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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30 18:46 수정 : 2019.01.30 19:49

‘두바퀴 회전’ 전시에 나온 김용관 작가의 채색 이미지 조각. 특정한 시점에만 희미하게 비추는 조명에 맞춰 감상할 수 있다.

장혜정 기획자-김용관 작가
연극무대풍 ‘두바퀴 회전’ 합작
출품작품들이 주인공처럼 등장

이성희 기획자-작가 6명
‘옵세션’ 전시로 의기투합

‘두바퀴 회전’ 전시에 나온 김용관 작가의 채색 이미지 조각. 특정한 시점에만 희미하게 비추는 조명에 맞춰 감상할 수 있다.
이 전시는 귀를 쫑긋세우고 눈힘을 단단히 주고 봐야 제맛이다.

문을 열면 캄캄한 어둠 속이다. 의자를 찾아 겨우 앉으면, 구석에 놓이거나 내걸린 작품들이 차례차례 어슴푸레한 조명을 받으며 모노드라마 주인공처럼 잇따라 등장한다. 작품들은 스티로폼이나 목재로 만든 육면체, 주름덩이 등 작가가 머리 속에서 상상한 추상 형상을 3D프린터로 뽑아 낸 것들이다. 전시장에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작가의 육성으로 창작에 얽힌 난해한 배경 이야기가 울려나온다. 바다 한가운데서 계속 시계방향으로 제자리를 맴돌기만 하는 크루즈선의 이야기를 담은 <시계 방향으로의 항해>라는 텍스트다. 조명이 자리를 바꿔가며 비추고 텍스트가 낭송되는 가운데 작품 10여점이 눈앞에 명멸하면서 전시는 계속 흘러간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부근에 있는 페리지갤러리에서 지난달 7일부터 장혜정 기획자와 김용관 작가가 손잡고 만든 팀 프로젝트전 ‘두바퀴 회전’(2월 10일까지)은 관심을 집중시키는 전시다. 지난해부터 국내 젊은 미술인들이 시도하기 시작한 실험전시의 새로운 틀을 앞장서 예시하는 자리란 점에서 그렇다. 이 팀 전시는 두 사람이 1년여 전부터 이미지와 문자 텍스트, 소통 등에 대해 오랫동안 나눠온 대화 내용을 전시공간과 작품으로 실현한 것이다. 한마디로 압축한다면 연극무대풍의 ‘연출형 전시’라고 할 수 있다. 김용관 작가가 2014년 쓴 <시계방향으로의 항해>라는 글이 전시 이미지를 만드는 주된 텃밭이 됐다. 기획자가 작가의 구상과 작업들을 자신의 담론이나 철학에 맞춰 꿰거나 엮어 전시를 만드는 대신, 오랜 기간 서로 관심사에 대해 대화하고 교감하며 협업을 해낸 것이다.

아르코미술관의 ‘옵세션’ 전에 나온 홍범 작가의 설치영상물 <0과 1사이의 포물선>. 작가가 친숙하게 보고 자란 1960~80년대 슬라브구조의 집들과 주변공간의 유동하는 이미지들이 점차 가속하면서 파편화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부동산 투기 등이 한국의 공간환경을 파탄 양상으로 왜곡시킨 단면들을 상징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 1전시실에서 지난달 19일부터 시작한 시각예술창작산실 지원전 ‘옵세션(강박)’전도 비슷한 연출형 전시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이 전시도 6명의 작가와 이성희 기획자가 협업한 결과물이다. 이 기획자는 권자연, 김도균, 김수영, 이배경, 이소영, 홍범 작가와 의기투합해 2017년 서울 세운상가 전시공간에서 여섯작가의 릴레이 전시를 연출했는데, 그때 쌓은 교감과 신뢰를 바탕으로 이번 전시도 일궈냈다. 그는 전시에 앞서 작가들에게 ‘미로’라고 명명한 여섯개의 이미지 열쇳말을 던졌다. 1969년 세운상가 화재를 진압하는 헬기의 사진과 펠리니 감독의 64년작 영화 <8과 1/2>, 토머스 핀천의 소설 <중력의 무지개>, 한국 대중가요사에서 사이키델릭록의 선구자로 꼽히는 김정미의 71년작 노래 <간다고 하지 마오> 등이다. 작가들은 시대적 감성을 담고 있는 이 이미지 재료들을 재해석해 설치·영상·사운드 신작들로 독특한 작품마당을 꾸려놓았다. 홍범 작가는 소설 <중력의 무지개>의 주된 소재인 로켓 미사일과 한국의 부동산 투기의 작동 과정을 교직시켜 작가가 친숙하게 보고 자란 1960~80년대 슬라브 구조의 집들과 풍경이 발사되는 로켓처럼 가속하면서 파편화되는 과정을 담았다. 어린 시절 상사 주재원 아버지를 따라 중동에서 학교를 다니며 보낸 유년시절의 기억을 자신의 개인 사진들로 풀어낸 권지연 작가의 아카이브 작업들, 세운상가 화재를 진압하는 헬기프로펠러 바람소리를 디지털 사운드로 상징화한 이배경 작가의 <사운드워크>도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청년 미술가들의 새로운 연출감각을 보여준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각 전시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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