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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2.26 23:00 수정 : 2019.02.26 23:33

한국 힙합신에 대한 날선 비판을 담은 앨범 <랭귀지>와 <세컨드 랭귀지>를 발표한 힙합 듀오 XXX. 왼쪽부터 프로듀서 프랭크와 래퍼 김심야. 바나 제공

힙합듀오 XXX 인터뷰

래퍼 김심야·프로듀서 프랭크
불신·냉소 대상인 한국 힙합신 향해
퍼붓듯 쏟아낸 곡을 두장의 시디로

정형화된 K팝 시스텝 벗어난 음악
대중음악상 최우수 랩 노래 수상
디자이너 이광호와 협업 전시도

“어떤 래퍼들 생존법은 자기 브랜딩
우린 우리가 잘하는 음악을 하는 것”

한국 힙합신에 대한 날선 비판을 담은 앨범 <랭귀지>와 <세컨드 랭귀지>를 발표한 힙합 듀오 XXX. 왼쪽부터 프로듀서 프랭크와 래퍼 김심야. 바나 제공
한국에서 힙합은 이제 주류 장르다. <쇼미더머니>로 대표되는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케이블 채널을 넘어 지상파 방송(문화방송 <킬빌>)까지 진출했고, 연일 새로운 랩스타들이 탄생하고 있다. 하지만 힙합 듀오 엑스엑스엑스(XXX)에겐 ‘딴 세상’ 얘기다. 이들에게 한국 힙합신은 불신과 냉소의 대상이다. 최근 서울 서교동 작업실에서 만난 이들은 “음악을 잘하는 이들이 아니라 자기 포장을 잘하는 이들이 성공하는 걸 보면서 낙담하고 절망했다”고 말했다. 그런 감정을 고스란히 음악으로 쏟아낸 것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앨범 <랭귀지>와 지난 15일 발표한 앨범 <세컨드 랭귀지>다.

엑스엑스엑스는 래퍼 김심야와 프로듀서 프랭크(FRNK)로 이뤄진 듀오다. 둘은 6년 전 한 힙합 사이트 자작 녹음 게시판을 통해 인연을 맺었다. 다른 멤버(구원찬)까지 셋이서 아르앤비(R&B) 그룹 돕멘션을 결성하고 앨범까지 냈지만 망하고 말았다. 아쉬운 마음에 김심야와 프랭크 둘이서 랩의 비중을 높여 힙합 믹스테이프 <엑스엑스>(XX)를 만들어 무료로 풀었다. “이것마저 잘 안되면 음악을 접자”고 하던 차에 지금의 기획사(바나)에서 연락이 왔다. 믹스테이프 제목에 ‘엑스’를 하나 더 붙여 팀 이름을 지었다.

2016년 첫 미니앨범(EP) <교미>를 발표했다. 힙합과 전자음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혁신적인 비트 위로 날카로우면서도 유려한 랩이 꿈틀댔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반응은 미약했다. 김심야는 “한국에서 제일 잘한다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그걸 사람들이 몰라준다는 현실에 화도 나고 원망도 했다. 실력보다 정치력으로 더 성공한 래퍼들을 향한 분노도 커져만 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들은 그런 심경을 담아 곡을 만들었다. 두달여 만에 20여곡을 쏟아냈다. 2017년 초 일이었다.

힙합 듀오 XXX가 발표한 앨범 <랭귀지> 표지. 바나 제공
곡은 금세 나왔지만, 앨범으로 빛을 보기까지 지난한 세월이 걸렸다. 기획사에선 공들여 준비하길 원했다. 미술작가와의 협업 등 여러 계획을 세웠다. 작업한 곡들을 두 장의 시디로 나눠 내기로 했고, 그 첫 결과물이 지난해말 내놓은 <랭귀지>다. 그리고 얼마 전 두번째 시디인 <세컨드 랭귀지>마저 발매했다. 어둡고 묵직한 사운드와 한국 힙합신을 비판하는 날선 랩이 조화를 이룬, 기존 국내 힙합에선 좀처럼 들을 수 없던 파격적 음악이라는 평을 들었다.

다소 정형화된 케이팝 시스템에서 비켜나 있다는 점에서 외국 매체로부터 더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국 음악 산업의 전형적이고 화려한 랩 음악의 대안”(피치포크), “한국에서 음악을 만드는 기존 공식과 정반대의 위치”(빌보드), “공장처럼 제조되는 음악 시스템과 맞서 싸우는 느낌”(애플뮤직 비츠원라디오) 같은 평가들이 그렇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이런 반응이 떨떠름하기만 하다. 김심야는 “2년 전 곡을 썼을 때와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음악만 잘한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게 됐다. 우리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거고, 어떤 래퍼들은 자기 브랜딩을 잘하는 걸로 살아남는 거다”라고 말했다. 프랭크는 “다른 이들에게 분노하는 대신 앞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베풀기로 했다. 그게 정신 건강에 더 이로울 것 같다”고 했다.

힙합 듀오 XXX가 발표한 앨범 <세컨드 랭귀지> 표지. 바나 제공
엑스엑스엑스는 26일 열린 제16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랭귀지> 수록곡 ‘간주곡’으로 최우수 랩·힙합 노래 부문을 수상했다. 박준우 선정위원은 “5분이 넘는 긴 시간을 할애한 연주에서 프랭크의 퍼포먼스가 인상적이며, 후반부에 등장하는 김심야의 랩은 뚜렷한 메시지로 앨범 전체의 성격을 대변한다. 지금의 음악 시장에 던지는 더없이 멋진 화두”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들의 문제 의식에 전적으로 공감한 것이다.

이들은 앨범 발매를 기념해 27일부터 3월15일까지 서울 종로구 원앤제이 갤러리에서 ‘세컨드 랭귀지 엑시비션’을 연다. 디자이너 이광호와의 협업 전시로, <세컨드 랭귀지> 수록곡들과 같은 제목을 가진 10개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프랭크는 “음악은 앨범의 일부일 뿐, 앨범의 완전한 감상을 위해서는 전시회에 오시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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