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9.12 20:53
수정 : 2018.09.1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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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비엔날레 주전시장인 창원 용지공원에 나온 이이남 작가의 출품작 <피노키오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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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비엔날레 속 틈새 찾아
지역 문화정체석 찾기 고민
대구·창원·목포-진도서 전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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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비엔날레 주전시장인 창원 용지공원에 나온 이이남 작가의 출품작 <피노키오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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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초 국내 미술판은 광주, 부산, 서울의 대형 비엔날레들로 들썩거리지만, 다른 지방도시들도 틈새 관객들에게 손짓하는 작은 비엔날레들을 잇따라 열고 있다. 국내 최대의 국제사진제인 대구 사진비엔날레(10월 16일까지)와 4회째를 맞은 경남 창원 조각비엔날레(10월 14일까지), 올해 첫발을 뗀 전남 목포·진도의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10월 31일까지)가 그런 행사들이다. 특화한 장르 영역에서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과 글로벌 접점을 모색하는 성격을 띤 이 미술제들은 지자체가 주도한 탓에 여러 시행착오와 한계를 드러내지만, 독립기획자와 지역미술인들이 땀방울을 흘린 변방의 수작들을 만나는 재미도 안겨준다.
7회 대구사진비엔날레는 대구문화예술회관과 대구예술발전소, 봉산문화길 등에서 열리고 있다. 프랑스의 기획자 아미바락 예술감독, 강효연 큐레이터가 만든 `신화 다시 쓰기‘ 주제전과 독일 큐레이터 베른하르트 드라즈와 김소희 큐레이터가 공동기획한 특별전 `되돌아본 미래’, 자동차들을 찍은 거장들 사진을 모은 프랑스 컬렉터 바슐로 부부의 컬렉션전, 대구사진가들의 역대 작품들을 모은 `대구사진사시리즈‘가 주축이다. 유명한 보도사진 배경을 모형으로 재현하고 다시 찍거나, 설치작업과 결합한 현장사진, 엑스레이로 명화를 투시한 사진, 세계 각지의 도시와 골목 풍경 세부를 정밀하게 파고들어간 사회학적 사진 등 최근 세계 사진의 다기한 흐름들을 볼 수 있다. 부실한 준비로 `학예회‘ 혹평을 들었던 2년전보다 전시 구성이 다소 나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창원 조각비엔날레는 창원시 용지공원과 성산아트홀, 창원의 집 한옥촌, 마산 문신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윤범모 평론가가 감독을 맡은 이번 비엔날레는 함께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는 `유어예(遊於藝)‘를 열쇳말 삼아 휴식과 즐거움을 주는 조각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 안종연 작가의 대형 발광 금속제 꽃조각인 <아마란스>, 루마니아 작가 미르치아 드미트레스쿠의 실존적 인물상인 <남자><아담과 이브>, 전쟁의 대학살을 고발하는 울프강 스틸러의 <세 명의 성냥개비 사람> 등이 공원에 나왔다. 성산아트홀에서는 김준권, 김민정, 배종헌씨 등 국내 중견소장작가의 주요 회화, 설치작품들이 나왔고, 이정아 기획자가 만든 창원의 집 기획전에서는 국내외 청년작가들의 전위적 영상들이 한옥의 고풍스런 구조 안에서 이미지의 잔영을 흩뿌린다.
예향 목포의 목포문화예술회관 등과 진도 운림산방 미술관에서 열리는 1회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오늘의 수묵-수묵의 어제에 묻고 오늘에 답하다’란 주제를 내걸고 200명 넘는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내놓았다. 40억원 예산을 들였지만, 연고를 앞세운 지역작가들의 입김이 역력히 느껴지는 남도전통화 위주의 진부한 작품 선정과 개념이 뒤죽박죽된 구성 등으로 행사를 지속할만한 명분을 쌓는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많다. 목포 원도심 행복동 수협 건물에 차린 국제 레지던시 작가들의 파격적인 수묵 변용 작업들과 목포예술회관 앞 하구언 포구의 아름다운 풍광이 본전시 출품작들보다 더 돋보이는 감상거리다.
목포, 창원, 대구/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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