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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07 14:16 수정 : 2019.07.07 20:18

4일 오전 ‘안은미래’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 1층 전시장 무대의 개인레슨 현장. 전시의 주인공인 춤꾼 안은미가 후배 춤꾼 김보경과 함께 전통 춤사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데뷔 30주년 기념전 ‘안은미래’

전시장에 강습소 차려 매주 교습
강습생과 말하고 몸 굴리며 호흡
“인간은 언제나 춤춰야 하는 존재”

4일 오전 ‘안은미래’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 1층 전시장 무대의 개인레슨 현장. 전시의 주인공인 춤꾼 안은미가 후배 춤꾼 김보경과 함께 전통 춤사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숭구리~숭구리~숭당당~”

무대를 걸어가면서 중얼거린 춤꾼의 입말은 주문처럼 들렸다. 이윽고 무대 한가운데서 두개의 팔, 두개의 다리, 하나의 머리통이 이리저리 뻗쳐 움직이고, 하나의 몸말이 춤사위로 피어올랐다.

춤은 몸뚱아리에 붙은 팔다리 사지와 머리가 움직여 만드는 무한의 세계다. 팔 흔들고 다리 꼬는 몸짓에, 춤꾼이 내뱉는 기합이 몸짓에 버금가는 무게감으로 귓전에 육박해온다. ‘숭구리’하면서 빙글빙글 몸체를 돌리다가 갑자기 꽈당 넘어진다. “어이! 섯더 더덩둘! 어이! 더덩둘!” 우렁찬 육성으로 발박자를 맞추면서 이리 저리 다리 들고 비틀거리기를 되풀이하며 일어서는 춤꾼. 어느새 “하이 다다다다다다!”하면서 팔을 흔들어 무대 끝으로 재게 달려나간다. 그 무대 끝에 춤판을 지켜본 아기 관객이 아장거리면서 걷고있었다.

할머니, 아저씨의 막춤 등 삶에 밀착된 몸짓을 현대춤 안무에 끌어들인 춤꾼 안은미(56)씨는 개인교습의 풍경도 유별났다. 데뷔 30주년 기념 회고전 ‘안은미래’가 열리고 있는 서소문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1층 전시장은 작심하고 차려놓은 그의 특설 작업실이자 개인교습소로 바뀌어 있었다. 왕관 쓴 그의 사진을 넣은 투명 플라스틱 공 수백여개가 전면이 트인 전시장 바닥을 가득 메운 가운데 ‘이승/저승’으로 명명된 대형 무대가 차려졌다. 여기서 매주 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의 단체 강습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4일 오전 안은미의 미술관 특설 강습소를 찾았다. 몸꾼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는 안 작가의 개인교습소는 같이 몸으로 놀면서 이야기하는 자리에 가깝다. 강습생과 몸을 굴리면서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데, 이야기하는 입말과 몸말이 같이 놀면서 나오는게 특징이었다. 이날 수강생으로 선정된 이는 한국무용을 전공한 젊은 춤꾼 김보경(30). 회전이나 손짓표현, 전통 춤사위 등에 대해 직접 김씨의 몸을 만지며 이리저리 짚어주다가도 옆에 공을 들고 아기들이 기어오거나 걸어오면 금새 손을 빙빙돌리는 방방춤을 추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전시장 한쪽 벽면에 상영중인 아기의 몸짓 동영상. 바닥엔 안은미의 얼굴 사진이 들어간 투명 플라스틱 공들이 깔려 있다. 세상 사람들의 일상적인 몸짓이야말로 춤의 근본 재료가 된다는 생각을 보여주는 영상이다.
“사람마다 태어나면서 자기만큼의 에너지가 있지. 몸을 움직여서 뿜어야하는데 그렇게 못하니까 짜증이 나고 몸이 나빠지는 거지. 인간은 언제나 춤춰야 돼. 우리들은 막 숨기잖아. 아이 때는 정말 잘 추면서…. 특히 남자들은 춤은 여자만 추는 것이라고 생각하곤 하지. 지식인들도 그렇고.”

꼬집는 한마디를 던진 작가는 우렁찬 기합과 함께 전통춤의 춤사위를 실연했다. 뒤이어 아줌마, 아저씨들의 막춤 모드를 쉴사이 없이 잇따라 보여주며 이동춤판을 펼쳤다.

안 작가의 몸짓처럼 전시는 경계를 뻥 뚫어놓았다. 전시장에 발로 뻥뻥 차는 안은미 사진 공을 채워 관객이 춤꾼의 상태로 몰입하게 유도한 것도 그렇고, ‘안은미야’로 이름붙여진 전시장 무대의 교습 프로그램은 국내 처음으로 무용가의 현장 작업을 엿볼 수 있게 해놓았다. 몸춤으로 이름붙은 춤강습과 눈춤으로 이름붙인 ‘안은미컴퍼니’ 무용단의 리허설 연습현장 공개 등이 그런 프로젝트의 일부다. 안씨의 인생사를 그림과 텍스트로 풀어놓은 방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기둥 설치물, 춤 영상과 사운드아트, 아카이브 등이 뒤섞여 경계 없는 난장판도 한켠에 벌여놓았다.

전시 기간 거의 날마다 춤판 벌이고 안무를 만들겠다는 춤꾼 생각을 미술관 쪽은 수용했다. 작가의 주장으로, 그가 직접 나오는 개인 단체 강습과 ‘안은미컴퍼니’의 리허설 현장공개 등의 관객 참여 행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하지만, 일상의 몸짓을 몸말로 쓰는 특유의 작품세계 전반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이 전시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기영 학예부장은 “무용가에게 사실상 전시를 도맡긴 건 미술관이 자체 기획틀을 적용하는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달말 평론가 기획자들이 협업한 안은미 컬렉션 자료집이 나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9월29일까지.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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