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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07 17:31 수정 : 2019.10.07 22:19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캐피틀레코드 빌딩 옆에 마련된 무대에서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와 미국 캐피틀레코드의 합작 프로젝트로 결성된 그룹 슈퍼엠이 쇼케이스 공연을 펼치고 있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외고/슈퍼엠 미국 데뷔 의미]
미 캐피틀레코드 합작 슈퍼그룹
LA 현지에서 쇼케이스 선보여
일부 팬 반발에도 슈퍼엠에 힘 싣는 건
‘브랜드로서의 SM’ 성공이 목적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캐피틀레코드 빌딩 옆에 마련된 무대에서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와 미국 캐피틀레코드의 합작 프로젝트로 결성된 그룹 슈퍼엠이 쇼케이스 공연을 펼치고 있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케이팝의 본질은 무엇일까? 다채로운 장르의 나열과 ‘보는’ 음악을 가능케 하는 화려한 퍼포먼스의 결합이 음악적 본질이라면, 고른 품질의 음악을 담보할 수 있는 제작 시스템과 정교한 현지화 전략은 산업적 본질이다. 그리고 이 두가지 측면에서 케이팝의 모델을 가장 오랜 세월 정교하게 담금질한 곳이 바로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다. 미국의 캐피틀레코드와 에스엠의 합작 프로젝트로 관심을 모은 새로운 아이돌 그룹 프로젝트 ‘슈퍼엠’은 케이팝 브랜드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에스엠의 자부심과 포부를 드러낸 흥미로운 시도라 할 만하다. 소속 그룹 샤이니·엑소·엔시티에서 태민·백현·카이·태용·마크·루카스·텐 7명을 뽑아 꾸렸다.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 위치한 캐피틀레코드에서 슈퍼엠의 프리미어(최초 공개) 행사가 열렸다. 한국 그룹이 미국을 데뷔 무대로 삼은 것도 이례적이지만 외신 기자들과 미국 팬들이 중심이 된 데뷔 행사가 열리고 이 광경이 유튜브로 전세계에 생중계되는 모습은 이제 글로벌 산업으로 재정의된 케이팝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로스앤젤레스의 랜드마크인 캐피틀레코드 빌딩에 슈퍼엠의 깃발이 걸리고, 프랭크 시나트라의 전설적인 녹음이 이뤄진 ‘스튜디오 에이(A)’에서 프리미어 행사가 열리는 모습에서 침체된 미국 음반산업의 새로운 동력으로 주목받는 케이팝에 대한 캐피틀레코드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캐피틀레코드 빌딩 옆에 마련된 무대에서 에스엠엔터테인먼트와 미국 캐피틀레코드의 합작 프로젝트로 결성된 그룹 슈퍼엠이 쇼케이스 공연을 펼치고 있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이틀 뒤인 5일 열린 쇼케이스 콘서트는 준비 기간이 짧았음에도 손색없는 완성도를 보였다. 무엇보다 재능있는 멤버들을 짜임새 있게 배치함으로써 ‘슈퍼밴드' 특유의 시너지를 얻고자 했던 의도는 멤버들의 재능과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진 이날 무대로 일정 부분 확인되었다. 일찌감치 교통이 통제된 캐피틀레코드 빌딩 옆에 무대가 마련되었고, 미처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다수의 관객은 스크린을 통해 환호를 보내며 오히려 더 열띤 분위기를 연출해 눈길을 끌었다.

슈퍼엠에 새겨진 에스엠의 서명은 그 이름만큼이나 얼개와 콘텐츠 양쪽에서 일관되게 드러난다. 영미권과 아시아권을 두루 겨냥할 수 있는 멤버 구성으로 에스엠의 가장 중요한 방향성인 ‘현지화’를 꾀하고, 특유의 윤기 있고 미래지향적인 사운드는 에스엠 음악의 미학을 효과적으로 전시한다. 중독적인 일렉트릭 비트와 몰아치는 강렬한 기타 사운드가 흥겹게 결합된 타이틀곡 ‘조핑’은 분명 ‘에스엠피’(SMP)로 불리기도 하는 에스엠 사운드의 맥을 잇는 곡이다. ‘슈퍼 카’의 복잡하고 차가운 금속성 사운드는 물론이고, ‘아이 캔트 스탠드 더 레인’에서 아시안 리듬과 화성이 서구 팝과 만나는 크로스오버 역시 굳이 억지로 설명하지 않아도 에스엠 음악임을 알게 하는, 에스엠 음악 팬들의 정서를 자극하는 음악적 장치다.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캐피틀레코드 빌딩 옆에서 열린 슈퍼엠 쇼케이스 공연에 들어가려고 팬들이 줄을 서 있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슈퍼엠의 성패 여부를 아직 속단하기는 어렵다. 외국 케이팝 팬덤이 어느 때보다도 자연스러움과 독창성을 기획사에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슈퍼엠의 콘셉트는 일정한 한계를 갖고 있다. 다만 슈퍼엠의 데뷔가 에스엠의 축적된 노하우, 즉 ‘기술로서의 문화'의 핵심을 전시하는 ‘샘플러'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유명 레스토랑의 샘플러 메뉴들이 그러하듯, 슈퍼엠이 에스엠의 새로운 대표 메뉴가 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인위적인 그룹 결성에 대한 일부 팬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에스엠이 슈퍼엠에 힘을 싣는 이유도 결국 그들이 성공시키고자 하는 것은 몇개의 개별 메뉴가 아닌 에스엠이라는 브랜드 혹은 장르이기 때문이다.

공연을 기다리던 팬들이 현장에서 흘러나오는 에스엠의 뮤직비디오에 맞춰 ‘떼창’을 하는 모습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슈퍼엠과 연관된 팀만이 아닌, 에스엠이 제작해온 모든 아티스트에게 고른 지지를 보내는 미국 케이팝 팬덤 특유의 ‘멀티-팬덤' 문화와 에스엠 브랜드에 대한 신뢰는 오랜 세월 자신의 회사명을 케이팝과 동의어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그들이 슈퍼엠을 미국 시장에 과감히 진출시킨 자신감의 근거가 되었을 것이다. 한국을 거치지 않은 글로벌 케이팝의 모델을 실험하는 이 슈퍼그룹 프로젝트는 20년 전 외국 시장의 문을 가장 먼저 두드렸던 에스엠이 케이팝의 전성기를 맞아 새로운 모멘텀과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내놓은 ‘실패 가능성이 낮은’ 승부수일 것이다.

로스앤젤레스/김영대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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