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1.07 04:59
수정 : 2018.11.07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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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의 정규 2집 <에일리언스>를 발표한 술탄 오브 더 디스코. 붕가붕가레코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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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에 2집 ‘에일리언스’ 발표
17일 ‘역대급’ 단독 콘서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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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의 정규 2집 <에일리언스>를 발표한 술탄 오브 더 디스코. 붕가붕가레코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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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술탄 오브 더 디스코’가 처음 서울 홍대 앞 라이브클럽에 등장했을 때, 충격 그 자체였다. 록이 대세인 인디신에서 1970년대 유행했던 디스코라니. 하기사 이름부터 ‘디스코의 제왕’ 아니던가. 악기 하나 없이 무대에 올라 춤추며 노래하는데, 알고 보니 립싱크였다. 사람들은 킥킥대면서도 “B급 문화 취향을 저격하는 고도의 전략”이라거나 “아이돌 가수 문화에 대한 패러디”라는 둥 의미를 부여했다.
“사실 그런 거 없었어요. 우리도 멋지게 하고 싶었지만, 악기를 잘 못 다뤄서 대신 춤을 춘 거고, 헐떡거려 노래를 못하겠어서 립싱크를 한 거예요.”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리더 나잠 수(보컬)는 5일 서울 서교동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고백했다. 초창기 3인조 립싱크 그룹을 거쳐 이제는 어엿한 5인조 라이브 밴드로 진화한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최근 정규 2집 <에일리언스>를 발표했다. 1집 <더 골든 에이지> 이후 5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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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탄 오브 더 디스코가 발표한 정규 2집 <에일리언스> 표지. 붕가붕가레코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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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느라 이제야 후속 앨범을 낸 걸까? “1집 이후 디지털 싱글을 7곡이나 냈어요. 3곡만 더하면 정규 앨범도 만들 수 있었는데, 갑자기 슬럼프가 왔어요. 전보다 더 뚜렷한 색깔의 앨범을 하려 했지만, 아이디어와 창작력이 바닥난 느낌이었죠.” 중압감 탓인지 디스코 음악에 물리기까지 했다.
그런 나잠 수를 바닥에서 건져낸 건 역시 디스코였다. “진짜로 신나 춤춰본 지 몇 년이 흘렀어/ 그땐 뭣 모르고 즐겼지/ 언제부터인가 날 움직이지 못했지/ 어떤 음악도 날 감동시키지 못해/ 갑자기 들려온 너의 디스코/ 내가 원래 알던 디스코와는 너무 달라/ 이미 굳어버린 내 마음을 모두 녹여/ 절로 춤추게 다시 심장이 뛰어” 음악에 다시 가슴이 두근대던 순간을 담은 이번 앨범 수록곡 ‘슈퍼 디스코’ 가사다. 모든 걸 “리셋”하고 2집 앨범 수록곡 작업에 들어간 게 지난해 10월이었다.
이전까진 모든 곡 작업을 나잠 수 혼자 했다면, 이번에는 다른 멤버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수혈했다. 예컨대 ‘플레이홀릭’은 JJ 핫산(댄스·코러스)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든 것이다. 유일한 직장인 멤버였던 그는 올해 초 회사를 그만뒀다. “12년 동안 직장생활을 했어요. 밴드 활동과 병행하려니 힘들었죠. 이젠 좀 쉬고 싶기도 했고, 2집에선 내 역할이 더 커져야 할 것 같아 사표를 냈어요.” ‘워커홀릭’에서 ‘플레이홀릭’이 된 그는 동네 실용음악학원에서 건반도 배웠다. 앞으로 춤뿐 아니라 건반 연주도 맡을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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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탄 오브 더 디스코 2집 <에일리언스> 타이틀곡 ’통배권’ 뮤직비디오 한 장면. 붕가붕가레코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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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타이틀곡 중 하나는 ‘통배권’이다. 어린 시절 만화 <쿵후보이 친미>에 나오는 필살기를 흉내내며 장난치던 기억을 1990년대 힙합 비트 위에 얹었다. 래퍼 뱃사공이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흑인음악, 동양무술, 한국전통문화, 사이버펑크 등 온갖 하위문화를 뒤섞은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는 이들 말마따나 “음악으로 표현한 걸 400%로 부풀려 구현”해냈다. 또 다른 타이틀곡 ‘사라지는 꿈’은 “술탄답지 않게” 잔잔하고 진지한 곡이다. 나잠 수가 너무 힘들어 음악판을 떠나고 싶어 했을 때의 심경을 사랑 노래처럼 풀어냈다.
“이번 앨범에는 ‘원래의 술탄’과 ‘새로운 술탄’이 공존한다”고 이들은 말한다. ‘통배권’처럼 이들 특유의 신나고 화려한 음악은 물론, ‘사라지는 꿈’처럼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음악도 있다는 것이다. “1집에선 ‘아랍 대부호’ 같은 콘셉트와 가상 스토리를 만들어냈다면, 2집에선 우리 자신의 감정과 이야기를 녹여냈다는 것도 달라진 점”이라고 이들은 설명했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흥겹기 이를 데 없는 공연으로 유명하다. 영국의 세계적인 음악축제 글래스턴베리 무대에 두번이나 선 걸 비롯해 유럽·미국·일본 등을 돌며 세계 관객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이들은 오는 17일 오후 6시 서울 광장동 예스24 라이브홀에서 ’그랜드 술탄 나이트 2018’ 공연을 한다. 단독공연으론 역대 가장 큰 규모(2000석)다. 이들은 “퍼포먼스, 무대장치 등 모든 면에서 역대급으로 화려하고 충격적인 무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070-7437-5882.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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