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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7.31 05:01 수정 : 2018.07.31 07:49

20일 저녁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된 `브로드웨이 42번가' 의 ‘뮤지컬 원데이 클래스’에서 총괄 안무를 맡은 권오환(앞줄 왼쪽)씨가 탭댄스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공연계 체험 프로그램 봇물

“체험·소통으로 관객 사로잡아라”
직접 홍보 대신 ‘접점’ 늘리기 고심
‘강의’에서 ‘직접 참여형’으로 진화

뮤지컬 속 탭댄스·노래 따라 배우고
세종문화회관 등 백스테이지 개방
무대 둘러보며 건축·직업체험 투어
‘무용학교’엔 5060남성들 참여 부쩍

20일 저녁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된 `브로드웨이 42번가' 의 ‘뮤지컬 원데이 클래스’에서 총괄 안무를 맡은 권오환(앞줄 왼쪽)씨가 탭댄스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탭댄스는 춤이 아니라 연주입니다. 동작보단 박자에 집중하세요.”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무용연습실. 탭슈즈를 신은 12살 초등학생부터 50대 여성까지 20여명의 참가자가 권오환 안무가의 시범에 맞춰 탭댄스 연습에 한창이었다. “발의 어떤 부위가 바닥과 만나느냐에 따라 소리가 달라져요. 발을 구르면 ‘쿵’소리가, 앞 탭만 닿도록 하면 ‘딱’소리가, 뒤 탭만 닿도록 하면 ‘따’소리가 나죠. 이어서 동작을 해보면 ‘쿵딱따 쿵딱따 쿵딱따 쿵’이 되는 거예요.” 원 사운드 스텝을 10번 연결하는 ‘셔플 스텝’과 자전거의 페달을 구르듯 8번 연속 소리를 내는 ‘패들 스텝’ 체험이 이어졌다. 처음엔 머뭇대던 참가자들도 10여분 정도 반복연습으로 박자가 맞아들어가자 신이 나서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이날 체험 클래스는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뮤지컬 원데이 클래스’ 중 하나였다. 탭댄스 안무가 일품인 작품의 특성을 살린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인 셈이다. 1만원의 값싼 참가비용과 흥미로운 내용 덕분에 이 ‘원데이 클래스’는 예매 시작 10여분 만에 매진행렬을 기록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결혼기념일 이벤트를 찾다 부부가 함께 참여하게 됐다는 이선비(33)·임경혜(31) 부부는 “무대연출과 안무가 압도적인 뮤지컬을 본 뒤 꼭 한 번 탭댄스를 배워보고 싶었다. 10분 만에 온몸이 땀에 젖을 정도로 재미있게 참여했다. 무대 위 화려함 뒤에 배우들의 엄청난 노력이 숨어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무용단이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연 ‘무용학교’에서 수강생들이 춤을 추고 있다.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무대 위보다 무대 뒤가 더 궁금한 관객들’을 위한 공연계 체험 프로그램들이 줄을 잇고 있다. 공연 티켓 판매를 위한 직접 홍보에 골몰하기보단 ‘체험과 소통’을 강조함으로써 관객의 관심과 호응을 끌어내는 효과적인 마케팅 기법인 셈이다.

초기엔 ‘렉쳐(강의)’에 집중됐던 프로그램의 종류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체험형 프로그램은 ‘백스테이지 투어’다. 남산예술센터, 명동예술극장, 두산아트센터,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등 한국 대표 극장들은 역사와 전통을 강조하는 백스테이지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대부분 사진과 영상 촬영도 허용하기 때문에 ‘공연장 내 촬영금지’에 익숙한 관객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공연장 뒷모습을 엿볼 수 있다.

매달 마지막 목요일 오후 투어를 진행하는 두산아트센터의 경우, 올해엔 극장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함께 하는 ‘건축 투어’, 공연 프로듀서나 무대 디자이너와 함께 하는 ‘직업 체험 투어’, 여름방학 시즌에 맞춘 ‘청소년 투어’, 핼러윈 시즌에 맞춘 ‘핼러윈 투어’ 등 프로그램을 세분화해 운영한다. ‘세종 투어’라는 이름으로 백스테이지 투어를 운영 중인 세종문화회관은 대극장 로비에 자리한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작품을 비롯해 8098개의 파이프로 이루어진 대형 파이프오르간에 얽힌 이야기까지 투어 매니저의 안내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세종문화회관 홍보마케팅팀 양준혁씨는 “지난해에만 총 31회 투어를 진행했고, 734명이 참여할 만큼 나름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다. 요즘엔 초중고 학생들의 단체관람 문의가 꽤 많다”고 전했다.

세종문화회관이 진행하고 있는 ‘세종투어’에 참여한 시민들이 공연장 시설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좀 더 직접적으로 관객 참여를 끌어내는 프로그램은 뮤지컬계에서 가장 활발한 편이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탭댄스 외에도 뮤지컬 보컬 트레이닝 클래스 등도 함께 운영한다. 지난해 <서편제>는 배우와 고수로부터 판소리 <춘향가>의 한 대목을 배워보는 프로그램을, 올초엔 <빌리엘리어트>가 어린이 발레 체험 클래스를 마련해 인기를 끌기도 했다.

무용계도 관객과의 접점을 찾는 참여형 프로그램을 적극 내세운다. 국립현대무용단이 운영 중인 ‘무용학교’가 대표적이다. 봄·여름·가을학기마다 각각 2강좌씩 1년에 6강좌가 운영되는데, 강좌마다 10번의 강의와 1번의 쇼케이스로 구성된다. 국립현대무용단 임영숙 홍보팀장은 “일반인이 현대무용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두고 만들어진 강의로, 마지막 쇼케이스 땐 그간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각자 작품을 만들어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특히 올해에는 50~60대 중장년층 남성의 참여가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무용학교’에 참여 중인 김정문(62)씨는 “평소 무용 관람을 하다 보니 몸으로 체험하고픈 욕구가 생겼다. 글로 자신의 체험과 느낌을 적고, 이를 다시 안무로 옮기는 과정에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해소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유니버설발레단 역시 발레리나·발레리노를 꿈꾸는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어린이 체험발레’나 발레에 관해 궁금해하는 단체 신청자들을 찾아가는 강좌인 ‘문훈숙의 발레 이야기’ 등 체험형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클래식 장르에서도 체험을 통해 관객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한 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이 트레이드 마크인 ’파이프오르간’을 내세워 구성한 ‘오르간 오딧세이’가 대표적이다. 오르가니스트 류아라와 트럼페티스트 나웅준이 직접 나와 악기를 설명해준다. 뮤지컬 넘버와 클래식 음악 사이를 오가는 ‘썸머 스페셜’, 낭만파 시대 음악을 위주로 한 ‘오르간 인 낭만’,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크리스마스 스페셜’ 등 다양한 레퍼토리와 함께한다. 롯데콘서트홀 관계자는 “작은 카메라로 오르간 안을 찍어 보여주거나 관악기이면서 건반악기인 파이프오르간을 트럼펫 연주와 비교해 설명하는 등 새로운 시도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이런 체험형 프로그램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2018 공연예술 트렌드 조사보고서’를 통해 “공연과 연계된 ‘체험’까지 판매할 때 관객이 작품 속에 녹아드는 효과나 작품 이해도가 높아진다. 또 공연 외의 시간까지 관객에게 상품 혹은 서비스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제작사는 관객과의 소통과 공연홍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위해 이런 프로그램을 점차 늘려나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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