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25 14:17
수정 : 2019.04.25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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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철 작가의 신작 유화 ‘한국현대사―6·25’ 연작 중 <망령들>(2018, 부분). 세로 2m가 넘는 화면에 한국전쟁 이래 한국 사회를 짓눌러온 반공친미 이데올로기의 실체를 태극기 시위대의 모습과 상이군인의 이미지 등을 콜라주해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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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화랑가 대가들의 신작
103살 최고령 화가 김병기옹
색면과 선 공존하는 작품 선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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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철 작가의 신작 유화 ‘한국현대사―6·25’ 연작 중 <망령들>(2018, 부분). 세로 2m가 넘는 화면에 한국전쟁 이래 한국 사회를 짓눌러온 반공친미 이데올로기의 실체를 태극기 시위대의 모습과 상이군인의 이미지 등을 콜라주해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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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2m 넘는 그림들은 60여년 전 한반도를 덮었던 아비규환을 담았다. 군인과 피란민의 주검 더미, 울부짖고 방황하는 이들의 참상이 길쭉한 화폭을 타고 펼쳐진다. 상이군인의 절룩거리는 뒤태 위로는 탱크 잔해와 ‘촛불폭동’ 푯말을 든 태극기 시위대가 첩첩이 쌓인 이미지들도 뒤얽힌다. 이런 과거와 현재의 상들이 마치 향을 사를 때 나는 연기처럼 휘말려 올라가면서 이루어낸 역사는 겨레의 아픈 마음보를 담은 기록이 된다.
69년 전 한국전쟁의 질곡을 정면으로 다룬 리얼리즘 화가 신학철(76)씨의 새로운 ‘한국현대사’ 연작이 나왔다. 지난 12일부터 서울 통의동 인디프레스 화랑에서 열리는 개인전 ‘한국현대사 625’전(6월6일까지)에서다. <망령들> <통곡> <고난의 대장정>이라는 부제가 붙은 ‘한국현대사―6·25’ 유화 연작 큰 그림 3점과 조금 작은, 한국전쟁 주제의 밑그림과 콜라주 작품 6점을 만나게 된다. 신작을 위주로 한 그의 개인전은 2003년 아르코미술관의 기획전 ‘우리가 만든 상’ 이래 16년 만이다. 수난과 격동의 우리 근현대사 이미지들을 소재로 삼아 치밀한 자료 수집과 콜라주를 구성하며 그가 40여년째 이어온 역작이 ‘한국현대사’ 연작이다. 국내 사실주의 회화사의 기념비라 할 만하지만 한국전쟁을 주제로 신작을 낸 것은 첫 시도다. 작가는 “6·25를 처음 전면에 그리기 전엔 억울하고 처참한 모습만 생각했다. 그리다 보니 태극기 집회하고도 연결이 되고 기득권세력, 친일파 정권에 반공 이데올로기를 극대화한 새로운 무기가 6·25란 생각을 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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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3살인 김병기 작가의 신작 <산의 동쪽―서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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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살로 국내 최고령 현역 화가인 김병기옹은 원초적 상태의 시선과 손의 감각으로 담아낸 자연과 세상의 풍경을 신작으로 내놓았다. 서울 가나아트센터에서 새달 12일까지 열리는 개인전 ‘여기, 지금’에서는 밝은 봄날이 연상되는 노랑을 화면에 가득 입혀놓고 엄정하게 분할된 선과 깔깔한 필선들이 색면과 공존하는 <산의 동쪽―서사시> 같은 신작 10여점을 만나게 된다. 손맛과 기하학적인 구도가 미묘한 긴장과 활력 속에 겹쳐지는 작품들이다. 작가는 “추상과 구상, 그리고 물질적인 오브제 작업을 모두 통과한 뒤 나온 것”이라며 “모두 새로운 것들이지만 불과 몇점밖에 못 그렸다는 ‘약함’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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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선 작가의 신작 <달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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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이래 시대와 현실에 부딪힌 개인의 갈등과 고뇌를 음울하고 괴기스러운 상상력으로 그렸던 안창홍(66) 작가는 5월2일부터 서울 소격동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여는 개인전에 <화가의 심장> <화가의 손>이란 부조 작품을 처음 내놓는다. 인형, 골동품, 물감튜브 등 온갖 기물들이 뒤엉킨 판 가운데 백골이 된 작가의 손과 가시가 박힌 심장을 올려놓고 고통 속에 살아가는 작가와 사람들의 세상살이를 표현했다. 역사와 삶이 깃든 공간과 장소를 찾아 국내외를 방랑하며 사생 작업을 벌여온 서용선(68) 작가의 신작들도 눈길을 붙잡는다. 서울 평창동 누크갤러리에 차린 개인전 ‘산을 넘은 시간들’(5월3일까지)에서 그는 강렬한 원색조의 색줄기들이 창공과 산야를 가로지르는 해남 달마산, 서울 인왕산, 부여 낙화암의 내면적 인상들을 소품의 화면 속에 펼쳐 보이고 있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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