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6.25 19:52
수정 : 2018.06.25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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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헌 작가가 나무판 유화 <낙원8경 중 제4경_ 콘크리트 균열과 미장이의 흙손질>(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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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까지 ‘배종헌. ZIP: 첩첩산중’
명산 아닌 옛집서 산수 형상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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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헌 작가가 나무판 유화 <낙원8경 중 제4경_ 콘크리트 균열과 미장이의 흙손질>(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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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옛 그림을 대표하는 전통산수화는 판에 박힌 소재들이 있다. 금강산·황산 같은 명산이거나 화보(그림 교본)에 나오는 관념적인 기암괴석 풍경들이 그렇다. 설치작가이자 화가인 배종헌(49)씨는 얼핏 전통산수 같은 도상을 그리지만, 소재를 산에서 찾지 않고 80년 넘게 묵은 옛집 구석구석에서 찾았다. 일제강점기 때 서울 장충동에 지은 옛 대저택을 수리한 전시장 ‘파라다이스 집(ZIP)’이다. 여기서 4월부터 전시중인 작가는 이 낡은 집 곳곳의 틈새나 균열, 얼룩에서 첩첩산중 산수화의 모티브를 발견한다. 밥벌이하느라 시간에 쫓겨 감히 산수 현장에서 여유있게 사생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그에게 위안처럼 다가왔던 작업실 혹은 전시실 건물 안의 너덜너덜한 흔적들이 소재다. 옛집 1, 2층 벽면에서 전통 산수화 특유의 바위나 절벽을 표현하는 준법을 찾아냈다. ‘눈맛승리’, ‘정신승리’의 산수화라고 할 법하다. 유쾌하고 기발한 파격의 필법이지만, 작품 이면에는 판매를 거의 단념한 전업작가의 애상이 푸른빛 창백한 배경의 산수 형상 속에 진하게 서려있음을 느끼게 된다. 30일까지. 02)2278-9856.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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