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17 07:00
수정 : 2019.05.17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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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하는 가수 김현철. 에프이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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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10집 앞두고 ‘10th-프리뷰’ 발매
1집 앨범, 명반 회자되며 리메이크도
불현듯 ‘앨범 내고 싶다’ 생각 들어
죠지·마마무 등 후배들과 곡 작업
“놓으면 놓을수록 좋은 프로듀서
적절한 인재 기용이 능력이더라…
내 음악 좋아해준 분들 위한 음반
시대를 함께 겪어온 팬들 소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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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하는 가수 김현철. 에프이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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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현철이 오는 23일 미니앨범 <10th?프리뷰>를 발표한다. 올가을 내놓을 정규 10집에 앞서 선공개하는 5곡짜리 앨범으로, 2006년 발표한 9집 <토크 어바웃 러브> 이후 무려 13년 만의 신보다.
“9집을 내고는 갑자기 음악 하는 게 재미가 없어졌어요. 악기, 컴퓨터 등 장비를 처분하고 음악을 그만뒀죠. 라디오 디제이, <복면가왕> 등 방송 일을 하며 소소하게 살다 보니 어느덧 10년이 흘렀더라고요.”
지난 15일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현철이 말했다. 음악이 재미없어진 이유를 지금도 모르겠다고 했다. 다만 음악을 다시 하게 된 계기는 명확히 알고 있었다.
“어느 날 후배가 시티팝을 아느냐고 묻더라고요. 내 초기 앨범이 ‘한국의 시티팝’으로 불리며 재조명받고 있다고 했어요. 다른 후배는 ‘일본 아마추어 디제이들이 요즘 형의 1집을 많이 튼다’고 전하더라고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죠.”
시티팝은 1970~80년대 일본에서 유행한 음악 스타일을 일컫는다. 경제 호황기의 낙관적이고 낭만적인 사회상을 반영한 듯 도회적이고 세련된 분위기를 띤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 음악적으로 보자면 재즈, 펑키, 디스코 등의 요소를 넣고 신시사이저 같은 전자악기를 적극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시티팝이라는 말은 최근 국내에서 유행하고 있다. 1980~90년대 가요 중 시대를 앞서간 세련된 사운드의 음악을 ‘한국의 시티팝’이라며 주목하는 흐름이 생겨났다. 윤수일의 ‘아름다워’, 빛과 소금의 ‘샴푸의 요정’ 등이 대표적인데, 여기서 빠지지 않는 이름이 김현철이다. ‘오랜만에’ ‘춘천 가는 기차’ ‘동네’ 등이 담긴 데뷔 앨범 <김현철 볼륨 1>(1989)은 한국 시티팝의 명반으로 회자된다.
지난해에는 젊은 가수들이 한국의 시티팝이라 할 만한 20세기 명곡을 리메이크하는 ‘디깅클럽서울’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첫 순서로 1993년생 아르앤비(R&B) 싱어송라이터 죠지가 김현철의 ‘오랜만에’를 리메이크해 발표했다.
“죠지라는 친구를 전혀 몰랐다가 내 노래를 리메이크한다고 하길래 궁금해서 공연에 가봤어요. 심지어 게스트로 무대에까지 올랐죠. 공연 마치고 술 한잔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불현듯 나도 앨범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악기를 다시 사고 곡 작업을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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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하는 가수 김현철. 에프이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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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인연으로 이번 앨범 공동 타이틀곡 ‘드라이브’에 죠지가 참여했다. 상큼한 느낌의 미디엄템포 곡을 둘이 반반씩 노래했는데, 누가 김현철이고 누가 죠지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음색과 느낌이 비슷하다. 김현철은 죠지를 두고 “젊은 시절 나를 보는 것 같았다”고 했다.
또다른 공동 타이틀곡은 ‘한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다. 애절한 발라드 곡으로, 마마무의 화사와 휘인이 듀엣으로 불렀다. 김현철은 노래하지 않고 프로듀서만 맡았다. “김도훈 작곡가에게 들려주고 조언을 구하니 ‘형, 이거 마마무가 부르면 어떨까?’ 하더라고요. 노래를 워낙 잘하는 걸 알기에 좋다고 했죠. 그래서 단짝 친구 둘이서 한 남자를 사랑한다는 내용의 노랫말을 붙여봤어요. 마마무가 정통 발라드를 부른 건 처음이라는데, 깜짝 놀랐어요. 요즘 이런 감성으로 노래하는 가수는 흔치 않거든요.”
이 노래는 유일하게 편곡을 김현철 본인이 아니라 싱어송라이터 조커가 맡았다. “드럼 없이 피아노와 현악기만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방향을 잡고 보니, 조커가 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에는 프로듀서가 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놓으면 놓을수록 더 좋은 프로듀서가 된다고 생각해요. 적절한 인재를 잘 기용하는 게 프로듀서의 능력이라는 걸 깨달은 거죠.” 20살에 데뷔 앨범을 직접 프로듀싱까지 해 ‘천재 프로듀서’로 불리던 그는 연륜과 더불어 깊고 넓어진 프로듀서가 됐다.
다른 곡들에도 젊은 가수들이 참여했다. ‘투나잇 이즈 더 나잇’에는 싱어송라이터 쏠이, ‘웨딩 왈츠’에는 옥상달빛이 참여했다. 오롯이 혼자 부른 곡은 ‘열심’ 한 곡뿐이다. 그는 “후배들이 참여해줘서 내 노래를 모르는 젊은층에게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못지않게 중요한 건 과거 내 음악을 좋아해준 분들에게 새 노래를 알리는 것이다. 함께 같은 시대를 겪어온 팬들이 내겐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말했다.
올가을 내는 정규 10집은 두 장으로 된 더블앨범으로 준비 중이다. 시디는 물론, 엘피와 카세트테이프도 발매할 계획이다. “처음 1집 낼 때는 아무 생각 없었어요. 음악 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죠. 그런데 2집, 3집, 4집으로 갈수록 요번엔 이런 걸 해봐야지 하는 노림수가 들어가요. 그러면서 음악이 자꾸 변질되죠. 이번엔 1집 때처럼 그냥 음악이 나왔어요. 13년 동안 음악을 안 해서 그런지 다시 재밌어졌거든요.”
마지막으로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소회를 물었다. “지난 30년 동안 오르막 내리막 꼬부랑 길을 걸어온 줄 알았는데, 지금 되돌아보면 일직선 길 같아요. 그 모든 것들이 쌓여서 오늘의 내가 됐으니까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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