민연대 대표 등을 지냈다.

원주 고향 민주화운동 1세대
시민운동 하다 원주한지 발견
한지문화제 만들고 개발원도
상하이 등 해외문화제도 9회

평창 인근 원주서 3월18일까지
닥종이 인형전 등 ‘한지축제’

‘민주 투사’ 김 상임이사가 원주 한지와 인연을 맺게 된 건 1990년대 중반 최규하 전 대통령 생가 복원 반대 투쟁을 하면서부터다. 당시 시는 원주 봉산동에 있는 최 전 대통령 생가를 복원하려 했다. 그는 “당시 원주는 ‘군사도시’라는 이미지만 갖고 있었다. 최 전 대통령 생가 복원 반대 투쟁을 하면서 ‘지역의 정체성이 얼마나 없으면 시에서 이런 사업까지 하려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원주 한지로 만든 겨울 올림픽 종목 경기 모습.
그러다 발견한 것이 원주 한지다. 원주는 예부터 한지 원료인 닥나무가 지역 주산물이라는 기록이 세종실록지리지에 기록돼 있는 등 한지의 본고장으로 알려졌다. 조선시대 강원도의 관찰사가 직무를 보던 강원감영도 원주에 있었다. 자연스레 행정관청과 기관에 종이를 공급하기 위한 한지 공장이 생겨나 번성했고 인쇄문화도 발달했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15개 이상의 한지 공장이 원주 한지의 전통을 이어왔다. 하지만 1970년대 양지(서양종이)가 들어오면서 원주지역 한지 공장은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고, 1980년대 중반에는 2곳만 남게 됐다.

지역의 정체성을 되살리기 위해 그가 처음으로 한 일은 1999년 원주한지문화제 만들기였다. 그가 사무처장을 맡고 있던 원주참여자치시민센터가 중심이 돼 한지 명맥을 이어오던 장인을 찾아 축제를 열자고 설득하고, 한지에 관심을 갖고 있던 사람을 찾아 원주한지문화제위원회를 꾸렸다. 이 위원회의 초대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김 상임이사는 “당시 서울 인사동에 가면 무슨 무슨 지업사가 아니라 ‘원주 한지’라는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하는 매장이 있을 정도로 한지 분야에선 명성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정작 원주에선 원주 한지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 우선 원주시민에게 원주 한지를 알리자는 마음에서 문화제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첫 문화제에서 원주 한지의 가능성을 확인한 그는 2001년 원주 한지 부흥을 책임질 전담조직인 한지개발원을 설립했다. 또 소프트웨어인 한지문화제의 안정적인 개최와 교육, 전시 등을 위해 하드웨어인 한지테마파크까지 만들었다. 한지개발원은 해마다 한지문화제와 대한민국한지대전, 한지패션쇼 등을 열고 2016년 일본 오사카에 이어 2017년 중국 상하이 등 지금껏 9차례나 국외에서 한지문화제를 여는 등 한지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이번에 선보일 ‘2018 한지축제―겨울’을 통해 스포츠와 문화가 결합된 ‘문화올림픽’의 진수를 선보이겠다는 욕심을 갖고 있다. 대표적인 행사가 ‘평창겨울올림픽―닥종이인형’이다. 아이스하키와 컬링, 스켈레톤, 피겨스케이팅, 루지 등 각종 겨울올림픽 종목을 원주 한지로 만든 닥종이 인형으로 재미있게 표현했다.

강원도를 대표하는 한지 거장 3명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강원도의 재발견’도 눈길을 끈다. ‘한지 작업 1세대’로도 유명한 함섭·한기주·정경연 작가의 작품 30여점이 전시돼 있다. 작품 대부분이 100~200호 정도로 규모가 있다.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9~13일에 한지로 다양한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와 만나 직접 한지공예를 배우는 ‘아티스트 워크숍’이 무료로 진행된다. 한지 팝업북과 평창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반다비를 표현하는 한지 그림엽서, 휴대용 한지 거울 등도 만들 수 있다.

“원주 한지는 시민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어요. 문화로도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시민사회운동의 하나인 셈이죠. 문화올림픽으로 치러지는 평창올림픽도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사진 한지개발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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