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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11 14:36 수정 : 2018.11.11 21:17

‘둘 중 한명은 비정규직, 누구일까요’ 연작중 일부. 현대자동차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나란히 세워놓고 찍었다.

‘일우사진상’ 수상 한겨레 박종식 기자 사진전 ‘안녕’

“둘 중 한명 비정규직’ 연작 등
현실포착 사진을 구조물에 배치
예술·기록·선전물 경계 넘나들어

‘둘 중 한명은 비정규직, 누구일까요’ 연작중 일부. 현대자동차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나란히 세워놓고 찍었다.
“대한항공이 회개한 것인가?”

요즘 서울 서소문 한진그룹 대한항공 사옥 풍경을 보고 사진계 사람들은 농담을 던지곤 한다. 지난달 31일부터 사옥 현관 쇼윈도 안에 걸맞지 않는 뜻밖의 사진과 글귀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나는 죽음을 각오하고 이 지붕 위에 올라왔습니다…’

쇼윈도 속 글들은 1931년 평양 을밀대 지붕 위로 올라가 임금삭감에 절규한 고무공장 노동자 강주룡(1901~31)의 인터뷰 내용이다. 한국 노동자 고공투쟁의 선구인 그의 인터뷰 텍스트 한가운데에 지금 비정규 노동자들이 복직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중인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이 클로즈업된 사진이 붙었다. ‘땅콩 회항’ ‘물컵 던지기’ 등 사주 일가 갑질로 비난받은 이 회사와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

박종식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일우스페이스 들머리. 고공농성에 들어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발언 글귀가 사진작업과 함께 붙어있다.
이 작품은 사옥 1층 전시장 일우 스페이스에서 제9회 일우사진상 보도부문 수상전시를 열고 있는 <한겨레> 사진기자 박종식(39)의 출품작 중 일부다. <안녕(Say Hello)>이란 제목이 붙은 전시회는 비정규직의 현실과 그들의 고공투쟁 현장 등을 담은 사진들이 설치작품처럼 구조물과 함께 배치됐다. 사진들이 담은 노동자들의 힘겨운 이야기와는 별개로 이질적 백색 공간이 복잡미묘한 감상을 자아낸다.

30여점의 출품작을 보면, 작가는 냉정한 객관적 시선을 유지하려는 다큐 사진의 원칙을 좇기보다는 뚜렷한 관점이 스며든 설정을 중시한다. ‘둘 중 한명은 비정규직, 누구일까요’ 연작은 자동차공장, 지하철공사, 대학강단 등의 현장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나란히 세워놓고 그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이야기한다. 2012년 쌍용차 해고자·가족 희생자들의 추모 모임에 참석한 해고노동자 3명을 암전된 공간 속에 눈을 감게 하고 찍은 연작은 3년 뒤 다시 다시 밝은 공간에서 찍은 후속 연작들과 마주보고 있다. 복직투쟁 현장의 손팻말·펼침막·몸자보 등과 2005~2018년 노동운동의 주요사건·연표 등도 함께 나와 이 전시공간에 낯선 분위기를 더했다. 사실, 이 전시의 특장은 설치예술적 요소를 강퍅한 구호, 현장 사진과 함께 도입하면서 예술품과 기록물, 선전물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특한 감각을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굴뚝 윗부분 고공농성 현장을 무미건조하게 클로즈업한 수십여장의 연속사진들로 둘러싸인 채 ‘세이 헬로(안녕)’라 적혀 있는 나무탑, 벌건 패널 위에 쓰인 고공농성 출사표 글귀 등은 노동 현장 이면의 삶과 죽음의 경계 자체를 곱씹게 한다. 작가는 말한다. “…비록 내 사진이 ‘살다가 지친 사람들을 위한 사철나무 그늘’이 되어 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되뇌며 카메라를 들고 길 위로 나선다. 지금, 여기 펼쳐 놓은 사진과 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대한 나의 답이기도 하다.” 27일까지. (02)753-6502.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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