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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21 18:20 수정 : 2019.05.22 09:52

21일 경기도 파주 도라산 전망대에서 설치된 슈퍼플렉스의 그네 설치작품 <하나 둘 셋 스윙!>의 모습. 북녘 산하를 바라보며 기획자 김선정(왼쪽부터)씨와 작가 야콥 펭거, 조경진 리얼디엠지 대표가 그네를 타고 있다.

덴마크 아티스트의 ‘하나둘 세 스윙!’
비무장지대 안 도라산전망대에 설치

협업 에너지·열정의 메시지 담아
작가 “남북한 경계에 놓인 것 기적같아”

21일 경기도 파주 도라산 전망대에서 설치된 슈퍼플렉스의 그네 설치작품 <하나 둘 셋 스윙!>의 모습. 북녘 산하를 바라보며 기획자 김선정(왼쪽부터)씨와 작가 야콥 펭거, 조경진 리얼디엠지 대표가 그네를 타고 있다.
“하나, 둘, 셋… 출발!”

‘와’하는 함성과 함께 세 사람이 탄 그네가 땅에서 치솟아 올랐다. 지면에서 떨어져 하늘로 셋의 발끝이 움직이는 방향 저 멀리 북한의 산하가 들어왔다. 개성공단이 자리 잡은 개풍군 들녘과 송악산 연봉이다.

21일 낮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 안 도라산 전망대에서는 그네를 타며 북한을 조망하는 퍼포먼스가 벌어졌다. 덴마크의 3인조 아티스트 그룹인 슈퍼플렉스가 지난 몇달간 공들여 설치한 대형 그네틀 모양의 공공예술작품 <하나둘 셋 스윙!>이 무대가 됐다. 작가 중 한명인 야콥 펭거와 이 작품 설치를 준비한 리얼디엠지 프로젝트의 기획자 김선정씨, 그리고 취재 기자들이 차례로 그네에 올라 땅을 박차고 하늘과 남북한 사이 공간을 떠다녔다.

<하나 둘 셋 스윙!>은 땅에서 솟아나 이리저리 구부러지며 뻗어 나가는 주홍빛 철제선 구조물과 여기에 매달린 2개의 3인용 그네로 구성되어 있다. 슈퍼플렉스는 2017년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미술관에 처음 <하나 둘 셋 스윙!>을 놓은 이래 세계 곳곳의 특정 장소에 이 구조물을 놓는 프로젝트를 벌여왔다. 각지의 그네 탄 사람들이 중력을 거슬러 함께 박자를 맞추며 움직이는 협업의 에너지를 각각 다른 맥락에서 드러내려 한 작품이다. 열정을 상징하는 주황색 철제선이 각지의 땅을 뚫고 솟아올라 그네틀을 만들었다가 다시 땅 속으로 들어가 다른 데서 솟아오른다는 상상을 하며 작업한다는 작가의 설명이 흥미롭다.

도라산 전망대의 <하나둘 셋 스윙!>은 런던, 덴마크, 독일, 스위스에 이어 다섯번째 설치된 것이라고 한다. 분단이라는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을 상징하는 곳에서 통일과 화해를 향한 또다른 힘의 열망을 조명하는 작업이 됐다. 작가 야콥 펭거는 “그네 타기라는 놀이 행위를 통해 함께 하는 협업의 힘을 스스로 경험하게끔 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하면서 “ 오랜 동안의 준비 끝에 남북한 경계의 한 지점에 설치됐다는 사실이 기적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슈퍼플렉스는 브외른스테르네 크리스티안센, 야콥 펭거, 라스무스 닐슨이 1993년 구성한 공공예술가그룹이다. 대체 에너지, 사회 정치적 참여, 도시화, 이주 등 오늘날 우리 시대의 현안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조형적 작업을 세계 각지에서 벌여왔다. 2013년 광주비엔날레의 ‘도심 재생을 위한 소형 건축물 프로젝트’에도 참여해 ‘유네스코 화장실’을 만들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국-덴마크 수교 60돌을 맞아 리얼디엠지프로젝트가 주최하고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가 주관한 이들의 <하나 둘 셋 스윙!>의 그네타기 퍼포먼스는 앞으로 2년간 도라산 전망대에서 모든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도라산 전망대/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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