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5.10 05:00
수정 : 2018.05.10 09:18
|
<팝 잇 업>의 실제 배경인 서울 청담동 음악바 ‘재즈 잇 업’에서 공저자인 남무성 작가(왼쪽)와 장기호 교수가 포즈를 취했다. 오른쪽에는 남 작가가 <팝 잇 업> 속 캐릭터를 그려 넣었다. 기타 든 캐릭터부터 시계 방향으로 주인공 강화성, 디제이 배철수, ‘재즈 잇 업’ 실제 사장 지미정,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프랭크 자파를 닮은 단골손님, 블루스 기타리스트 사자 최우준. 사진 서정민 기자
|
대중음악이론 만화집 합작한 장기호·남무성
1989년 첫 만남 뒤 ‘30년 음악친구’
술 한 잔 없이 음악 얘기 꽃 피우다
혼자만 알기 아까워 책으로 의기투합
”다음 책에선 대박곡 비밀 파헤칠까?”
|
<팝 잇 업>의 실제 배경인 서울 청담동 음악바 ‘재즈 잇 업’에서 공저자인 남무성 작가(왼쪽)와 장기호 교수가 포즈를 취했다. 오른쪽에는 남 작가가 <팝 잇 업> 속 캐릭터를 그려 넣었다. 기타 든 캐릭터부터 시계 방향으로 주인공 강화성, 디제이 배철수, ‘재즈 잇 업’ 실제 사장 지미정,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프랭크 자파를 닮은 단골손님, 블루스 기타리스트 사자 최우준. 사진 서정민 기자
|
1989년 서울 방배동 재즈 카페 파블로. 미대생 남무성은 디제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당시 김현식, 장필순, 김현철, 조덕배, 윤상 등 음악인들이 단골이었는데, 장기호도 그중 하나였다.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에서 베이스를 연주하던 그는 밴드를 나와 드라마와 광고 음악 작업을 하고 있었다. 드라마 <샴푸의 요정>(1988) 주제가도 그의 솜씨다.
둘은 금세 가까워졌다. 재즈 기타리스트 팻 메시니를 좋아하는 등 음악 취향이 통했기 때문이다. 만나기만 하면 음악 얘기로 꽃을 피웠다. 1990년 장기호는 남무성에게 엘피 한 장을 내밀었다. 박성식 등과 결성한 ‘빛과 소금’ 데뷔 앨범이었다. 남무성은 후에 빛과 소금 3집 앨범 표지 디자인을 해주기도 했다.
장기호는 90년대 중반 돌연 활동을 중단하고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재즈 작곡 등을 공부하고 1999년 돌아오니 가요계는 아이돌 위주로 재편돼 있었다. 그는 서울예대 강단에 서서 학생들에게 작곡·편곡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 서울예대 학부장을 맡고 있다.
남무성은 미대를 졸업하고 <몽크뭉크>(현 <엠엠재즈>), <두밥> 등 재즈 잡지를 만들었다. 이후 재즈를 알기 쉽게 만화로 그린 <재즈 잇 업>이 반향을 일으키며 인기 작가가 됐다. 내친김에 록을 만화로 그린 <페인트 잇 록>도 내놨다.
둘은 각자의 길을 가면서도 꾸준히 만났다. “기호 형과 만나면 술 한잔 없이 정말 음악 얘기만 해요. 형은 술 안 마시거든요. 이렇게 음악 얘기 많이 하는 사람 또 없어요.” 남무성은 “화성학이니 하는 음악 이론을 혼자만 듣기 아까우니 같이 책을 써보자”고 제안했다. 장기호도 유학 시절 음악의 본질에 다가서려면 책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터였다. “음악이론서가 보통 딱딱하고 어려워 골치 아프거든요. 무성이의 재치있는 그림으로 풀어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음악 이론을 만화로 풀어낸 책 <팝 잇 업>. 북폴리오 제공
|
둘이 의기투합해 최근 내놓은 책이 <팝 잇 업>(북폴리오)이다. 장기호가 이론을 토대로 만든 원고를 남무성이 스토리 있는 만화로 각색했다. (서울 청담동에 실제로 존재하는) 음악바 ‘재즈 잇 업’에서 바텐더로 일하는 주인공 ‘강화성’이 음악가인 단골손님의 도움을 얻어 혼자 노래 한 곡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기본 얼개다. 강화성이 독학하는 음악이론서가 책 속의 책처럼 나오는데, 이를 통해 히트곡의 조건, 대중음악의 형식, 실전 기본 화성 등을 설명한다.
만화 곳곳에서 남무성 특유의 ‘깨알 개그’를 만날 수 있다. 손석희 앵커 사회로 비틀스의 존 레넌, 디제이 배철수, 장기호, 남무성이 음악을 주제로 ‘네분 토론’을 벌이는 식이다. 오노 요코가 남편 존 레넌 등 뒤에서 불쑥 나오자 손석희 앵커는 “네분 토론인데 한 분 더 오신 건가요?” 묻는다. 이에 오노 요코는 “일심동체, 한몸으로 봐달라”고 답한다. 배철수는 토론 도중 갑자기 “광고 듣고 오겠습니다” 하더니 사라져버린다.
|
<팝 잇 업> 속 한 장면. 남무성 작가 제공
|
유머를 곁들이면서도 이론 설명에 있어선 엄정함을 추구했다. 이를 위해 둘은 메신저로 끊임없이 대화를 주고받았다. “형, 이렇게 그려도 될까?” “그건 이렇게 표현하는 게 어떨까?” 둘이 메신저로 대화 나누는 장면은 만화에도 그대로 등장한다. 서로 의견이 달라 싸운 적도 많다. 남무성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살짝 비틀어 설명하자”고 하면, 장기호는 “오류가 생기지 않도록 정확하게 표기해야 한다”고 맞섰다. 둘이 절충한 결과 대중적이면서도 이론적으로 잘 정리한 책이 됐다.
그런 결과로 실용음악을 공부하는 이들은 물론 음악을 좋아하는 일반인에게도 유용한 책이 나왔다. “축구 경기 볼 때 단순히 골 들어가면 좋아하기보다는 규칙과 전술을 알고 보면 더 본질적으로 즐길 수 있거든요. 음악도 그래요. 아는 만큼 들리고 아는 만큼 즐길 수 있죠.”(장)
“당장 많이 팔리는 책보다 꾸준히 오래 팔리는 책이었으면 해요. 아이디어도 끊이지 않아서 <팝 잇 업> 시리즈를 해도 좋겠어요. 다음 책에선 대박 히트곡의 비밀을 파헤치는 거지.”(남) “백화점 문화센터 같은 곳에서 실제 명곡을 들으며 강좌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장) 두 남자의 수다는 끝날 줄을 몰랐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