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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9.11 16:18 수정 : 2018.09.11 20:41

10일 저녁 서울 연희동 문화대안공간 모텔룸에서 장기하와 얼굴들이 초소극장·초밀착형 장기공연을 하고 있다. 두루두루아티스트컴퍼니 제공

초소극장·초밀착형 내건 공연 ‘모노’
주택가 대안공간서 소규모 관객과 밀착
스피커 없이 헤드폰으로 연주 감상
숨소리까지 들릴듯 생생한 연주
발매 예정 신곡 매주 한곡씩 공개

10일 저녁 서울 연희동 문화대안공간 모텔룸에서 장기하와 얼굴들이 초소극장·초밀착형 장기공연을 하고 있다. 두루두루아티스트컴퍼니 제공
10일 저녁 서울 연희동 문화대안공간 ‘모텔룸’ 201호실. 90㎡가량(27~28평) 넓이의 공간에 30명이 오밀조밀 앉았다. 다들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거나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고 있다. 높은 천장에 새하얀 벽, 한쪽은 전면 유리창으로 탁 트여 있다. 앞쪽 하얀 벽에는 몬드리안의 추상화를 연상시키는 파랑·노랑·빨강·초록 네모가 박혀 있다. 그 아래, 객석과 딱히 경계가 없는 무대에는 기타, 건반, 마이크 등이 세팅되어 있다.

여기는 록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초소극장·초밀착형 장기공연 ‘모노’를 펼치는 곳. 이날부터 11월 중순까지 매주 3~4회씩 단 30명의 관객 앞에서 공연한다. <모노>는 이르면 다음달 발표할 정규 5집 앨범 제목이기도 하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5집에 실을 신곡을 이번 공연에서 미리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 특징은 일반 공연에서 빠질 수 없는 앰프와 스피커가 없다는 점. 주택가에 있는 공간이라 큰 소리를 내면 주변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헤드폰을 주고 그리로 바로 소리를 전달한다는 게 콘셉트다.

10일 저녁 서울 연희동 문화대안공간 모텔룸에서 장기하와 얼굴들이 초소극장·초밀착형 장기공연을 하고 있다. 두루두루아티스트컴퍼니 제공
구석 자리 의자에 앉았다. 목욕탕 의자보다 좀 더 큰 크기에 작은 등받이가 달렸고 방석이 놓여져 있었다. 방석 위에 있던 헤드폰을 썼다. 고음질을 자랑하는 전문가용 ‘슈어’ 제품이다. 처음엔 무선 헤드폰을 준비했으나 안정성을 위해 유선으로 바꿨단다. 헤드폰에선 비치 보이스의 ‘우든트 잇 비 나이스’가 흐르고 있었다. 음악에 빠져들 즈음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이 하나 둘 등장했다. 마지막으로 장기하까지 나온 뒤 그들도 헤드폰을 썼다.

“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 장기하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장기하의 보컬, 다른 멤버들의 코러스, 악기 소리 하나 하나가 헤드폰을 통해 섬세하게 분리되어 들렸다. 보통의 라이브 공연에서 듣는 사운드와 차원이 달랐다. 음질로만 따지면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음원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음원과 다른 점이라면 소리가 살아 숨쉬는 것처럼 생동감이 느껴진다는 거였다.

10일 저녁 서울 연희동 문화대안공간 모텔룸에서 장기하와 얼굴들이 초소극장·초밀착형 장기공연을 하고 있다. 두루두루아티스트컴퍼니 제공
궁금해서 헤드폰을 벗었다. 장기하는 마이크에 입을 바짝 대고 조곤조곤 노래하고 있었다. 일렉트릭 기타 줄을 드르르 긁는 소리, 전자 드럼 패드를 다듬이질 하듯 톡톡 두드리는 소리도 소박하게 들렸다. 관객들은 헤드폰을 쓴 채 고개를 까닥까닥하며 음악에 빠져 있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블랙홀로 들어간 쿠퍼(매튜 매커너히)처럼 홀로 다른 차원에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다시 헤드폰을 썼다. 온전한 사운드와 함께 현실세계로 돌아온 듯한 안도감을 느꼈다.

“장기하와 얼굴들 장기공연 ‘모노’에 첫 번째로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근데 떨리네요. 큰 무대에서도 이렇게는 안 떨렸는데…. 여러분들과 이렇게 가까이에서 공연하기는 처음이네요.” 장기하와 맨 앞 관객과의 거리는 1m남짓. 숨소리까지 들릴 판이다. “여러분들과 상의할 게 있어요. 사진과 동영상은 어떻게 할까요?” “안 찍기로 해요.” “찍고 안 올리기요.”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장기하가 말했다. “그냥 자유롭게 찍고 에스엔에스에 올리세요. 단, 미리 공개하는 신곡은 안 찍는 걸로 하고요.” “네~.”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직접 민주주의 현장을 보는 듯했다.

10일 저녁 서울 연희동 문화대안공간 모텔룸에서 장기하와 얼굴들이 초소극장·초밀착형 장기공연을 하고 있다. 두루두루아티스트컴퍼니 제공
“그러게 왜 그랬어? 왜 애초에 그런 말을 했어?” 장기하가 얘기하기 시작했다. 장기하와 얼굴들 4집 수록곡 ‘그러게 왜 그랬어’ 도입부다. 장기하와 단 둘이서 얘기하는 것만 같았다. 이들은 5집에 실을 1번 트랙 ‘그건 니 생각이고’를 들려줬다. 장기하는 힙합처럼 그루브를 타며 랩인지 나레이션인지 모를 노랫말을 쏟아냈다. 다음주 공연에선 2번 트랙, 그 다음주엔 3번 트랙 하는 식으로 신곡을 공개할 거라 했다.

어느덧 1시간30분이 지나고 앙코르 곡 ‘그렇고 그런 사이’가 흘렀다. 헤드폰 안에선 뿅뿅거리는 사운드가 넘실댔지만, 헤드폰 바깥 세상은 잔잔했다. 이런 광경이 신기했는지 장기하도 스마트폰을 들고 객석을 찍었다. 공연이 끝나고도 관객들은 쉽게 떠나지 못했다. 오진주(31)씨는 “장기하와 얼굴들 공연을 페스티벌에서만 봤는데, 여기 오니 다른 소음 없이 온전히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장기하 목소리뿐 아니라 악기 소리 하나 하나 더 잘 들려 특별한 경험이었다. 장기공연 하는 내내 계속 오고 싶다”고 말했다.

10일부터 11월 중순까지 서울 연희동 문화대안공간 모텔룸에서 초소극장·초밀착형 장기공연을 하는 장기하와 얼굴들 멤버들. 두루두루아티스트컴퍼니 제공
공연 뒤 만난 장기하는 “관객들에게 ‘나만을 위해 노래와 얘기를 들려주는 느낌’을 선사하고자 이런 공연을 제안했는데, 실행하기까지 많은 기술적 어려움이 있었다.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쳐 행복하다”고 말했다. 드러머 전일준은 “그동안 드럼을 힘차게 치다가 이번에 드럼 패드를 톡톡 두드리려니 답답하고 짜증나기도 났지만, 관객들이 좋아해주셔서 나도 기분 좋아졌다”고 했다.

장기하와 얼굴들 장기공연 ‘모노’는 매주 금요일 오후 6시 멜론티켓에서 그 다음주 공연 예매를 오픈한다. 회당 30명 한정이라 순식간에 매진된다고 한다. 070-8862-7686.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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