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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03 06:59 수정 : 2019.05.03 07:22

정태춘(오른쪽)·박은옥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엠씨어터에서 데뷔 40주년 공연 ‘날자, 오리배’ 리허설을 하고 있다.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 사업단 제공

‘서해에서’로 막올린 전국 투어
노래도 입담도 ‘주거니 받거니’
박 “삶이란 가혹하고 잔인”
40년만에 이사 뒤 ‘봄날’ 신곡

정태춘(오른쪽)·박은옥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엠씨어터에서 데뷔 40주년 공연 ‘날자, 오리배’ 리허설을 하고 있다.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 사업단 제공
“반갑습니다. 이제 막 40살을 맞은 정태춘입니다.”

객석에서 웃음과 함께 박수가 터졌다. 정태춘·박은옥 40주년 전국투어 콘서트 ‘날자, 오리배’ 서울 공연 첫날인 4월30일, 세종문화회관 엠씨어터는 머리 희끗한 중장년층 관객들로 만석이었다. 정태춘은 ‘서해에서’로 막을 올린 뒤 관객들에게 인사했다. 데뷔 앨범 <시인의 마을>(1978) 수록곡이다.

정태춘이 노래할 때 옆에서 기타를 치던 박은옥이 이번에는 노래를 시작했다. 1979년 발표한 데뷔 앨범 타이틀곡 ‘회상’. 정태춘이 만들어준 곡이다. 데뷔 당시 같은 음반사에서 만난 둘은 1980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리고 40년간 함께 무대에 섰다.

정태춘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엠씨어터에서 데뷔 40주년 공연 ‘날자, 오리배’ 리허설을 하고 있다.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 사업단 제공
둘은 노래를 주거니 받거니 번갈아가며 불렀다. 주고받은 건 노래만이 아니었다. 40년을 함께해온 부부이기에 할 수 있는 정겨운 입담도 오갔다. “이번에는 정태춘씨가 만든 곡 중 유일하게 빠른 노래를 하겠습니다.”(박은옥) “저, 빠른 노래 많습니다.”(정태춘) “대보세요.”(박) “‘시인의 마을’도 있고요. 어…, 죄송합니다.”(정) “그럼 정태춘씨가 만든 빠른 노래들 중 한 곡 하겠습니다.”(박) 그러고는 ‘윙윙윙’을 불렀다. 박은옥의 목소리는 데뷔 때와 차이를 거의 못 느낄 만큼 여전히 맑고 투명했다.

정태춘은 세월과 더불어 농익은 목소리로 ‘촛불’ ‘시인의 마을’ ‘떠나가는 배’ ‘북한강에서’ 등 히트곡을 들려주었다. 또 이날 발표한 새 앨범 <사람들 2019>에 수록된 신곡 ‘연남, 봄 날’도 선보였다. 박은옥은 “지난 7년 사이 어려운 일이 많았다. 삶이란 가혹하고 잔인하고 예상할 수 없는 거구나 생각했다. 작년에 40년 살던 곳을 떠나 연남동으로 이사했다. 그러면서 딸의 제안으로 정태춘씨가 새 음반을 준비하게 됐는데, 가족에게 들려주려고 만든 노래가 바로 이 곡”이라고 소개했다. 정태춘은 노래했다. “그 얼마나 오래 기다려왔나/ 이 따스한 봄 날”

박은옥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엠씨어터에서 데뷔 40주년 공연 ‘날자, 오리배’ 리허설을 하고 있다.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 사업단 제공
본공연 마지막 곡 ‘수진리의 강’을 부르던 중 박은옥은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우리 노래가 여러분들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우리를 오랫동안 기다려주고 우리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준 건 오히려 여러분들이었습니다. 지난 40년간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여러분들의 가수로 살게 해주셔서 영광이었습니다.” 관객들 기립박수가 두 사람이 사라진 뒤에도 멈출 줄 몰랐다.

다시 나온 둘은 앙코르 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대 고운 목소리에/ 내 마음 흔들리고” 대중적으로 크게 히트한 노래 ‘사랑하는 이에게’가 흐르자 관객들도 따라 불렀다. 이날 처음 이뤄진 ‘떼창’이었다. 2시간 넘는 공연이 모두 끝난 뒤에도 관객들은 여운이 가시지 않는 듯 쉬이 자리를 뜨지 못했다. 한 중년 관객은 공연장을 나서며 “정태춘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가객이자 음유시인이지”라고 말했다.

정태춘(오른쪽)·박은옥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엠씨어터에서 데뷔 40주년 공연 ‘날자, 오리배’ 리허설을 하고 있다.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 사업단 제공
공연장 로비로 나오니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정태춘 새 음반을 들고 사인을 받으려는 사람들이었다. 정태춘이 모습을 보이자 박수를 치고 사진을 찍었다.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가 부럽지 않을 광경이었다. 정태춘·박은옥은 7일까지 서울 공연을 한 뒤 부산, 전주, 창원, 강릉, 대전, 성남 등 전국투어를 이어간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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