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2.14 13:28
수정 : 2019.02.14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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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 앨범 <서스티>를 발표한 검정치마. 인스타그램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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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곡 중 ‘광견일기’ ‘빨간 나를’에 비판 쏟아져
“성매매·불륜 의미, 여성 비하 노랫말” 문제제기
“노랫속 화자 비판 의도…전체 맥락에서 봐야”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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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 앨범 <서스티>를 발표한 검정치마. 인스타그램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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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뮤지션 ‘검정치마’의 새 앨범 <서스티>(THIRSTY)가 여혐(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이며 입길에 오르고 있다.
검정치마는 조휴일의 원맨 프로젝트 밴드다. 2008년 데뷔 앨범 <201>을 발표하며 국내 인디신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그는 미국 인디팝 감성부터 한국 가요 어법까지 절묘하게 섞은 음악으로 평단과 음악팬들의 극찬을 받았다. 2011년 발표한 2집 수록곡 ‘인터내셔널 러브 송’이 텔레비전 광고에 쓰이면서 대중적으로도 지평을 넓혔다.
검정치마는 지난 12일 새 앨범 <서스티>를 발표했다. 앞서 그는 2017년 무려 6년 만의 새 앨범인 3집 <팀 베이비>를 발표했다. 달콤한 사랑 노래들로만 가득 채운 앨범에, 오랜 기간 기다려온 팬들이 두 손 들고 환호했다. 이번에 발표한 <서스티>는 4집이 아니라 3집의 2부에 해당하는 앨범이다. 그는 3집을 총 3부작으로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팀 베이비>가 사랑의 밝고 달콤한 면을 비춘 앨범이라면, 이번 <서스티>는 사랑의 어둡고 씁쓸한 면을 비춘 앨범이라 할 수 있다. 검정치마는 사랑의 대비되는 두 측면을 극단적으로 나눠 조명함으로써 사람과 삶의 복잡다단한 양상을 표현하려 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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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치마가 발표한 새 앨범 <서스티>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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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일부 노랫말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이들이 생겨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광견일기’의 노랫말은 이렇다. “우리 정분 났다고는 생각지도 마/ 내가 원하는 건 오분 길게는 십오분/…/ 너의 좁은 침대에/ 내 몸을 다시 포갠 것을 후회하긴 너무 늦었고/ 신경 쓰지 않는 나를 너도 알잖아/ 사랑 빼고 다 해줄게 더 지껄여봐/ 내 여자는 멀리 있고 넌 그냥 그렇고/ 눈물이라도 흘려봐 좀 인간이 돼봐” 또다른 곡 ‘빨간 나를’에는 “넌 내가 좋아하는 천박한 계집아이”라는 노랫말이 나온다.
이를 두고 음원사이트 댓글과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광견일기’는 성매매나 사랑 없는 육체적 관계, 불륜을 의미하는 것 같다며 불쾌해하고, ‘빨간 나를’은 여성혐오적 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검정치마는 과거 1집 수록곡 ‘강아지’와 2집 수록곡 ‘음악하는 여자’ 때문에 비슷한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반면 검정치마의 음악세계와 앨범·노래의 의도를 파악하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의견도 팽팽히 맞선다. ‘광견일기’의 경우 노래 속 화자를 비판하기 위한 의도를 이해해야 하고, ‘빨간 나를’은 가사의 전체적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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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치마가 이전에 발표한 3집 1부 <팀 베이비>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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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에는 14일 오전 현재 1400개 넘는 댓글이 달렸다. 아이디 ‘멍멍일기’는 “예술도 인간이 만드는 거고 사회적 맥락 안에 있는 건데,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가사를 이렇게 써도 되나?”라고 비판했다. 반면 아이디 ‘새벽달’은 “불륜 혹은 성매매 같은 음울한 관계들이 결국엔 진짜 사랑에 대한 ‘갈증'만 키우는 걸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정 소절·구절에만 집중해서 가수 자체를 싸잡아 매도하는 건 너무 단편적인 생각”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갑론을박은 검정치마의 인스타그램 댓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김작가 대중음악 평론가는 “단순히 여혐 프레임보다는 전체 맥락에서 봐야 한다. 3집의 1부가 사랑을 다뤘다면 2부는 증오를 다룬다. 말하자면 나쁜 남자와 나쁜 여자 캐릭터가 등장하는 소설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김선영 대중문화 평론가는 “검정치마 팬들 가운데 여성이 많다. 이제는 시대가 변하고 여성들도 변한 만큼 소비자들이 민감해 하는 이슈에 좀 더 호흡하고 배려하는 음악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검정치마는 이런 논란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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