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11.03 14:53 수정 : 2019.11.04 02:34

토탈미술관 지하 2층의 ‘서포트’전 전시장. 중견·소장 작가들의 평면 그림을 배경으로 전시 말미를 갈무리하는 최정화 작가의 앙증맞은 조형물 <황금 아기>가 보인다.

토탈미술관 운영기금 마련전 ‘서포트’

국내외 50여 작가와 10여 화랑들
키키 스미스·감창열·최정화 등
동서양 대가 작품 100여점 후원
청년작가들 독특한 작품도 판매

토탈미술관 지하 2층의 ‘서포트’전 전시장. 중견·소장 작가들의 평면 그림을 배경으로 전시 말미를 갈무리하는 최정화 작가의 앙증맞은 조형물 <황금 아기>가 보인다.

서구 페미니즘 미술의 거장 키키 스미스가 방귀를 뀐다. 발가벗고 엎드려 엉덩이를 내밀고 뿡 하고 가스를 배출하는데, 엉덩이 어귀에서 꽃이 터졌다. 꽃은 화장지였다. 그 분홍빛 화장지가 주름 잡히며 펼쳐내는 꽃망울이라니!

키키가 2004년 슥삭슥삭 그리고 붙인 드로잉 콜라주 연작 제목은 <꽃방귀>(Flower Farts). 가로 38㎝, 세로 33㎝에 불과한 이 연작 다섯 점이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토탈미술관 지하 1층 전시장에 나왔다. 2004년, 작가가 우편엽서와 티슈에 상상의 기운을 불어넣어 완성한 드로잉 콜라주는 감각의 오묘한 변전을 드러낸다. 냄새 나는 방귀가 허접한 화장지를 매개 삼아 낭만적이고 시적인 꽃의 개화로 이어지는 상상력의 전이다. 연작마다 표정과 자세를 달리한 키키의 몸짓은 기발하고 강렬하면서도 우리 몸에 대해 싱그럽고 아스라한 감정을 품게 한다.

키키 연작은 토탈미술관에서 지난 1일 개막해 7일까지 열리는 미술관 후원을 위한 지원 판매전시 ‘서포트’의 출품작 중 하나다. 국내외 50명 넘는 작가와 10곳 가까운 화랑들이 노준의 관장을 돕기 위해 중견·소장 국내외 대가들의 작품 100여점을 판매용으로 내놓았다. 이 전시는 토탈미술관이 해마다 가을 녘에 하는 기금마련전이지만, 올해는 로버트 라우션버그, 키키 스미스, 김창열, 최정화 등 동서양의 거장, 대가들부터 최근 수년 사이 활동을 시작한 젊은 작가들까지 아우른 완성도 높은 작품이 많이 나와 컬렉터와 미술인들의 눈길을 끈다.

지하 전시실에 나온 채미지 작가의 조형물 <블루밍 드리머>(꽃다운 몽상가).

우선 지상 공간 들머리엔 1960~70년대 사물이나 일상적 이미지를 평면에 발라 붙인 콤바인 회화로 세기를 풍미한 팝아트의 기수 라우션버그의 작품이 보인다. 표본병 속에 쪼그리고 앉은 비루한 미니어처 인체상을 만든 이동욱 작가의 근작도 현관문 바로 옆에서 관객을 맞는다. 아래 진열장에는 돌덩이에 부유하는 물고기 지느러미를 붙인 서은아 작가의 공예 소품이 놓였다. 조금 더 가면, 인조실크 위에 침선을 촘촘히 박아 물방울을 만든 이순종 작가의 <향유>, 청색 바탕에 희망의 흰 꽃 풍선을 부는 채미지 작가의 <꽃다운 몽상가>, 유리통 안에서 잠망경으로 숨쉬는 투명한 사람과 벽면에 툭 튀어나와 바람의 흐름을 잡아채는 헐렁한 유리통을 만든 김용경 작가의 조형물을 만나게 된다.

식빵에 구멍을 뚫어 자화상을 만든 김기라 작가의 <자화빵>이 진열장에서 관객을 맞는다.

지하 1·2층으로 가면 동서양 주요 작가들의 소품과 대작이 이리저리 얽히면서 점입가경의 감상공간을 만들어내는데, 매혹적인 키키 스미스의 작업과 식빵에 구멍을 뚫어 자신의 얼굴을 묘사한 김기라 작가의 <자화빵> 등이 이어진다. 지하 2층은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진 치고 선 경비 경찰의 모습을 비춘 노순택 작가의 <비상국가> 연작, 고층빌딩의 미니멀한 선과 선 사이의 긴장과 밀도를 조망한 김도균의 기하학적 사진들이 조화를 이루고, 마지막으로 최정화의 <황금 아기>로 갈무리된다.

주로 변두리에서 따로따로 전시를 하는 탓에 잘 파악하기 힘든 청년 작가들의 작품 흐름과 그들의 수작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전시의 특징이다. 사물에서 비롯한 독특한 추상 세계를 보여주는 안준섭 작가, 심야의 안줏거리를 팝아트식으로 명쾌하게 그린 유용선 작가의 작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7일까지. (02)379-3994.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