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0.30 04:59
수정 : 2018.10.3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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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첫 솔로 앨범 <이타카>를 발표한 국카스텐의 하현우.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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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솔로 앨범 발표
늘 꿈꾸던 섬, 이타카
여행지 느낌을 5곡에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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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첫 솔로 앨범 <이타카>를 발표한 국카스텐의 하현우.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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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이타카를 마음에 두라/ 네 목표는 그곳에 이르는 것이니/ 그러나 서두르지는 마라/ 비록 네 갈 길이 오래더라도/ 늙어져서 그 섬에 이르는 것이 더 나으니/ 길 위에서 너는 이미 풍요로워 졌으니/ 이타카가 너를 풍요롭게 해주길 기대하지 마라/ 이타카는 너에게 아름다운 여행을 선사했고/ 이타카가 없었다면 네 여정은 시작되지도 않았으니/ 이제 이타카는 너에게 줄 것이 하나도 없구나/설령 그 땅이 불모지라 해도/ 이타카는 너를 속인 적이 없고/ 길 위에서 너는 현자가 되었으니/ 마침내 이타카의 가르침을 이해하리라.”
그리스 시인 콘스탄티노스 카바피(1863~1933)의 시 ‘이타카’의 구절이다. 록 밴드 국카스텐의 하현우(보컬)는 이 시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 ‘언제나 이타카를 마음에 두라’라는 그리스어 시구를 몸에 문신으로 새기기도 했다. 그는 방송사 피디에게 “언젠가 그리스 이타카섬에 가보고 싶다”는 얘기를 했고, 이는 지난 9월 종영한 <티브이엔> 예능 프로그램 <이타카로 가는 길>로 이어졌다. 하현우와 윤도현이 터키에서 이타카섬까지 이르는 음악 여정을 담아냈다.
하현우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이타카로 가는 여정에서 느낀 감정을 음악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물이 28일 발표한 미니앨범(EP) <이타카>다. 하현우가 솔로 앨범을 발표한 건 처음이다. 앨범에는 5곡이 담겼다. 앨범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건 서정적인 연주곡 ‘이타카’다. 신화 속에서만 존재할 것 같았던 이타카섬을 실제 마주하는 순간 뜨겁게 요동치는 마음을 피아노 버전과 기타 버전 두 가지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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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카스텐의 하현우가 28일 발표한 첫 솔로 앨범 <이타카> 표지.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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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곡은 차분하면서도 격정적인 발라드 ‘홈’이다. “너무 멀리 온 건 아닐까/ 가면 갈수록 멀어지는 집/ 그곳보다 멀리 있는 것은/ 가면 갈수록 보여지는 나”로 시작하는 노랫말로 여행길 위의 깨달음을 노래한다. 이어지는 ‘항가’는 제목 그대로 길에서 부르는 노래다. “달려가도 닿지 않는/ 그만큼만 허락한 지평선/ 닳아버려 투명해진/ 신발 속에 머금은 지평선”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재촉한다. ‘무지개 소년’은 비가 그치기도 전에 무지개를 맞이하러 나온 소년들이 환호성 지르며 뛰어가는 모습을 상상하며 만든 노래다. 유년으로의 여행길에 오르게 한다. 수록곡 모두 목적지보다 그 과정의 의미를 설파하는 시 ‘이타카’와 일맥상통한다.
하현우는 지난 26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뮤즈라이브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국카스텐 활동 때 분노도 강했고 스스로를 불량품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음악을 통해 소통하고 팬들이 좋아해주시는 걸 보면서 불량품이라 생각했던 우리가 가치 있는 존재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솔로 작업에 대해 “밴드를 하면서 최근 정체되는 느낌도 있었는데, 솔로 앨범을 다른 방식으로 작업하면서 음악에 대한 열정이 샘솟았다. 감사한 경험이었다”고 설명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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