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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13 05:00 수정 : 2018.11.13 05:00

7년 만의 정규 앨범인 6집 <오로라 피플>로 돌아온 허클베리핀 멤버들. 왼쪽부터 성장규(기타), 이소영(보컬), 이기용(기타·보컬). 칠리뮤직코리아 제공

정규 6집 ‘오로라 피플’ 발간

20년간 밴드 이끈 리더 이기용
제주도 은둔 끝내고 새 앨범으로
드넓은 풍광 여러 소리로 켜켜이
12월22일 발매 기념 서울 공연

7년 만의 정규 앨범인 6집 <오로라 피플>로 돌아온 허클베리핀 멤버들. 왼쪽부터 성장규(기타), 이소영(보컬), 이기용(기타·보컬). 칠리뮤직코리아 제공
‘사랑하는 친구들아 안녕 나는 너희들이 모르는 사이에 잠시 지옥에 다녀왔어’. 5집 <까만 타이거>(2011) 이후 오랫동안 침묵하던 록밴드 허클베리핀이 지난 2015년 11월 불쑥 내놓은 디지털 싱글 제목이다. 또 3년이 흘렀다. 허클베리핀이 12일 6집 <오로라 피플>을 발표했다. 정규 앨범으론 꼭 7년 만의 귀환이다.

“그땐 정말 단테 <신곡>에 나오는 지옥과 연옥을 왔다갔다 했었죠.” 지난 7일 서울 연희동 허클베리핀 작업실에서 만난 이기용(기타·보컬)이 말했다. 1998년 데뷔 이후 20년간 밴드를 이끌어온 리더다. 그는 “5집 발표 이후 큰 전환기를 맞았다”고 했다. 2012년 갑자기 찾아온 마음의 병이 그를 지독히도 괴롭혔던 것이다.

음악을 그토록 열심히 했는데도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음악을 계속 하고자 서울 홍대 앞에서 음악바 ‘샤’를 운영했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임대료 탓에 이전을 거듭하다 끝내 문을 닫았다. 여러 개인적 아픔이 겹치면서 사람을 만나기 힘들 정도로 병은 깊어만 갔다. 2013년 혼자 무작정 제주도에 내려갔다. 김녕 바닷가에 숨어 1년 반을 지냈다. 약도 잘 안 먹고, 온몸으로 고통을 받아냈다. 탁 트인 하늘과 풍광을 보면 마음이 그나마 진정됐다. 정신을 차리고 나면 걷고 또 걸었다. 그것만이 살길이었다.

“소영아, 난 음악을 안하면 안되겠어.” 허클베리핀의 멤버 이소영(보컬)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2015년의 어느 날이었다. “당시 모두 다 떠났고, 밴드도 깨질 상황이었어요. 그렇게 되니 내게 뭐가 남을지, 뭐가 필요한지 보이더라고요. 음악을 해야겠다, 음악을 하고 싶다, 음악을 해야 살 것 같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어요.”

7년 만의 정규 앨범인 6집 <오로라 피플>로 돌아온 허클베리핀 멤버들. 왼쪽부터 이기용(기타·보컬), 이소영(보컬), 성장규(기타). 칠리뮤직코리아 제공
하지만 이소영의 고민도 작지 않았다. “저도 당시 모든 걸 다 내려놨던 것 같아요. 기용이 형이 홀로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방관한 데 대한 죄책감도 있었고, ‘우리가 다시 음악을 할 수 있을까?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나?’ 하는 고민도 했죠. 형이 다시 음악을 하자고 했을 때도 ‘내가 타고 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음악을 계속 하는 게 맞는 걸까?’ 하는 생각에 선뜻 수락하지 못했어요.”

이기용은 계속 설득했다. “네 목소리 아니면 안되겠어.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네가 나의 모든 노래를 불렀잖아. 네가 불러야겠어.” 고민 끝에 다시 음악이 하고 싶어진 이소영은 그 길로 제주도로 내려가 방을 얻고, 이기용과 음악 작업을 시작했다. 그 즈음 새 멤버 성장규(기타)도 합류했다. 제주의 풍광에다 음악까지 더해지면서 이기용은 더는 약이 필요 없을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다.

“처음에 제주도는 바다인 줄 알았는데, 가서 보니 바다가 아니라 하늘이더라고요. 풍광을 바라다보면 땅이나 바다는 10에서 2~3밖에 안되고 나머지 7~8은 다 하늘인 거예요. 그 너른 하늘, 그 공간을 음악에 담고 싶었어요.” 이전의 거칠고 빠르고 강한 비트의 음악 대신 차분하고 서정적고 몽환적인 음악으로 자연스레 바뀌었다. 높고 넓은 공간감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소리들을 세밀히 계산해 겹겹이 쌓아올렸다.

허클베리핀 6집 <오로라 피플> 표지. 칠리뮤직코리아 제공
6집의 첫 곡 ‘항해’부터 새 앨범의 방향성을 잘 보여준다. 제주도에 내려간 이기용이 컨테이너박스에 숨어 지내면서 작은 창으로 내다본 풍경을 거의 연주곡에 가까운 음악으로 표현했다. 하늘을 향해 올라가다 결국 대기권을 지나 우주로 나아가는 환상의 여정을 담았다. 작업실에 오로라 사진을 붙이고 상상하며 만든 연주곡 ‘오로라’와 곧바로 이어지는 노래 ‘오로라 피플’은 6집의 클라이맥스다. 이기용은 “오로라가 피어나는 하늘의 공간감과 그 아래서 오로라를 함께 보는 따뜻한 친구들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타이틀곡 ‘누구인가’는 허클베리핀 특유의 감성적 멜로디가 살아있는 노래다. 이소영과 이기용이 1절과 2절 앞소절을 번갈아 부르는데, “너는 내게 어느새 빛이 되었어” 하는 대목이 따스하게 다가온다. 허클베리핀은 12월22일 서울 마포구 광흥창동 씨제이 아지트에서 새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열어 신곡과 이전 히트곡들을 들려줄 예정이다. (02)2644-4315.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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