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5.01 05:01
수정 : 2018.05.0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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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을 배경으로 연주하는 재즈 베이시스트 정수민. 정수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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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시스트 정수민 인터뷰-
최근 연주음반 ‘신자유주의’로 눈길
구룡마을 삶 담은 ‘강남 478’ 등 수록
젠트리피케이션 현장 찾아 연주도
“상생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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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을 배경으로 연주하는 재즈 베이시스트 정수민. 정수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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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판자촌 사이를 한 청년이 등에 커다란 악기를 진 채 걷고 있다. 재즈 베이시스트 정수민(27). 등에 있는 악기는 콘트라베이스고, 그가 걷는 곳은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이라 불리는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이다. 재즈와 판자촌, 콘트라베이스와 구룡마을은 어울려 보이지 않지만 정수민은 구룡마을을 자신의 음반 커버에 담았고, 구룡마을의 번지수인 478번지를 ‘강남 478’이란 곡 제목으로 사용했다.
앨범 제목은 아예 ‘신자유주의’(Neoliberalism)다. 곡 제목들 역시 ‘신자유주의’와 ‘강남 478’, ‘사회주의’로 범상치 않다. 한때 재즈도 흑인 민권운동에 앞장서는 등 사회참여적인 목소리를 많이 냈지만 예전 같진 않다. 특히 한국에선 입시음악과 맞물리며 사회참여나 저항과는 거리가 먼 음악이 됐다.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데 재즈는 아무래도 연주곡이니까 그걸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잖아요. 제목으로 먼저 제 음악과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단순히 녹음된 음악뿐 아니라 직접 현장을 다니며 자신이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를 연주로 표현한다. 강제집행 과정에서 임차인이 크게 다쳐 논란이 된 서촌 궁중족발 같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장에 커다란 콘트라베이스를 들고 가 연주하기도 하고 동료 음악가들을 도와 세션으로도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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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베이시스트 정수민의 앨범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표지. 정수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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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무렵 카이스트 학생들의 잇단 자살을 보며 경쟁을 부추기는 현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눈뜬 게 시작이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중학생 때 베이스 연주자가 없어 밴드부가 해체될 상황이 되자 베이스를 자원한 일, 고등학생 때 존경하는 담임선생님이 해준 “소금은 맛은 느껴지지만 음식에 들어가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베이스를 더 사랑하게 된 일 역시 자연스레 지금의 정수민과 연결된다.
‘신자유주의’와 ‘사회주의’처럼 곡 제목은 범상치 않지만 연주는 피아노·베이스·드럼 트리오 구성으로 치열하고 아름답게 펼쳐진다. ‘신자유주의’에선 곡 중간에 ‘이젠 그만 끝내야 하지 않나’ 하는 의미로 상여 행렬의 종소리를 연상시키는 소리를 담는 등 상징적인 요소도 집어넣었다. ‘강남 478’은 그곳에서 살고자 하는 주민들의 순수한 마음과 추억을 생각하며 서정적으로 표현했다.
음악적 욕심도 많아서 이번 앨범의 피아노 트리오 구성과는 다른 편성도 구상하고 있다. 현재 그가 가장 매력을 느끼는 편성은 피아노나 기타와 함께하는 듀오 편성이지만 그 안의 메시지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2집이 언제 나올진 모르겠지만 재즈로써 메시지가 있는 음악을 계속 하려고 해요. 요즘 ‘상생’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는데 이런 사회적 메시지나 약자를 향한 시선, 자연과 환경을 가사가 없는 음악에 계속해서 담을 생각이에요.” 김학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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