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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10 16:30 수정 : 2019.06.10 20:37

1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오드포트에서 열린 ‘몬테카를로 왕립발레단 내한공연’ 기자간담회에서 안무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왼쪽)가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안재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유리구두 벗은 맨발의 ‘신데렐라’
격식에서 자유로운 영혼 표현
안재용은 아내 그리는 아빠 역할

1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오드포트에서 열린 ‘몬테카를로 왕립발레단 내한공연’ 기자간담회에서 안무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왼쪽)가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안재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유리구두를 벗고 전통도 벗은 ‘맨발의 신데렐라’가 찾아온다.

14년 만에 내한한 모나코 몬테카를로 왕립발레단의 <신데렐라>가 오는 12~1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18~19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무대에 오른다. 이 발레단의 유일한 한국인 수석무용수 안재용(27)과 함께다.

모나코 왕비 그레이스 켈리의 유지를 받들어 1985년 설립된 몬테카를로 왕립발레단은 전통과 혁신이 교차하는 특유의 모던 발레로 유명하다. 지난 1993년부터 예술감독을 맡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는 <신데렐라>(1999)를 비롯해 <로미오와 줄리엣>(1996), <라 벨>(2011) 등의 안무를 통해 이 발레단에 국제적인 명성을 안겼다.

공연을 앞둔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오드포트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안무가 마이요는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 신데렐라를 상상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이 작품은 전통에서 벗어난 자유로움과 신선함으로 가득하다”며 “호박 마차도 없고, 계모와 언니들의 못된 장난과 구박도 없고, 유리구두도 없다”고 설명했다.

마이요의 말대로 몬테카를로 왕립발레단의 <신데렐라>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동화 속 신데렐라 이야기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신데렐라와 왕자뿐 아니라 계모와 요정, 아빠 등 모든 캐릭터에 ‘스토리’가 입혀진다. 죽은 엄마의 환생과도 같은 요정,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는 아빠, 어딘지 우유부단한 왕자…. 가장 큰 차이점은 불편한 유리구두를 신은 신데렐라가 없다는 점이다. 대신 신데렐라는 맨발에 금가루를 묻혀 반짝이는 발로 춤을 춘다.

몬테카를로 왕립발레단의 ‘신데렐라’ 한 장면. (주)마스트미디어 제공
마이요는 “새엄마와 언니들이 화려한 옷과 토슈즈를 신은 것에 견줘 신데렐라는 맨발이다. 맨발은 순수함을 상징함과 동시에 사회적 선입견이나 격식에서 해방된 자유로운 자아를 보여준다”며 “무용수가 맨발을 드러내는 것은 부유한 왕자 앞에, 또 관객들 앞에 소박한 진정성을 내보인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안재용은 이번에 ‘왕자’가 아닌 ‘신데렐라의 아빠’ 역할로 무대에 오른다. 얼핏 비중이 작아 보이기도 한다. “아빠에겐 아빠의 스토리가 있다. 첫 파드되(2인무)는 젊은 시절 아내와의 사랑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 사랑은 신데렐라와 왕자의 사랑으로 이어지는 매개체라고도 할 수 있다. 사랑했던 아내를 잃고 욕망에 이끌려 결혼을 해 계모와 두 딸에 휘둘리며 사는 인간적인 스토리의 아빠 이야기다. 마지막 부분에 유일한 사랑이었던 아내를 그리워하면서 드레스를 안고 파드되를 추는 장면은 정말 애틋하고 아름답다.” 안재용은 이것이 과감한 생략과 새로운 창조를 통해 원작을 해체하고 재해석하는 마이요의 장기가 잘 살아나는 지점이라고 했다.

지난 2005년 방한 때와 같은 <신데렐라>를 공연하는데,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마이요는 “무엇보다 아빠 역할이 한국인이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한국 관객이 어떻게 다르게 느낄지 호기심이 생긴다”는 재치있는 답변을 내놨다.

모나코 몬테카를로 왕립발레단의 <신데렐라>는 안무와 스토리의 차별점 외에도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무대, 동서양 전통을 아우른 파격적인 무대의상,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 강점이다.

앞서 8~9일 대구 오페라하우스에서 성공적인 첫 귀국 무대를 선보인 안재용은 “공항에서부터 뜻밖의 환대를 받아 얼굴이 붉어질 지경이었다. 설렘과 떨림이 공존하는 무대를 한 번 마치고 나니 마음이 편하다. 대구 공연에서 한 꼬마가 ‘보고 나서 울었다’며 사인을 요청했다. 나의 춤이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모두의 공감을 끌어내고 다가와 느끼게 하는 공연임을 알게 해 줘 고마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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