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22 11:16
수정 : 2019.04.22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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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팝스타 에드 시런이 21일 저녁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내한공연을 하고 있다. 프라이빗커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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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 최고 팝스타 에드 시런 내한공연
2015년 이후 4년 만…신성에서 거물로 컴백
연주에 연주 덧대는 기법으로 밴드 연주 효과
관객이 코러스 넣으며 연주 완성하기도
앙코르 땐 한국 유니폼 입고 붉은 악마 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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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팝스타 에드 시런이 21일 저녁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내한공연을 하고 있다. 프라이빗커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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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은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이다. 해마다 여름이면 수만명의 사람들이 여러 밴드들의 무대를 보기 위해 모여든다. 하지만 21일 저녁에는 2만5000여명이 단 한명의 음악가를 보려고 이곳에 모였다. 현존하는 최고의 팝스타 에드 시런이 그 주인공이다.
에드 시런은 지난 2015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첫 내한공연을 했다. 당시 3500여명의 관객이 떠오르는 팝스타의 무대를 눈으로 확인했다. 2017년 두번째 내한공연을 하려 했지만, 자전거를 타다 팔을 다쳐 그해 아시아 투어 전체를 취소했다. 그리고 2년 뒤 마침내 한국을 찾았다. 그 사이 에드 시런은 더 큰 거물이 됐다. 지난해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나흘 연속 공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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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팝스타 에드 시런이 21일 저녁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내한공연을 하고 있다. 프라이빗커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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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6시 정각이 되자 에드 시런은 홀로 무대에 올랐다. 다른 밴드 멤버들은 없었다. 품에는 ‘÷’ 기호를 새긴 통기타를 안고 있었다. 그가 2017년 발표한 정규 3집 <÷>(디바이드)는 세계에서 1500만장 넘게 판매됐고, 그에게 그래미 어워드와 빌보드 뮤직 어워드 트로피를 여럿 안겼다. 이번 내한공연도 디바이드 월드 투어의 하나다. ‘캐슬 온 더 힐’로 무대의 문을 연 그는 첫 멘트로 사과부터 했다. “2017년에 오려 했는데 팔이 부러져서 못왔어요. 지금까지 기다려주신 여러분들의 인내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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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팝스타 에드 시런이 21일 저녁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내한공연을 하고 있다. 프라이빗커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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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곡 ‘이레이저’부터 그는 장기를 본격적으로 발휘했다. 그가 커다란 무대에 밴드 없이 혼자 설 수 있는 건 ‘루프 스테이션’이라는 비장의 무기 덕이다. 기타를 연주하면서 소리를 녹음해 반복 재생하고, 그 위로 또 기타를 연주해 덧입히는 음향기술이다. 기타 줄을 쳐 멜로디와 화성을 연주하는 건 물론, 기타 몸통을 두드려 드럼 같은 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런 소리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마치 밴드가 만들어내는 사운드처럼 들렸다. 그는 2015년 첫 내한공연 때도 이처럼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연주 기법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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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팝스타 에드 시런이 21일 저녁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내한공연을 하고 있다. 프라이빗커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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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만이 아니다. 자신의 목소리도 켜켜이 쌓으면서 코러스를 만들었다. 에드 시런이 여러 명으로 분신술을 해 합창하는 것 같았다. 그의 노래는 포크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때론 록 음악처럼 격렬했고, 그루브를 타며 랩을 하는 대목에선 힙합 음악 같았다. 랩을 할 때면 관객들은 힙합 공연장처럼 손을 번쩍 들고 위아래로 까딱까딱하며 비트를 탔다.
에드 시런은 흥겨운 리듬의 곡과 감미로운 발라드를 번갈아 부르며 능수능란하게 강약 조절을 했다. 관객들은 때론 손뼉을 치고 때론 손을 좌우로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에드 시런은 관객들을 반으로 나눠 코러스 지도를 했다. 한쪽은 저음 코러스를, 다른 한쪽은 고음 코러스를 하도록 가르쳤다. 에드 시런과 관객들이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것처럼 노래를 합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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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팝스타 에드 시런이 21일 저녁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내한공연을 하고 있다. 프라이빗커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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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 시런이 ‘싱킹 아웃 라우드’를 부를 때였다. 2014년 발표한 정규 2집 <×>(멀티플라이)에 수록된 히트곡이다. 감미로운 선율 못지않게 아름다운 노을이 하늘을 수놓았다. 사람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무대 위 에드 시런과 붉게 물든 하늘을 번갈아 봤다. 전화기를 돌려가며 무대와 노을을 함께 영상에 담는 이들도 많았다. 해가 지니 쌀쌀해졌다. 에드 시런은 ‘싱’을 불렀다. 기막힌 타이밍이었다. 강렬한 록 분위기의 곡에 관객들은 펄쩍펄쩍 점프하며 ‘떼창’을 했다. 추위는 저 멀리 물러갔다. 문제는 에드 시런도 사라져버렸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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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팝스타 에드 시런이 21일 저녁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내한공연을 하고 있다. 프라이빗커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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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은 ‘싱’의 후렴구 “오오오오~”를 반복하며 에드 시런을 불렀다. 얼마 뒤 나타난 에드 시런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붉은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부른 노래는 최대 히트곡 ‘셰이프 오브 유’. 그는 루프 스테이션을 이용해 “오 아이 오 아이 오 아이 오 아이” 코러스부터 쌓았다. 여기에 관객들의 떼창이 더해졌다. 마치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들로 가득한 서울시청 앞 광장 같았다. 붉은색 머리카락 때문에 ‘진저’(생강)라는 별명을 얻은 그도 이날만은 붉은 악마였다. 붉고 뜨거운 밤이 깊어만 갔다.
인천/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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