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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2.12 05:00 수정 : 2018.12.12 05:00

윤영석 작가의 설치조형물 . 작품 제목은 ‘인공인간형상’을 뜻하는 영문장 ‘artificial human illusional object’의 약자다. 세상을 인식하는 머리만 비대해지고 몸은 쪼그라든 디지털시대의 왜곡된 인간상을 표현한 작품이다.

기능 중심 테크놀로지가 만든
문어 형태 기형 인간상을 표현
30년 이명 고통 담은 조형물도

윤영석 작가의 설치조형물 . 작품 제목은 ‘인공인간형상’을 뜻하는 영문장 ‘artificial human illusional object’의 약자다. 세상을 인식하는 머리만 비대해지고 몸은 쪼그라든 디지털시대의 왜곡된 인간상을 표현한 작품이다.
디지털 문명이 낳을지도 모를 암울한 미래의 기형인간들이 전시장에 나타났다.

독일에서 유학한 중견 조각가 윤영석(60)씨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1층 전시장에 내놓은 설치조형물 ‘아히오(AHIO)’는 큰 대가리에 다리 네개를 뻗친 문어 형상을 하고 있다. 몸체는 없고 비대한 머리통에 바로 붙어있는 네개의 다리가 컴퓨터 전자회로 기판을 빽빽하게 그린 바닥을 위태롭게 디디고 있다. 발치 끝에 백미러 같은 후사경이 달려 여기를 바라보는 관객이 투사된다. 작품 제목은 ‘인공인간형상 오브제’를 뜻하는 영문장 ‘Artificial Human Illusional Object’의 약자다. 머리만 커지고 몸은 쪼그라든 지금 디지털시대의 인간상을 표현한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모두 세개가 서 있는 문어형상 주위를 돌다보면 이들이 각기 머리통을 부르르 떨면서 야릇한 괴성을 번갈아 내는 것도 듣고 볼 수 있다. 이런 이미지적 상상력은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호모 데우스>에서 이야기한 디지털 문명의 디스토피아적 미래상과 부합한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개발이 휴머니즘의 본령을 벗어나 기능적으로만 치닫는다면, 인간도 다른 사물처럼 알고리즘 시스템에서 처리되는 정보의 일부분으로 전락할 것이란 그의 예언이 마치 조각 덩어리로 나타난 듯한 느낌이다. 실제로 우리들은 언제 어디서든 고개 숙여 눈과 머리만 쓰며 스마트폰에 몰입하는데 익숙하지 않은가.

가나아트센터 1, 2층에 차린 윤 작가의 개인전 ‘소피엔스(SOPHIENS)’는 지금 우리들의 감각과 의식에 대한 통렬한 질문과도 같다. 확확 바뀌는 디지털 문명의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고 주관적인 착시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현대인들의 내면을 작가는 몸을 소재로 삼아 특유의 개념적 설치작품을 펼쳐보인다. 시선에 따라 로봇개, 발레무용수, 게임장면 등의 화면이 변하는 렌터큘(좌우·상하 각도에 따라 이미지가 변경되는 것) 평면 작업들을 통해 낯설게 드러낸다. 30여년간 앓아온 귓병으로 겪어온 이명(헛울림)의 고통을 풍선에 매달린 거대한 침봉과 귀 조형물·그림으로 풀어낸 2층의 대형 작업들도 곱씹어볼만한 역작이다. 개인적인 감각 경험을 이 시대 더욱 심화된 인간의 감각 오류와 착각에 대한 성찰로 넓히려는 보기드문 조형적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30일까지. (02)720-1020.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2층 전시장 풍경. 작가는 귓병으로 겪어온 이명의 고통을 풍선에 매달린 대형 침봉 설치작품과 귀 모양의 조형물과 그림으로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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