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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01 11:49 수정 : 2019.07.01 20:32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2전시실에 차려진 ‘젊은 모색’전 현장. 여러 물질과 다양한 개념이 뒤섞인 최하늘 작가의 입체작업들이 놓여 있다.

1981년 시작돼 이불 등 스타작가 배출
2014년 중단됐다 올해부터 격년제로 재개
장르·소재 오가는 젊은 작가들 트렌드 집약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2전시실에 차려진 ‘젊은 모색’전 현장. 여러 물질과 다양한 개념이 뒤섞인 최하늘 작가의 입체작업들이 놓여 있다.
“예술계 사람들은 그래도...좀 가졌다고 약한 사람 조롱하거나 능멸하거나, 뭉개는 일은 없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그렇지 않네요...또래 친구들이 어렵게 이룬 성과를 가로채기도 하더라고요...미술은 결국 엘리트 사이의 게임이라고 하고...멍청하게도 여러 전시에 가볍게 소모되었던 기억들이 떠오르네요. 작품에 대해 진솔히 얘기 나눠본 적이 그리 많지 않아요. 지난 10년 동안.”

청년 미술가의 회한 서린 고백 글이 자막 스크린에 또박또박 뜬다. 그런데 관객들이 텍스트를 지켜보는 객석은 꿀렁꿀렁 하는 계단식 물침대라니! 다가오는 텍스트 이미지의 감각과 관람하며 보는 몸의 감각이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부조리한 상황 자체가 작품 같다. 관객들은 눕거나 편한 자세로 퍼질러 앉아서 안성석 작가가 만든 불온하고 불편한 영상물을 보다가 졸다가 했다. <나는 울면서 태어났지만, 많은 사람들은 기뻐했다>라는 제목의 12분짜리 단채널 작품이다. 예술가로서의 자기 작업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다가 돌아가신 할머니와 찍은 동영상과 사진을 엮어 보여주고,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청소년 아이들의 부유하는 이미지들이 잇따라 등장한다. 처연하고 기괴하고 기발하다. 종잡기 어려운 여러 이미지들과 감정, 정서 따위가 몸이 편안해진(?) 관객들의 눈과 머릿속으로 전달되어 온다.

‘젊은모색 2019’전 포스터. ‘액체·유리’란 부제가 보인다.
이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1층 2전시실에 차려진 청년작가 발굴기획전 ‘젊은 모색’의 일부다. ‘젊은 모색’전은 1981년 시작되어 이불, 최정화, 서도호, 노상균 등 스타작가들을 배출했으나, 2014년 이래 중단됐다가 올해 격년제 전시로 재개돼 미술인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액체 유리 바다’란 전시 부제에서 짐작되듯 안 작가를 비롯한 참여작가 9명의 작품 53점은 장르나 소재 영역을 자유롭게 유동하는 요즘 젊은 작가들의 취향과 작업 흐름을 집약한다. 단적으로, 최하늘 작가의 조형물은 ‘일필휘지’ ‘초국가를 위한 원근법 모듈’ 같은 기발한 표제어를 쓰면서 평면과 입체, 몸과 도구, 인종과 성, 종교가 한 몸을 이루는 혼성적 조각의 극한을 추구했다. 디지털모델링 프로그램으로 밑그림을 만든 뒤 화폭에 옮기거나 액체의 물성, 질감을 그대로 살린 조형물 덩어리를 만든 정희만 작가의 작업도 유동하는 상상력이 도드라진다. 증강현실 속의 가상동물인 반려 강아지와 대화하는 앱 사용자의 일상을 작품화한 송민정 작가의 영상과 가족의 모습들을 낯선 색조와 형상으로 재구성한 이은새 작가의 그림들은 디지털 세대의 혼성적인 감수성을 핍진하게 내뿜고 있다. 9월15일까지.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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