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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0.31 17:49 수정 : 2018.11.01 01:02

이은새 작가가 그린 ‘밤의 괴물들’ 연작의 하나인 ‘크게 웃는 여자들’(부분)

이은새 개인전 ‘밤의 괴물들’

음주여성의 취중 기억 그림으로
범죄표적 아닌 청춘활력 표현

이은새 작가가 그린 ‘밤의 괴물들’ 연작의 하나인 ‘크게 웃는 여자들’(부분)
그림 속 여자들이 관객을 쏘아본다.

불콰해진 20대 ‘음주여성들’이다. 취한 그들의 당돌한 눈길이 바깥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다. 함께 드러내는 몸짓도 도발적이고 괴기스럽다. 날선 눈동자 빛내며 게운 토사물을 두 손에 받아 과시하듯 보여주거나 철봉에 올라가 눈은 관객을 향한 채 자기 몸을 공중돌림하고, 심지어 검은 얼굴에 눈빛만 빛내며 대놓고 소변을 보는 장면까지 등장한다.

서울 홍대 앞 아트스페이스 루프에서 열리고 있는 이은새(31) 작가의 개인전 ‘밤의 괴물들’은 작가 자신을 포함한 젊은 여성들의 음주 풍경과 취중에 벌인 몸짓에 대한 기억을 100호가 넘는 큰 캔버스에 담는다. 남성들의 성추행 범죄 대상으로 지목돼 ‘골뱅이’란 비어로 불리는 술취한 젊은 여성들의 취중 상황을 기억과 상상력으로 떠올리며 재현한 작업들이다. 작가는 남성 폭력의 희생자, 피해자의 면모가 아니라 청춘의 활력을 내뿜는 능동적 젊은이들로 취중 여성들을 그려냈다.

이은새 작가의 전시장. 비스듬히 바닥에 놓인 작품은 300호짜리 대작 ‘눈 비비는 사람’. 뒤쪽 벽에는 ‘밤의 괴물들’ 연작인 ‘노상방뇨’, ‘철봉운동’이 내걸려있다.
취중의 기억을 풀어놓는다는 점에서 그림들은 민망하고 불편한 느낌을 줄 수 있지만, 뜻밖에도 화면의 감상을 지배하는 건 이미지 자체보다 붓질의 활기와 강렬한 색채다. ‘그래서, 어쩌라고? 우리는 약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듯한 화면 속 여성들과 배경의 이미지 사이엔 물감의 감도와 두께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붓질의 힘이 몰아치고 있다. 그래서 시원하고 유쾌한 시각적 쾌감을 일으키기까지 한다. 자신의 주변 일상에 어떤 변화나 파장이 밀어닥쳤을 때의 감각을 형상화하려는 집요한 의지에서 나온 것들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제구력 좋은 투수처럼, 원하는 상황에서의 감각, 원하는 구도를 자기 생각대로 활달하게 그려낼 수 있는 작가적 역량이 도드라져 보인다. 막 부린 듯한 붓질·구도 같아보이지만 치밀한 사전 구상과 드로잉 등의 밑작업을 통해 준비했다고 한다. 에스엔에스 등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청년미술인들 사이에 화제를 낳고있는 전시다. 11월4일까지. (02)3141-1377.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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