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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30 11:49 수정 : 2019.07.30 19:54

최근 3집 <더 윈즈 프롬 쿠바>를 발표한 재즈 드러머 필윤. 필윤 제공

3집 ‘더 윈즈 프롬 쿠바’ 발표한 재즈 드러머 필윤

헤밍웨이 동경하던 영문학도, 유학 가서 재즈 첫 만남
재즈드러머 변신…1·2집 호평 속 3집 앨범 발매
‘뱃놀이’ ‘한오백년’ 등 전통 음악 재해석 시도도
“쿠바 가본 적 없지만 여행지 떠올리며 쿠바 리듬 상상”

최근 3집 <더 윈즈 프롬 쿠바>를 발표한 재즈 드러머 필윤. 필윤 제공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 휴가철, 어디론가 떠나고만 싶다. 지구 반대편 쿠바는 어떨까? 올드카를 타고 해안도로를 드라이브 하고, 헤밍웨이가 사랑한 칵테일 다이키리와 모히토를 마시고,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으로 친숙한 쿠바 재즈를 라이브로 들으면 그곳이 천국일 테다. 천국의 호사를 누리기엔 돈과 시간이 여의치 않다면? 괜찮은 대안이 있다. 재즈 드러머 필윤 3집 <더 윈즈 프롬 쿠바>다. 음악 재생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도 쿠바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낄 수 있다.

“쿠바에 가본 적은 없지만, 필리핀 팔라완 포트바튼, 일본 오키나와, 미국 보스턴과 뉴올리언스, 제주도 등에서 만난 풍경에서 떠올린 영감을 손, 몬투노, 맘보, 과라차 등 쿠바 리듬에 담아봤어요.”

최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필윤이 새 앨범에 대해 설명했다. 앨범 제목은 헤밍웨이가 미국 플로리다 최남단 섬 키웨스트에서 살던 시절 쿠바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모히토를 마셨다는 얘기에서 따왔다. 헤밍웨이는 훗날 쿠바에서 대표작 <노인과 바다>를 집필했다. 대학 때 영문학을 전공한 필윤은 헤밍웨이 작품을 주제로 학사 논문을 썼다. 앨범 제목은 헤밍웨이를 향한 헌사이기도 하다.

재즈 드러머 필윤이 최근 발표한 3집 <더 윈즈 프롬 쿠바> 표지. 필윤 제공
그는 헤밍웨이를 동경한 영문학도이자 헤비메탈 밴드 드러머였다. 1988년 밴드 이데아 멤버로 1집 앨범을 녹음한 직후 군에 입대했다. 군 시절 그는 미국 버클리음대의 존재를 알게 됐다. 중3 때부터 독학으로 드럼을 익힌 그는 음악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어 유학을 결심했다. 제대 뒤 대학교 남은 학기를 다니는 동안 도시아이들 출신 김창남이 결성한 밴드 ‘김창남과 도시로’에 참여했다. ‘선녀와 나뭇꾼’ 등이 인기를 얻으며 방송과 밤무대 활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계속 함께하자는 제안에도 그는 배움에 대한 갈증을 채우러 유학길에 올랐다.

1994년 버클리음대에 처음 갔을 때 그는 재즈가 뭔지도 몰랐다. 다른 학생들이 난생 처음 듣는 리듬으로 드럼 치는 걸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재즈를 공부하면서 비밥·하드밥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버클리음대에 이어 론지음악대학원까지 마친 그는 뉴욕에서 활동하며 유명 연주자들과 앨범까지 녹음했다. 2007년 한국에 돌아와 발표한 첫 앨범 〈E.J.―오마주 투 엘빈 존스〉가 그것이다. 1집과 함께 2012년 발표한 2집 <레미니센시스 오브 맘>도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최근 3집 <더 윈즈 프롬 쿠바>를 발표한 재즈 드러머 필윤. 필윤 제공
그의 전작들은 전통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현대 재즈의 첨단 사운드를 추구하는 포스트밥으로 분류된다. 평은 좋았지만 널리 알려지진 못했다. 필윤은 새 앨범을 쉽고 편안한 스타일로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게 쿠바 리듬이다. 또 연주곡만 있는 전작들과 달리 앨범 전체를 보컬 곡으로 채웠다. “이전에는 예술성에 중점을 뒀다면, 이번에는 격 있는 대중성을 추구했어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재즈, 즐거운 재즈를 알리고 싶었거든요.”

앨범에는 ‘뱃놀이’ ‘한 오백년’ ‘진도 아리랑’ 등 민요를 재해석한 곡도 있다. 그는 1집 때 이미 ‘한 오백년’과 ‘진도 아리랑’을 연주해 수록했다. “한국인으로서 느끼는 희로애락, 한국인의 혼을 재즈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특히 ‘뱃놀이’는 민요를 해체하고 재창작한 새로운 작품으로 보시면 됩니다.” 이 곡을 들으면 쿠바 앞바다에서 우리 전통 나룻배를 타고 뱃놀이를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실제 쿠바 여행을 해도 하지 못할 진귀한 경험이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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