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0.29 19:22
수정 : 2018.10.2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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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바야데르’에서 주인공을 맡은 볼쇼이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왼쪽)가 상대역을 맡은 데니스 로드킨과 함께 2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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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발레단 ‘라 바야데르’서 ‘니키아’로‘
‘솔로르’ 역 데니스 로드킨과 호흡 맞춰
“언제 은퇴하냐는 물음에 답할 수 있는 존재는 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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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바야데르’에서 주인공을 맡은 볼쇼이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왼쪽)가 상대역을 맡은 데니스 로드킨과 함께 2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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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공연할 유니버설발레단과 리허설부터 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금세기 최고의 발레 여신’으로 불리는 스베틀라나 자하로바(39)가 한국에 입국한 뒤 시차 적응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처음 요청한 스케줄은 ‘연습’이었다. 불혹의 나이에도 세계 정상의 기량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다음달 1~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대작 <라 바야데르>에서 여주인공 ‘니키아’ 역으로 출연하기 위해 방한한 그는 상대역인 솔로르 역의 데니스 로드킨(27)과 함께 29일 오후 한국 언론과 공식기자회견을 가졌다.
현재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수석무용수이자 이탈리아 라 스칼라 발레단 최고 무용수인 그는 무용계 최고 권위상인 ‘브누아 드 라 당스’를 2005년과 2015년 두 차례 수상했다. 한국을 찾은 것은 지난 2005년 볼쇼이발레단의 <지젤> 이후 13년 만이다.
바쁜 와중에도 한국말로 인삿말을 준비한 자하로바가 어설픈 발음으로 “안녕하세요?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입니다.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하자 기자석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그는 유니버설발레단과의 첫 리허설을 맞춘 소감을 묻자 “<라 바야데르>와 같은 고전발레는 정형화된 테크닉이 있어 난이도가 높기는 하지만 세계 어느 곳에서나 공통되기 때문에 호흡을 맞추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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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바야데르’에서 주인공을 맡은 볼쇼이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왼쪽)가 상대역을 맡은 데니스 로드킨과 함께 2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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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로바는 10살 때 키예프에 있는 발레학교에서 무용을 시작했고, 큰 키와 남다른 유연성으로 어린시절부터 유망주로 꼽혔다. 바가노바 아카데미를 수석 졸업하고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해 1년 만에 수석무용수가 됐다. 마린스키에서 7년간 간판으로 활동한 자하로바는 2003년 마린스키의 라이벌인 볼쇼이발레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모두가 그의 완벽주의에 혀를 내두른다는데, 평소 몸 관리는 어떻게 할까? “무용수는 축구 선수에 준하는 수준의 육체 노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모든 프로 무용수가 그렇듯, 저 역시 연습뿐 아니라 마사지와 기본 체력을 위한 운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 바야데르>는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마리우스 페티파의 작품으로, 인도 힌두 사원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무희 ‘니키아’와 전사 ‘솔로르’의 신분을 초월한 사람을 그리는 작품이다. 그는 “아카데미 졸업작품이 <라 바야데르>였다. 상대역 데니스는 이 작품으로 2017년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했기에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둘 다 남다르다”며 “테크닉적으로 힘들지만, 매우 아름다운 작품이라 한국 팬에게 선보일 순간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니스 로드킨은 자하로바에 대해 “<카르맨>(2013)으로 처음 자하로바와 만났을 때부터 이미 최고였기 때문에 실수할까 굉장히 긴장했다. 지금도 제겐 선생님 같은 존재”라고 웃으며 “제가 외모나 분위기상 솔로르 역할에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듣기 때문에 이번에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2020년까지 모든 스케줄이 이미 꽉 찼다는 자하로바는 은퇴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나이는 여권에 기록된 숫자일 뿐이다. 나에겐 늘 오늘이 시작이다. 언제 은퇴하냐는 물음에 답할 수 있는 존재는 오직 신뿐”이라고 미소 지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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