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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18 00:00 수정 : 2018.05.18 10:53

지난 15일 울릉천국 아트센터에서 노래하는 이장희. 울릉천국 아트센터 제공

깎아지른 산 그득한 울릉에 빠져
은퇴 뒤 꽃밭 가꾸고 농사 짓다가
경북지사 제안으로 앞뜰에 공연장

중장년 관객 북적 150석 만석
40년지기 강근식·조원익 함께
“잊었던 음악열정 다시 찾은 듯”

여행사 패키지 연계 공연 계속
“인디밴드 후배들에 무대 개방”

지난 15일 울릉천국 아트센터에서 노래하는 이장희. 울릉천국 아트센터 제공
지난 15일 오후 울릉군 북면 현포리 ‘울릉천국 아트센터’ 앞은 알록달록 나들이옷을 차려입은 중장년 관객들로 북적였다. 이장희 동상과 기념사진을 찍고, 앞뜰을 둘러보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송형빈(40)씨는 환갑 맞은 아버지의 형제자매 가족까지 모시고 왔다. 모두 8명이 서울, 인천, 광주 등지에서 울릉도로 모였다.

150석 규모 공연장은 만석이었다. 객석에는 이장희가 초청한 독도경비대원 10여명도 자리했다. 이장희는 1970년대 함께 활동했던 밴드 ‘동방의 빛’ 멤버이자 40~50년지기 친구인 강근식(기타), 조원익(콘트라베이스)과 3인조로 무대에 올랐다. ‘그 애와 나랑은’으로 막을 올린 무대는 ‘내 나이 육십 하고 하나일 때’를 거쳐 ‘한 잔의 추억’,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그건 너’로 이어지면서 절정을 맞았다. 모든 관객들이 박수 치며 ‘떼창’을 했다.

지난 15일 울릉천국 아트센터에서 이장희 공연을 보는 관객들. 울릉천국 아트센터 제공
무대 위 세 친구는 주고받는 눈빛만으로도 호흡이 척척 맞았다. 이장희는 “40년 동안 음악을 잊고 살았는데, 친구들과 공연하면서 음악을 다시 찾았다”며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이 아름다운 울릉도에서 할 수 있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이날 무대가 열리기까지 인연을 따지자면 22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96년, 경북 포항에서 배 타고 출발한 지 3시간여, 망망대해 사이로 뭔가가 눈에 들어왔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아담한 마을과 항구가 들어앉아 있었다. ‘<반지의 제왕> 속 배경 같구나.’ 이장희는 생각했다. 여행과 자연을 유난히 좋아하는 그에게 친구가 꼭 가보라 했던 울릉도. 도동항에 첫발을 내딛자 그의 가슴이 요동쳤다.

절벽으로 둘러싸인 울릉도 도동항 전경. 울릉군청 제공
열흘 동안 걸어서 이곳저곳 다니며 울릉도에 푹 빠지고 말았다. 바다도 바다지만 섬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이 특히 마음을 사로잡았다. 은퇴하면 미국 알래스카나 하와이에서 살려 했던 그는 생각을 바꿨다. 이듬해 울릉도 농협에 찾아가 100년 된 집과 농토를 샀다. 미국에서 살던 그는 해마다 울릉도에서 휴가를 보냈다.

2004년 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방송사 라디오코리아 사장에서 물러나 아예 울릉도로 들어왔다. 1971년 데뷔해 ‘그건 너’ 등을 히트시키며 청춘의 아이콘이 된 그는 75년 대마초 파동 연루 이후 음악을 그만두고 사업가의 길을 걸었다. 88년 홀연 미국으로 떠난 이후에도 승승장구했다. 그랬던 그가 57살에 은퇴하고 울릉군민이 된 것이다. 너른 앞뜰에 꽃밭을 꾸미고 연못을 만들고 농사짓는 재미에 푹 빠져 살았다.

울릉천국 전경. 가운데 파란색 지붕 집이 이장희가 사는 집이고, 오른쪽 흰 건물이 울릉천국 아트센터다. 울릉천국 아트센터 제공
은둔하던 그를 세상에 다시 끄집어낸 건 2010년 <문화방송> 예능 프로그램 <무릎팍도사>였다. 이후 세시봉 열풍까지 불면서 그의 울릉도 생활도 덩달아 주목받았다. 그는 울릉도의 아름다움을 알리려 ‘울릉도는 나의 천국’이라는 노래를 만들어 발표했다. 간혹 뭍으로 나와 공연도 하긴 했지만, 그에게는 “울릉천국”이 늘 1순위였다.

몇년 전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그의 집으로 찾아왔다. 집을 둘러보고 간 도지사는 앞뜰에 공연장을 짓자고 제안했다. 조용히 지내기 원했던 이장희는 처음엔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3년 전부터 그의 집에서 함께 사는 오랜 벗 조원익을 비롯해 강근식 등 음악 친구들과 연습실로 써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땅을 팔라는 경북도에 1650㎡(500평)를 기증했다. 여기다 경북도와 울릉군이 출자해 4층 높이의 ‘울릉천국 아트센터’를 지었다. 지난 8일 첫 공연으로 개관을 알린 데 이어 이날 세번째 공연이 열렸다.

15일 울릉천국 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세 친구. 왼쪽부터 강근식(기타), 이장희(보컬·기타), 조원익(콘트라베이스). 울릉천국 아트센터 제공
“세상살이 지치고 힘들어도 걱정 없네 사랑하는 사람 있으니/ 비바람이 내 인생에 휘몰아쳐도 걱정 없네 울릉도가 내겐 있으니/ 봄이 오면 나물 캐고 여름이면 고길 잡네/ 가을이면 별을 헤고 겨울이면 눈을 맞네/ 성인봉에 올라서서 독도를 바라보네/ 고래들이 뛰어노는 울릉도는 나의 천국/ 나 죽으면 울릉도로 보내주오/ 나 죽으면 울릉도에 묻어주오.” 지금 삶 자체인 ‘울릉도는 나의 천국’을 부르는 이장희의 얼굴이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었다.

이장희는 공연을 꾸준히 이어갈 예정이다. 여행사 패키지 상품과 연계해 예매할 수도 있다. 이장희는 “인디밴드 등 후배에게도 무대가 열려 있다. 많은 음악인들이 와서 자유롭게 공연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공연 문의 0507-1313-3993.

울릉도/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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