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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22 15:55 수정 : 2019.09.22 20:25

10월3일 인천 송도 복합문화공간 케이슨24에서 열리는 레트로 페스티벌을 기획한 밴드 스트릿건즈의 타이거. 스트릿건즈 제공

제2회 페스티벌 기획한 타이거 인터뷰

그룹 ‘부활’에 반해 고교때 밴드 결성
메탈·펑크 이어 50년대 로커빌리 추구
새달 3일 송도서 두번째 판 벌여
헤어스타일링 이벤트·벼룩시장도

10월3일 인천 송도 복합문화공간 케이슨24에서 열리는 레트로 페스티벌을 기획한 밴드 스트릿건즈의 타이거. 스트릿건즈 제공
엘비스 프레슬리풍의 밴드 연주가 흐르고, 사람들은 스윙댄스를 춘다. 디제이는 엘피(LP)로 흥겨운 음악을 틀고, 한편에 마련된 이발소에선 엘비스 프레슬리처럼 머리를 넘기는 리젠트 스타일로 만들어준다. 1950년대 풍경이 아니다. 지난해 9월 서울 종로구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열린 ‘레트로 페스티벌’에서 펼쳐진 광경이다. 지난해 성공적인 첫 축제를 마치고 올해는 장소를 옮겨 규모를 키웠다. 10월3일 인천 송도 복합문화공간 케이슨24에서 두번째 레트로 페스티벌이 열린다.

레트로 페스티벌을 기획한 이는 밴드 스트릿건즈의 리더 타이거(본명 박성호)다. 1950년대 로큰롤의 초창기 형태인 로커빌리를 진득하게 추구해온 그다. 그가 처음부터 로커빌리에 빠져든 건 아니다. 19일 서울 서교동 한 카페에서 만난 타이거는 “어렸을 땐 그런 음악이 있는 줄도 몰랐다”고 했다.

초등학생 때 친구 따라 시민회관에 가서 밴드 부활의 공연을 보고 팬이 됐다. 중3 때 기타를 배우기 시작해 고등학생 때는 스쿨밴드를 결성했다. 메탈리카 등 헤비메탈 밴드 곡들을 주로 커버했다. 대학교 가서도 헤비메탈 밴드를 하던 그는 군대에 다녀와서 세상이 바뀐 걸 알았다. 너바나 등장 이후 헤비메탈의 시대는 가고 얼터너티브록과 펑크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고민하다 저도 갈아탔어요. 펑크 밴드 ‘푸펑충’을 만들고 홍익대 앞 클럽에서 공연했더니 너무 재밌는 거예요. 하지만 2년가량 활동하고 해체하게 됐죠.”

한국 유일의 로커빌리 밴드 스트릿건즈. 스트릿건즈 제공
펑크도 식상해졌다. 더 특이한 걸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결성한 밴드가 락타이거즈다. 펑크를 기반으로 하되 로큰롤의 요소를 더하고 1950년대풍의 가죽재킷과 리젠트 헤어스타일로 멋을 냈다. 2004년 일본 최대 로커빌리 축제인 도쿄 빅럼블 페스티벌에서 이들을 초청했다. 음악도 들어보기 전에 이들의 프로필 사진만 보고 ‘한국에도 로커빌리 밴드가 있었어?’ 하며 초청장을 보낸 것이다. “그렇게 많은 밴드들이 로커빌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그에 비하면 우린 어설펐죠.”

그날 이후 본격적으로 로커빌리를 파고들었다. 일렉트릭 베이스 대신 큼지막한 콘트라베이스를 넣고, 서양의 옛날 음악에 우리만의 정서를 담고자 노력했다. “홍서범 선배님이 ‘김삿갓’으로 한국 최초의 랩을 만든 것처럼 우리도 한국만의 로커빌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어요.” 신나게 춤추고 놀자는 식의 로커빌리 스타일 가사 대신 진정성을 담은 솔직한 가사를 쓰기 시작했다. 언젠가 외국인 관객이 공연을 보고는 말했다. “너네 로커빌리는 어디에도 없는 김치빌리야.” 김치빌리의 명맥은 락타이거즈 해체 이후 2013년 결성한 스트릿건즈에서도 이어오고 있다.

“로커빌리 문화에서 파생된 것들이 많아요. 헤어스타일, 패션, 춤, 영화, 오토바이, 올드카…. 이런 것들까지 좋아하다 보니 덕후가 됐죠. 처음엔 혼자서만 좋아했는데, 좀 지나고 나니 바버샵, 스윙댄스 등 레트로 문화가 조금씩 들어오더라고요. 그쪽 사람들과 교류하다가 ‘우리 레트로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파티 한번 합시다’ 해서 판을 벌인 게 레트로 페스티벌이에요.”

10월3일 인천 송도 복합문화공간 케이슨24에서 열리는 레트로 페스티벌 포스터. 레트로 페스티벌 제공
올해 페스티벌은 무료로 진행한다. 지난해 페스티벌에 왔다가 반한 누군가가 공간을 그냥 내줬기 때문이다. 덕후 아니어도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크라잉넛 등 친숙한 밴드를 불렀고, 무료로 리젠트 머리로 스타일링해주는 등 관객 참여형 이벤트도 마련했다. 레트로 옷과 소품을 파는 플리마켓도 운영한다.

“주변에선 ‘요즘 레트로가 유행인데, 넌 너무 앞서가서 빛을 못 보는 거냐’라고들 하는데, 좀 다른 것 같아요. 지금 유행하는 레트로는 우리나라 1980~9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거고, 우리의 레트로는 이젠 클래식이 된 로큰롤 여명기의 멋진 문화에 대한 동경이죠. 잠시 유행하다 마는 게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더 가치 있는 것, 그게 멋진 레트로라고 생각해요.”

스트릿건즈가 지난 6월 발표한 2집 <더 세컨드 불릿>의 타이틀곡이 ‘오래된 무언가’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오래된 무언가에 눈물이 나는 건/ 그 안에 담겨 있는 얘기들이 많아서….”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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