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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19 14:50 수정 : 2019.06.19 19:20

15년 동안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로 활동했던 발레리나 김주원이 다음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탱고 발레’ 예술감독을 맡았다. 17일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김주원이 카메라 앞에 섰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7월11~14일 ‘3 Minutes…’ 공연
세 여자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
탱고+발레+노래+대사로 풀어내

15년 동안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로 활동했던 발레리나 김주원이 다음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탱고 발레’ 예술감독을 맡았다. 17일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김주원이 카메라 앞에 섰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발레리나 김주원에서 아티스트 김주원으로….’

김주원(42)에게는 이제 ‘발레리나’라는 말보다는 ‘아티스트’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한국 2세대 발레리나의 대표주자로 15년 동안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로 활동한 그는 2012년 발레단 은퇴 후 뮤지컬·연극·오페라·한국무용·방송·디제이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광폭 행보’를 하고 있다. 그런 그가 <마그리트와 아르망>(2013) 이후 6년 만에 예술감독으로 나선다. 오는 7월11~14일 <김주원의 탱고발레 ‘3 Minutes : Su tiempo’ 그녀의 시간>을 세종문화회관 에스(S)씨어터 무대에 올린다.

햇살이 따가운 지난 1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마주한 김주원은 “예술감독이라는 명칭을 원했던 것은 아닌데, 컨셉부터 캐스팅, 음악 선정, 의상 디자인까지 다 관여하다 보니 그게 바로 예술감독이라며 직함을 붙여주더라”고 했다. 유명인이 ‘이름’만 걸치는 방식의 예술감독이 아닌 것이다. “객석이 무대 안으로 쑥 들어와 있어 마치 무대와 객석이 서로 안고 있는 느낌을 주는 S씨어터를 보자마자 이 무대에 서면 하나도 힘들지 않겠다. 관객이 같이 뛰어줄 테니까”라는 생각이 들어 용기를 냈단다.

“중학생 때 피아졸라 음악 듣고

미친 듯 감성 동해 탱고에 빠져”

이번엔 전공인 그냥 발레도 아닌 ‘탱고 발레’다. 김주원이 ‘탱고 마니아’라는 것은 이미 무용계에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러시아 볼쇼이발레학교에 다니던 중학생 나이에 처음 탱고를 접했다는 그는 피아졸라의 ‘오블리비언’(망각)을 듣고 “미친 듯 감성이 동했다”고 한다. “아르헨티나 정통 탱고도 1년 정도 따로 배웠어요.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예술가들이 언젠가 한 번쯤 정차하는 역 중의 하나가 탱고’라고요. 언젠가 아르헨티나에 가서 탱고 배우며 살고 싶은 게 꿈이에요.”

한국에서는 아직 대중화가 덜 된 탱고를 자신 있게 무대에 올리기로 한 데는 ‘한국인 감성과의 싱크로율이 크다는 확신’ 때문이다. “탱고의 기원은 이민자들의 설움과 슬픔, 집을 떠난 외로움의 정서잖아요? 결국 한국의 정서인 ‘한’과 맞닿더라고요. 무용수 각자의 히스토리가 느껴지는 춤이라 할 수 있죠.” 다소 길고 어려운 공연 제목에 대한 ‘해설’을 부탁했다. “탱고 음악은 거의 3분 내외예요. 그 안에 모든 걸 쏟아부어야죠. 밀롱가를 찾은 세 여자의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를 3분 안에 담았다는 뜻입니다.”

이야기는 ‘탱고+발레’로 이어졌다. 김주원이 새롭게 창조해 낸 장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탱고는 힐을, 발레는 토슈즈를 신고 춘다는 점에서 다르지만 정말 비슷한 점이 있어요. 바로 파트너와의 ‘호흡’과 ‘교감’이죠. 눈만 봐도 파트너의 컨디션을 알아챌 만큼 일체가 돼야 해요. 또 한 가지는 끝난 듯 끝나지 않는 이어짐의 여운이죠. 토슈즈를 신고 탱고를 추는 동작을 넣으려니 어려움이 좀 있긴 했지만, 발레리나가 해석하는 탱고가 궁금하시지 않을까 했어요.”

겉으론 ‘춤 공연’이지만 중간중간 대사도 나온다. “춤을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뮤지컬 <팬텀>과 <컨택트>, 연극 <라빠르트망>에 참여하며 ‘대사’의 힘을 느꼈어요. 아무리 추상적인 스토리를 담아도 관객이 지루해하지 않고 이해를 하더라고요. 출연자들 모두 대사가 있어요. 그래서 이번 공연의 장르를 설명하기가 힘들었어요. 댄스씨어터도 아니고 드라마 탱고발레도 아니고…. 후훗. 요즘은 전 세계적으로도 클래식 극단보다는 융합공연을 하는 극단이 많으니까.”

함께 작업에 참여한 예술가와 스태프들의 이름에도 입이 떡 벌어진다. 세계적인 재즈 보컬 웅산과 유사랑이 노래하고, 뮤지컬 <마타하리>, <팬텀>의 홍세정이 연출로 참여하며, 국립발레단 출신의 유회웅이 안무를, <더 헬멧>의 극작가 지이선이 대본을 맡았다. 물론 김주원도 직접 출연해 춤을 춘다. “맨땅에 헤딩이라고 하죠? 일면식도 없는 분들도 많은데, 한 분 한 분 직접 찾아뵙고 무작정 들이댔어요. 신기하게 다들 흔쾌히 허락하시더라고요. 이런 게 예술가들의 ‘공감’인 건가 싶었죠.”

발레단 프리마돈나 시절 못지않은 넘치는 열정처럼 몸 컨디션도 예전과 전혀 다를 바 없다. “아침에 1시간30분 근력운동, 일주일에 3~4번 정도는 남산에서 명동까지 2시간씩 걸어요. 또 끊임없이 공연하니 연습량은 자연스레 채워지죠. 제가 발레리나로서는 ‘프리랜서 1호’다 보니 몸 관리에도 책임감을 느껴요.”

성신여대 무용과 교수로도 벌써 6년째 학생들과 만나고 있다. 학생들한테 선배로서 주는 가장 큰 가르침은 뭘까? “너무 연습실에만 있지 말고, 공부만 하지 말라고 해요. 연애도 하고 술도 마시고, 대학생 때 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경험하라고.” 이틀에 한 번 꼴로 토슈즈를 갈아치울 만큼 ‘연습벌레’였던 김주원의 충고라기엔 너무 모순적이다. “저는 신체조건도, 실력도 부족한 학생이라 그랬던 거고요. 하하하. 학생들한테도 뒤에 덧붙이곤 해요. ‘놀아도 좋은데, 그 책임은 결국 본인이 지는 거라고’요.” 그럼 그렇지. 놀지 말란 말보다 더 무서운 ‘스승의 가르침’이다.

이 끼와 욕심은 대체 언제쯤 그 수명을 다하는 것일까? 김주원에게도 ‘은퇴’하는 날이 올까? “관객이 지겨워할 때쯤? 아니면 제가 무대에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때쯤? 은퇴 안 하겠다는 뜻은 아니라니까요. 하하하”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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