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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0.14 16:40 수정 : 2018.10.14 20:50

작가그룹 리미니프로토콜의 영상 퍼포먼스 프로젝트 <100%광주>의 상영 모습. 세계 여러곳의 도시에서 만난 시민들이 직접 나와 그들의 생각과 이슈를 이야기하는 공공적 작업이다.

백남준아트센터 개관 10주년 기념전

‘예술 공유지, 백남준’ 모토로
박이소, 정재철, 리미니프로토콜 등
일상이 이미지속 여행임을 환기하

작가그룹 리미니프로토콜의 영상 퍼포먼스 프로젝트 <100%광주>의 상영 모습. 세계 여러곳의 도시에서 만난 시민들이 직접 나와 그들의 생각과 이슈를 이야기하는 공공적 작업이다.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으로 가는 길은 거칠다. 로드무비처럼 이미지를 찾아가는 노곤한 여행이다.

빌딩 사이로 미디어 전광판이 번쩍거리는 서울 강남역 거리. 지난 10일 오후 여기서 경기도 용인시로 가는 5001번 버스를 탔다. 약 1시간동안 미몽에 졸면서 가다가 도착한 그곳. 기흥벌을 채운 고층 아파트 재개발 단지 어귀의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한 백남준아트센터다.

비디오아트 거장 백남준(1932~2006)이 애용한 그랜드피아노를 닮은 센터 1층에 들어간다. 신시사이저 선율에 레게리듬이 어울린 사운드가 발길을 멈춰 세운다. 1980년대를 풍미한 영국의 뉴웨이브 그룹 톰슨 트윈스의 명곡 <홀드 미 나우>. ‘나를 붙잡아줘~내 마음을 덥혀줘~’ 나른하게 절규하는 그들의 영상은 저 유명한 백남준의 위성 퍼포먼스 <굿모닝 미스터오웰>(1984)의 일부분이다. 그 너머로 몸과 손발을 꺾어 굴리는 안무가 머스 커닝햄의 난장 화면이 물고기 헤엄치는 수조 뒤로 펼쳐지고 있다. 플럭서스 예술운동의 동료였던 거장 요세프 보이스(1921~1986)와 백남준의 인연을 사진 등으로 담은 추억공간 ‘보이스 복스’ 등도 나타난다.

2층에 올라왔다. 센터 뒤켠의 숲 비치는 커튼월 유리창을 배경으로, 광주와 암스테르담의 시민들이 한무더기 모여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거대 스크린이 내려져있다. 다국적 작가그룹 리미니프로토콜의 영상 퍼포먼스 프로젝트 <100%광주> <100%암스테르담>. 세계 여러곳의 도시에서 만난 시민들을 무대로 초대해 노령화, 복지, 이민 등 그들의 생각과 이슈를 이야기하는 공공적 작업이다.

좀더 안쪽엔 한국현대미술의 나침반이 된 작가 박이소(1957~2004)의 영상설치작업 <오늘>이 새 버전으로 등장했다. 센터 옥상에서 넉대의 카메라로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담아낸 하늘의 영상이 각목과 비계 등의 헐렁한 건축구조물 아래 무너진 벽판 위로 투사되고 있다. 이 허접한 구조 속에서 너무나 명징한 태양과 푸르디푸른 하늘이 비친다. 제주도와 신안 앞바다에서 건져올린 ‘아름다운 바다 쓰레기’들을 ‘크라켄(괴물)’로 명명하고 전시한 정재철 작가의 작업과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백남준 대작 ‘다다익선’ 보존 방안에 대한 미술인들의 논란을 육성 대담으로 풀어낸 옥인콜렉티브의 다큐 영상들은 예술품의 진정성, 소유권에 대한 상념을 일으켰다.

이 연속된 풍경들은 센터가 개관 10돌 기념전 ‘#예술 #공유지 #백남준’을 꾸리면서 생겨난 것들이다. 생전의 백남준은 ‘예술은 사유재산이 아니다’고 선언했다. 그가 꿈꿨던 창작과 소통의 공유, 예술의 공공성에 대한 생각들은 21세기 어떻게 구체화할 수 있을까. 전시는 의문에 대한 각기 다른 대답을 고인의 구작 아카이브와 국내외 작가 13명(팀)의 작업들로 펼쳐놓았다. 작품마다 개념이나 내력이 복잡무쌍해 한달음에 꿰어 설명할 수는 없다. 그래도, 감흥은 또렷하게 남는다. 이 전시를 찾고 경험하는 과정은 특별하다. 21세기 우리 일상이 헤아릴 수 없이 생성되는 이미지들의 공간과 감각 속을 방황하는 여행 자체임을 깨닫게 해준다. 내년 2월3일까지. (031)201-8500.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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