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30 15:13
수정 : 2018.12.30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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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에 나온 19세기 그림 <반도도>. 장수의 상징인 천상의 복숭아를 묘사한 길상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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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송구영신’ 전시들
국립중앙박물관 ‘대고려’ 특별전
극락왕생 비는 글자 부적·경전·그림
‘내세엔 남자로…’ 신도들 발원문도
민속박물관 ‘올해의 동물’ 돼지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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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에 나온 19세기 그림 <반도도>. 장수의 상징인 천상의 복숭아를 묘사한 길상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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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몸에서 나온 신비스런 주문을 모아 펴낸다. 그리하여 재난과 우환을 막고자 한다.’
‘아직까지 보지 못했던 이상한 글자다. 본래 참모습을 잃지않도록 조심스럽게 베끼고 새긴다.’
이 글귀들은 1375년 경상도 합천 해인사의 불자였던 박면이 쓴 것이다. 동료 거사들의 발원을 받아 당시 불교교단에서 일종의 부적이던 <성불수구대다라니>란 주문첩에 이렇게 적어놓았다. 고려 사람들은 부처의 몸에서 나온 신비스러운 말과 글자의 힘을 믿었다. ‘아직까지 보지 못했던 이상한 글자’가 다라니라고 불리웠던, 실체를 알기힘든 인도의 범어글자들이다. 글자들의 뜻과 형상을 잘몰라도 계속 간절한 마음으로 염송하고 쓰고 그리기를 거듭하면 소망이 이뤄지고 액운이 사라진다고 그들은 믿었다. <성불 수구대다라니>은 지금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대고려’ 특별전에서 볼 수 있다. 지난해 해인사 원당암 목조관음보살상 복장(뱃속)에서 발견돼 세상을 놀라게 한 이 다라니첩은 고려인들이 새해를 어떤 마음으로 맞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유물로 눈길을 끈다. 죄를 없애주고 극락왕생하게 해준다는 여러 종류의 다라니, 부적들이 망라되어 있고 당대 인도 승려 지공이 설법한 <무생계>경전 내용까지 들어간 일종의 ‘다라니 사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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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청양 장곡사 불상 복장에서 나온 10미터 넘는 대형 발원문.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을 편찬한 고승 백운화상으로 추정되는 승려의 발원문이 1000여명 불자의 발원글들과 함께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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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에서는 국내 최고의 미남불상으로 이름높은 충남 청양 장곡사 불상의 복장 속에서 나온 당대 신도 1000여명의 발원문이 선보이고 있다. 10m 넘는 비단폭에 ‘2살 아이 어을진이 장수하기를 발원한다’거나 ‘태어날 때마다 널리 중생을 일깨우고 내세에는 남자로 태어나게 해달라’ 는 등 간절한 장삼이사들의 발원이 줄줄이 적혀있다. 비단폭에 꿰매어 붙인 ‘전의군부인 이씨’의 이름이 적힌 천조각 등에서 복덕을 비는 고려인들의 애틋한 소망을 느끼게 된다. ‘전대(田大)’란 평민의 이름과 ‘바얀 테무르’ 같은 몽골계 이름 등이 등장하는 것도 이채롭다.
상설관 서화실을 가면, 조선시대 선비들이 연초 이상향과 길상의 상징으로 꿈꿨던 도교의 신선세계를 담은 그림들도 볼 수 있다. 지난 11월부터 열리고 있는 ‘영원한 행복을 꿈꾸며’ 테마전시로, 도교의 여신 서왕모의 연회 장면을 그린 <요지연도>와 천상의 복숭아를 그린 <반도도> 같은 18~19세기 명품그림들을 만날 수 있다.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자수 화초길상문 궁중병풍과 18세기 화원 정홍래가 그린 <해뜨는 바닷가의 매>는 화려한 색감과 양기를 내뿜는 강렬한 매의 자태가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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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의 돼지해 특별전에 나온 일본의 전통 멧돼지 공예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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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새해 띠동물인 돼지를 여러 유물들로 조명하는 ‘행복한 돼지’ 특별전이 기다린다. 십이지의 마지막 동물이자, 성과 속을 넘나들며 인간과 함께 한 돼지에 얽힌 상징과 풍속사의 면면들을 추녀마루의 잡상, 무덤의 부장품, 토우, 동경, 이발소 그림 등을 통해 살펴보고 있다.
글·사진/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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