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1.14 19:45
수정 : 2018.11.14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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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JK(오른쪽)가 14일 오후 서울 광장동 예스24 라이브홀에서 래퍼 비지와 함께 공연하고 있다. 필굿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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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10집 ‘X: Rebirth of Tiger JK’
힙합전도사 20년간 활동 결산
CD 2장에 가득 담은 30곡엔
윤미래·도끼·방탄RM 등 참여
아버지 향한 그리움도 랩으로
“부수며 도전하는 옛 음악 문닫고…
타이거JK 활동은 계속 진화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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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JK(오른쪽)가 14일 오후 서울 광장동 예스24 라이브홀에서 래퍼 비지와 함께 공연하고 있다. 필굿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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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렁큰타이거는 뭔가를 부수고 도전하는 문화가 생겨날 즈음에 만든 힙합 그룹입니다. 이제 세상도 변했고, 음악계 흐름도 많이 바뀌었어요. 그때 표현했던 음악 색깔은 타임캡슐에 넣고 그만 문을 닫아야 할 때인 것 같아요. 그 전에 마지막으로 팬들이 반가워할 수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드렁큰타이거의 타이거JK는 14일 서울 광장동 예스24 라이브홀에서 기자들과 만나 마지막 앨범을 내는 소감을 밝혔다. 드렁큰타이거는 이날 정규 10집이자 마지막 앨범인 <X: 리버스 오브 타이거JK>를 발표했다. ‘X’는 열번째란 의미이자 미스테리, 무한대, 곱하기, 후속편 등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중의적 표현이기도 하다. ‘타이거JK의 재탄생’이라는 부제가 의미하는 것처럼 이후에는 타이거JK로서 새로운 음악세계를 펼칠 것을 암시하기도 한다.
드렁큰타이거는 국내 가요계에 정통 힙합을 본격적으로 전파한 그룹으로 평가받는다. 어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간 재미동포 타이거JK(본명 서정권)와 디제이 샤인이 결성해, 1999년 한국에서 데뷔 음반 <이어 오브 타이거>를 발표했다. 여기서 ‘난 널 원해’,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가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위대한 탄생’, ‘굿라이프’, ‘소외된 모두, 왼발을 한 보 앞으로!’, ‘심의에 안 걸리는 사랑노래’, ‘몬스터’ 등 히트곡을 내며 한국 힙합신을 이끌어왔다. 2005년 디제이 샤인이 탈퇴하면서 타이거JK 홀로 그룹을 지켜왔다.
드렁큰타이거는 마지막 앨범을 두장의 시디로 구성해 30곡을 꽉꽉 채웠다. 첫번째 시디는 드렁큰타이거 특유의, ‘붐뱁’이라는 드럼 사운드를 강조한 힙합 하위 장르 곡들로 채웠고, 두번째 시디에선 재즈, 펑키, 하우스, 디스코, 레게 등 다양한 스타일을 힙합에 녹여냈다. 타이거JK는 “첫번째 시디는 무대에 있는 타이거JK를, 두번째 시디는 집에 있는 타이거JK를 표현한 것이다. 짓궂고 가끔은 지질한 모습도 담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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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렁큰타이거의 마지막 10집 앨범 표지. 필굿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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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앨범에는 다양한 음악가들이 참여했다. 실력파 프로듀서 랍티미스트가 앨범에 전반적으로 참여한 걸 비롯해, 아내 윤미래, 가리온의 MC 메타, 도끼, 비지, 슈퍼비, 김종국, 은지원, 데프콘, 하하 등 동료들이 목소리를 보탰다. 또 방탄소년단의 RM, 세븐틴의 버논 등 아이돌 그룹 멤버도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첫번째 시디의 타이틀곡은 ‘끄덕이는 노래’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프로듀서 랍티미스트의 곡으로, 붐뱁 사운드에 드렁큰타이거 고유의 음악색을 담았다. 제목처럼 ‘결국 듣고 느끼고 수긍하고 그저 끄덕이면 된다’는 힙합의 흥과 메시지를 담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두번째 시디의 타이틀곡은 ‘뷰티풀’이다. 2014년 세상을 떠난, 한국 1세대 음악평론가인 아버지 서병후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곡이다. 타이거JK는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 정신 차리는 데 5년 가까이 걸렸다. 이제는 무뎌지는 게 섭섭하더라. 아픔도 반갑고, 고통이 나쁘지 않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에서 가장 소중한 곡이자 지난 20년간의 음악 활동을 가장 잘 표현한 곡”이라고 덧붙였다.
수록곡 중 ‘타임리스’는 방탄소년단 RM과의 협업으로 관심을 모은다. RM과는 방시혁의 부탁으로 만나게 됐다고 한다. “의정부로 찾아온 RM과 음악 얘기를 하면서 선입견이 많이 깨졌어요. 발성도 좋고, 곡에 대한 이해라든지 가사 쓰는 방법이라든지 우리가 언더그라운드 시절에 하던 방식과 비슷하더라고요.” 그는 “말랑말랑하고 대중적인 곡보다는 오히려 가장 힙합적이고 언더그라운드다운 음악을 해보자고 뜻을 모았다”며 “차트 성적에 상관없이 우리가 좋아하는 걸 해보자고 한 게 바로 이 곡”이라고 설명했다.
드렁큰타이거는 이번 앨범을 마지막으로 사라지지만, 타이거JK 솔로 활동은 계속할 예정이다. 그는 “타이거JK는 계속 진화할 것이다. 새로운 활동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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