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10 16:19
수정 : 2019.09.1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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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준·이소정 건축가가 꾸린 작가그룹 오비비에이(OBBA)의 설치작품 <대한연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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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축가 5팀 신작 조형물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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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준·이소정 건축가가 꾸린 작가그룹 오비비에이(OBBA)의 설치작품 <대한연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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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정동 덕수궁 안뜰과 중계동 북서울미술관, 을숙도 부산현대미술관. 올해 한가위에 전시장 나들이를 생각하는 관객들에게 우선 권할 만한 공간들이다.
덕수궁에는 국내외 현대건축가 다섯 팀이 옛 전각 사이사이에 색다른 신작 조형물을 차려놓았다. 지난 5일부터 궁궐 안 중화문, 함녕전 등 주요 전각들 사이사이에서 열리고 있는 ‘덕수궁―서울 야외프로젝트: 기억된 미래’다. 정전인 중화전 앞 박석 깔린 마당에 가면 대형 차양 모양의 구조물들에 오색 필름 조각들이 매달려 나부낀다. 한국의 젊은 건축가 그룹 오비비에이(OBBA)의 <대한연향>(大韓宴享)이란 설치작품. 필름 조각들이 빛과 바람을 받아 달그락거리고, 중화전을 비롯한 전각들의 잔상이 알록달록한 이미지에 아롱져 흘러간다. 작가들은 1902년 중화전 앞마당에서 열렸던 대한제국 마지막 전통연회의 기억을 담기 위해 당시 잔치의 구조물에서 따온 설치물에 빛과 바람을 투영시켜 재해석했다. 고종 황제 침전이던 함녕전 앞마당에 바퀴 달린 이동식 가구를 놓아, 앉아서 함녕전 안팎을 감상하게 하기도 했다. 함녕전 정문 광명문엔 엘이디(LED) 스크린으로 ‘빛의 문’을 달아 디지털 시대의 이미지를 쏟아낸다. 제국의 몰락을 지켜봤던 궁궐의 역사를 상상력의 밑천 삼아 궁의 과거, 현재, 미래를 재기롭게 풀어냈다.
북서울미술관 근현대명화전
부산현대미술관 ‘레인룸’ 성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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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서울미술관의 한국 근현대 명화전에 나온 조각가 권진규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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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계동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는 한국 근현대 명화전 ‘근대의 꿈’이 기다린다. 근대기 작가 30여명의 명화를 보여주는 큰 잔치다. 국민화가 이중섭, 박수근 등의 눈에 익은 명화들과 박득순, 이마동, 도상봉 등 대가들의 1940~50년대 서울 풍경화들, 조각 거장 권진규의 보기 드문 소녀 누드상 등이 나왔고, 구본웅, 김환기, 나혜석, 남관, 박노수, 장욱진, 천경자, 한묵 등의 수작도 만날 수 있다.
부산현대미술관은 빗속을 걸어가면서도 비를 맞지 않는 신기한 공간 <레인룸>을 한가위 연휴 중 내보인다. 독일 출신 작가 그룹 랜덤 인터내셔널이 만들어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지난달 초 전시가 시작된 뒤 연일 관객들이 몰리고 있다. 미술관 누리집에서 반드시 관람 예약을 해야 한다. 푸른빛 화초들이 건물 외벽에서 자라나는 미술관의 인상적인 외관도 구경거리. 이밖에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50돌을 기려 7일 서울관에서 시작한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 3부전, 국립중앙박물관의 ‘조선시대 실경산수’, 국립부여박물관의 ‘백제 능산리 1호 동하총’, 국립김해박물관의 ‘고대의 빛깔, 옻칠’, 부산박물관의 ‘한국의 수중보물, 타임캡슐을 열다’ 등도 의미와 재미를 함께 누릴 수 있는 나들잇감 전시들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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